커피와 시는 최고의 페어링이죠~
제가 좋아하는 시 하나 공유하고 갈게요!
고명재 시인의 '자유형'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말랑말랑하면서도... 달콤하고 씁쓸하기도 한.. ㅎㅎ
모두 행복한 금요일 보내세요~ :)
자유형 (고명재,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나아가는 방식에도 자유가 있다니
팔로 만든 아치에도 형식이 있다니
사람들은 어떻게 하트를 그리는 걸까
물을 밀며 물을 마시며 물과 싸우다
물배가 차서 수박처럼 동그래지고
무지개를 상상하며 팔을 뻗어요
강사님의 아름다운 설명 때문에
물속에서 입 벌리고 울 뻔했어요
이대로 팔과 다리에 살이 붙으면
죽은 개들을 다시 만나러 갈 것 같아서
님아 그 강 그 강 모두 강 때문이죠
번들거리는 몸도 마음도 강 때문이죠
수영을 시작한 건 귀하게
숨을 쉬고 싶어서
죽을 것처럼 보고플 때 빠지지 않고
숨을 색색 쉬며 용감하게 나아가려고
그러니 우선 자유부터 익혀야 해요
몸에 힘을 빼고
수박에 줄을 긋듯이
물속에선 마음껏 일그러져도 괜찮아
벼락의 길을 부드럽게 따라 흐르며
멍든 팔을 구명줄처럼 수면에 뻗을 때
내 무지개 속엔 개가 있고 엄마가 있고
언덕이 있고 복수(腹水)가 차고 무덤을 그리고
내 그리움 속엔 왕릉만한 비탈이 있어서
정수리 너머로 봉분을 힘껏 끌어안을 때
심장을 그리는 법을 알 것 같은데
나는 청어를 알아요 등 푸른 몸과 헛물을 안아요
물을 잔뜩 먹고 부푼 나는 하마가 되어
부드럽게 유영하는 할머니들을 봅니다
백자 같은 인간의
어깨와 곡선
아름다움은 다 겪고도 안아주는 것
어때요 기분좋은 저항이 느껴지나요
물레 감듯 모든 걸 안고 나아가세요
강사님은 아름다운 말만 툭툭 내뱉고
나는 그게 수박씨처럼 귀하고 예뻐서
눈귀코를 번쩍 뜬 채 팔을 뻗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