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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를 활용한 발효실험 & 볼리비아 카라나비

전문가 칼럼

효모를 활용한 발효실험 & 볼리비아 카라나비 페루에서의 발효실험
필자가 이번에 페루를 찾은 것은 수확기에 맞춘 정기적인 방문인 동시에 효모를 활용한 가공 실험을 시도하기 위함이었다. 그 실험에 관련된 내용을 지면을 통해 공개한다. 더불어 볼리비아에서 만난 이사벨 농장과 카라나비(Caranavi), 코로이코(Croico) 지역의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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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공법의 필요성과 설계

여느 중남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페루 역시 거센 기후변화의 기류에 놓여 있었다. ‘30년 만의 추위’라고 불릴 만큼 예년보다 낮은 기온과 눈에 띄게 많아진 강수량, 커피 건조 기간에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생산량이 감소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산량이 30%나 감소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커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페루의 많은 농부가 급변하는 기후에 영향받지 않고 가공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생산국에서 시도하는 가공법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몇몇 생산자들은 CQI(Coffee Quality Institute)에서 개설한 ‘큐 프로세싱(Q-processing)’ 코스를 이수하고 새로운 가공법을 시도하는 일에 매우 적극적이다. 치리로마(Chiriloma) 농장의 에드윈(Edwin) 또한 큐 프로세싱 코스를 수료한 뒤 ‘크래프트 맥주 발효조를 활용한 무산소 발효’로 게이샤 품종을 가공해 COE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항상 최고의 커피를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다른 국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특별한 가공법,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가공을 하는지 등의 내용을 큐 프로세싱 코스를 통해 학습했다. 새로운 가공법을 시도하는 데에는 늘 위험요소가 존재하지만, 커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기회비용이라 생각한다. 마크(Marc, 필자)와 함께 설계한 가공법이 특별한 커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이번 작업을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인 2019년, 페루를 방문해 효모를 넣은 발효를 시도한 결과로 ‘효모가 발현시키는 고유의 향미가 커피의 뉘앙스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정한다’라는 사실을 검증한 바 있다. 올해의 실험에서는 더욱 다양한 효모를 사용하고, 최근 가장 유행하는 가공법을 변형해 보고자 했다. 이번 실험에서 가설로 설정한 키워드는 ‘효모의 생장 환경’과 ‘충분한 발효’, ‘임계점’ 총 세 가지다. 즉, 효모가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충분한 발효가 일어나도록 하되, 발효의 끝 지점을 정확히 확인해 과발효나 과발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다. 실험에 사용된 미생물군은 누룩과 효모다. 최근 중남미의 몇몇 국가에서 사용돼 주목받고 있는 일본 사케 누룩 ‘코지(Koji)’에 착안해 한국의 막걸리를 빚는 ‘쌀누룩’과 ‘밀누룩’을 준비했다. 또한, 지난 실험에서 긍정적인 향미 변화를 얻은 바 있는 독일식 밀맥주 효모 ‘바바리안 위트 효모(Bavarian wheat yeast)’와 인류 최초의 술인 ‘꿀술 효모(Mead yeast)’까지, 도합 네 종류의 미생물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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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실험 후 누룩을 첨가한 커피만을 현장에서 커핑했는데, 그 결과 누룩이 빚어낸 특유의 감칠맛과 요구르트 뉘앙스가 관찰됐다. 에드윈 또한 그동안 재배한 게이샤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독특한 향미가 발현됐다는 점에서 매우 놀랐다(하지만 이때 생두의 수분율은 약 13% 이상으로 커피가 완벽하게 건조되기 전이었다). 춥고 비가 내린 탓에 건조 속도가 더뎌 현장에서 모든 랏을 커핑하지는 못했다. 2022년 10월 3일 현재 모든 실험 랏의 건조가 완료됐고, 완성된 샘플이 한국에 오고 있다.

귀국 후 실험에 대한 궁금증이 극에 달할 무렵 에드윈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가 함께 가공한 커피가 너무나 놀라운 향미를 보여서 실험 랏 중 하나를 COE에 출품했다. 어떻게 가공했는지, 어떤 효모나 누룩을 넣었는지는 비밀로 했으면 좋겠다. 2023년에는 치리로마 농장의 모든 랏을 같은 가공법으로 발효하고 싶으니 내년에는 한 달 동안 우리 농장에 머물면서 작업하기를 바란다.” 직접 커핑을 해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에드윈의 설명대로라면 우리가 설계한 ‘효모 발효’는 유효하게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즉, 효모를 이용한 발효는 커피의 발효관점이 아닌 효모의 활동온도를 맞추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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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를 넣어 발효의 효율성을 높이고, 향미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일이 체계화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도하는 발효단계에서의 통제 및 첨가 등의 작업은 커피시장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CQI의 교육을 통해 알려진 랄카페의 이스트 제품과 맥주 스타일별로 세분화되어 있는 이스트 종류 모두 커피 발효에 효과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커피의 가공과정을 더욱 세밀히 살피고 향미를 인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프로세스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곧 스페셜티 커피시장의 가치를 보다 명확히 하는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소비자에게는 자신이 마시는 커피가 완성되기까지 무엇이 첨가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 가공실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내용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건강에 유해한 것이 아닌 식품에 적합한 첨가물이 투입됐다면 당연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자세한 실험 과정과 결과는 월간커피 2022년 11월호 ‘스페셜뷰’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석예술대학교' 송호석 교수
사진  '백석예술대학교' 송호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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