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커피 생산국
남미에서 커피가 생산되는 국가는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정도로 이들의 커피 생산량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50%에 이른다. 물론 50% 중 35%의 비중을 브라질(5,821만 1,000백)이 차지하긴 하지만, 콜롬비아(1,410만 백), 페루(383만 6,000백) 등의 생산량만 보아도 남미 대륙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커피를 생산한다고 볼 수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는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커피 생산국인데, 브라질 커피는 싱글보다는 블렌딩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콜롬비아는 블렌딩용 커머셜 커피 외에도 다채로운 품종 및 가공법의 커피를 생산하고 있어, 싱글 오리진용 스페셜티 커피로도 크게 각광 받고 있다. 게다가 1년에 수확을 두 번 한다는 보기 드문 이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브라질 커피는 저렴한 가격과 중성적인 색채를 바탕으로 견고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커피시장은 브라질 커피의 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수입량이 압도적이다. 마찬가지로 높은 점유율을 지닌 콜롬비아 커피는 블렌드와 싱글 그리고 RTD제품 생산에까지도 폭넓게 쓰이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 커피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를 한 곳만 꼽으라면 단연 콜롬비아일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팅 공장 대표는 “우리 회사의 블렌드 중에는 콜롬비아를 베이스로 사용하는 커피가 여럿 있다. 브라질 커피보다 깔끔하면서도 수급이 안정적이라는 이점 때문에 콜롬비아를 베이스로 주로 사용하다보니 한 달에 1t 이상의 콜롬비아 커피를 소진한다”라면서 “우리나라는 콜롬비아 커피의 사용량이 워낙 많아 기존 거래처에서 비축해둔 양이 소진되더라도 다른 업체를 통해 같은 스펙의 커피를 비교적 쉽게 수급할 수 있다. 이처럼 사용이 편하고 맛에도 큰 편차가 없다는 게 콜롬비아 커피의 장점이다. 싱글 커피의 라인업을 구상할 때도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는 기본적으로 가져가고 다른 산지의 커피를 한두 개 추가하는 편이다. 우리는 납품을 주로 하는 업체라 인상적인 맛도 중요하지만 공급이 안정적인 커피를 찾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페루
이처럼 브라질, 콜롬비아가 중심이던 남미커피 시장에서 페루 커피가 약진하고 있다. 최근엔 국내 커피 수입량 6위(7,657t)에 이를 만큼 페루 커피가 많이 수입되고 있어 놀라울 정도다. 이전에는 인스턴트커피 제조에 사용하는 커머셜 등급이 주요 수입 대상이었으나, 요즘에는 스페셜티 커피가 조명받으며 30~40%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수입의 판도가 달라진 점도 인상적이다. 페루 커피를 사용하고 있는 창원 <커피플리즈 로스터스> 정진우 대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시절부터 남미 커피의 3대장인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의 중요성을 주장해왔다. 이제야 이들 커피가 조금씩 빛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세 국가는 테루아가 완벽하고 아직까지 저개발됐다는 점 자체로 주목할 만하다.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이야기했다. 또한 “최근 수입된 페루 커피들은 풍부한 단맛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산미와 다채로운 향미가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커피들이 등장할지 기대되며, 기존 주요 생산국의 분류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페루는 컵오브엑셀런스가 처음 개최된 2017년부터 스페셜티 커피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실 페루에서는 이전부터도 많은 양의 커피가 생산돼왔는데, COE는 농부들에게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게이샤, 파카마라 등의 품종이 이때쯤 심어졌고 해당 나무들이 올해 7~8년생을 맞이하며 청년기에 도입했다. 당시 처음으로 게이샤를 심었다는 북부 카하마르카 지역의 농부 호세는 “COE가 열린다는 사실이 큰 동기 부여가 됐다. 본래 페루에는 티피카, 버번, 카투라 정도의 품종이 주로 재배됐는데 COE를 계기로 게이샤가 널리 보급됐다. 당시 게이샤를 심은 농부들이 지금은 COE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라면서 “페루 커피가 세계적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고, 한국 시장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페루 커피의 진가를 알아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페루 치리로마 농장의 농장주이자 COE 내셔널 저지로 활동 중인 에드윈 퀘아는 “COE가 처음 열린 2017년은 페루 커피에 큰 변곡점이었다. 사실 페루에는 특별한 커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런데 2017년 COE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농장들이 높은 수익을 얻자 많은 농부가 영향을 받았다. 한편 페루에서는 티피카, 버번 같은 재래종이 과거 모습 그대로 건재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라고 전했다.
볼리비아
볼리비아 커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볼리비아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자리한 커피 농장인 타케시 정도만 알려져 있었고 특별한 커피가 소개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볼리비아는 안데스산맥 정 가운데 위치한 국가로 수도 라파스가 해발고도 4,000m에 위치해 있으며 사면에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다. 이에 커피는 긴 육로를 거쳐 칠레의 항구까지 가져가 배로 운반하거나 항공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수출하고 있다. 커피 생산지역은 크게 두 개, 북부의 카라나비와 남부의 산타 크루즈로 나눌 수 있다. 볼리비아의 테루아는 페루 남부 쿠스코, 푸노와 유사한 환경인데, 페루에 비해 일교차가 크고 강수량은 더 많다. 높은 해발고도로 인해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과 강수량도 매우 적절해 좋은 커피를 생산하기 유리한 테루아를 두루 갖추고 있다. 볼리비아는 2004년과 2005년 그리고 2007~2009년까지 COE를 총 다섯 번 개최한 바 있으나, 2009년 이후로는 자체적인 자국 대회인 ‘프레지덴셜컵’을 만들어 8회째 치르고 있다. 매년 11~12월 중 개최되는 이 대회는 COE와 마찬가지로 내셔널 저지의 평가를 거친 커피를 인터내셔널 저지들이 커핑해 최종 순위를 가르는 식으로 이뤄진다. 대회 관련 모든 비용은 볼리비아 정부의 예산으로 집행된다.
볼리비아 커피는 품질이 뛰어나다고 알려졌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양은 소량에 불과했는데, 이는 항구가 없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었다. 해상 운송이 불가능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소량의 커피만 항공으로 들여와 판매된 것이다. 커피플리즈 로스터스 정 대표는 볼리비아에 대해 “스페셜티 커피시장에서 이미 많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이 많은 보물창고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 남미의 그 외 주목할 만한 생산국과 아프리카, 아시아의 생산국 정보는 월간커피 2023년 5월호 ‘스페셜뷰’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