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피어오르던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열망. 그리고 지금보다 성장하고 싶다는 목표 의식. 바리스타로서 대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러한 마음들로부터 출발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대회가 개최되는 등 대회를 접할 기회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커핑, 로스팅, 브루잉, 라떼아트 등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대회에 녹여내 즐기는 방식은 실로 다양하다. 관심이 있거나 도전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 출전할 수 있고, 다채로운 종목들은 그 자체로 커피 대회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준다. 여담이지만 종목이 구분되어 있긴 하나, 필자는 각 영역이 본질적으로 온전히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려 한다. 코리아커피리그(KCL)의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KBC), 한국TEAM바리스타챔피언십(KTBC), 마스터오브커핑(MOC), 마스터오브브루잉(MOB) 네 가지 모든 대회에 출전한 이유다.
첫 대회의 경험은 어제처럼 여전히 생생하다. 2013년에 KBC와 MOC를 동시에 준비했었다. KBC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생소한 룰도 룰이었거니와 당시엔 관련 영상과 정보가 많지 않아서 준비하는 데 공이 많이 들었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어찌나 긴장했던지. 예선을 마친 뒤 본선 진출 결과가 발표되기까지의 며칠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본선 무대엔 무사히 진출했지만, 수상 앞에선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지난 결과는 뒤로한 채 곧바로 MOC 준비에 돌입했다. MOC는 매해 룰이 달라지는데, 당해는 네 개의 컵 중 같은 컵 두 개씩을 찾는 대회였다. 커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출전해 별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2위라는 좋은 성적을 받게 됐고, 대회가 주는 설렘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 무엇보다 결과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사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다. 나 자신을 칭찬하며 다음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데엔 좋은 성과가 큰 도움이 됐다.
이후 MOC에서 1등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돌이켜 보면 노력을 거듭해 온 숱한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승 이후의 시간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MOC에서는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이 경험 또한 나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미 우승한 대회에 왜 재출전했는지 궁금해할 수 있겠다. 이름만 같을 뿐, 룰이 바뀌고 커피가 바뀌니 그 과정엔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답하고 싶다.
이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결과와 관계없이 대회가 그 자체로 성장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준비 과정에선 다양한 커피를 맛보며 각각의 특성과 장단점을 심도 깊게 탐구하게 된다. 에스프레소, 화이트 커피, 창작 메뉴 등 각기 다른 메뉴를 만들면서는 커피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되며, 바리스타들의 시연 영상을 통해선 그들이 전해주는 새로운 생두, 추출법, 품종, 프로세스 지식을 통해 커피에 대한 시야를 확장할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대회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시시로 고민하게 되는데, 이는 비단 대회에서뿐만 아니라 매장 운영에도 메뉴 개발의 영감이 되는 등 큰 도움을 준다.
물론 대회에 늘 따르기 마련인 결과 또한 중요하다. 결과를 향한 목표는 한계점과 같다고 생각한다. 벼룩을 10cm 높이의 상자에 가두면 그 벼룩은 10cm가 한계인 벼룩이 되어버리고, 훨씬 높은 벽 앞에선 자신이 뛸 수 있는 한계까지 도전해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간에 멈춰 설지언정,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아쉽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대회에서 입상하는 것만이 바리스타의 목표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매장 매출을 증진시키는 것, 바리스타 생활을 오래 지속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다. 필자에게는 바리스타 생활을 즐겁고 오래 해 나가는 게 목표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 중 하나가 대회다. 다시 말해 내게 대회는 삶의 원동력이다.
스무 살, 대학교 휴학을 하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커피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꾸준히 도전해 왔다. 지금의 필자에겐 KCL의 모든 종목에서 1위를 하는 것이 도전이자 목표다. 어느 해엔 모든 종목에 출전했고, 올해는 MOB 본선에 진출해 다른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게 됐다. 목표에 다가가는 속도가 때론 느리고 때론 빠르게 느껴지겠지만, 나만의 속도를 찾아가며 우직하게 나아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