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용성이란?
음용성이란 ‘마실 수 있는’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의미를 조금만 더 확장시켜 보자면 ‘음용 가능한’ 혹은 ‘마시기 쉬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시기 쉬운’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혹자는 ‘이미 인지하고 있는 맛과 향’, 또 다른 이들은 ‘특징이 과하지 않은’, ‘마시기에 주저함이 없는(새로운 도전)’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사실 음용성이란 개념은 맥주 산업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맥주를 음용하는 데 있어, 같은 맥주를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브루마스터인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는 “맥주의 음용성은 다양한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맥주는 위스키나 칵테일 등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한 잔이 아니라 2~3잔 음용하는 주류이므로 같은 맥주를 다시 선택할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테라’나 ‘카스’, ‘클라우드’ 같은 맥주가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청량감(탄산감)’을 중심으로 과도하지 않은 특성을 지닌 ‘라거Lager’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들 맥주와는 구별되는 스타일인 ‘에일Ale’은 맥주의 재료인 몰트, 홉, 효모 등과 다양한 첨가물의 향미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사랑하는 맥주라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음용성이란 같은 맥주를 두 잔 마시는 데 거리낌이 없음을 지칭한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러 갈 때 ‘맥주 한잔할까?’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한 잔만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이때 맥주는 청량감을 중심으로 한 라거를 의미한다. ‘IPAIndia Pale Ale’와 같은 맥주는 쓴맛과 홉 특유의 향이 지나치게 두드러지기 때문에 두 잔 이상 음용하는 일은 드물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과 기호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같은 IPA를 연거푸 2잔 마시기란 여간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음용성이란 같은 음료를 주저함 없이 두 잔 연달아 마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커피의 경우 한 자리에서 2잔 이상 마시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맥주와 비교 대상이 아닐 수 있음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고자 한다.
맥주의 음용성
맥주의 음용성은 ‘쉽게 마실 수 있는’이란 의미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맥주를 구매할 때 향과 맛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브랜드를 살피거나 4캔을 만 원에 판매하는 등의 프로모션을 고려할 뿐. 그래서 부담 없이 음용할 수 있는 청량한 라거 맥주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필자가 이처럼 단정 짓는다면 이견을 제시할 소비자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맥주 소비자는 “맥주를 주로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편인데, ‘호가든’이나 ‘블랑’ 같은 맥주를 선호한다. 왜냐하면 본래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하지만 이들 맥주는 쓴맛이 덜하고,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사람에게 ‘그럼 같은 맥주를 2잔 마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땐 “2캔까지는 어떻게 마실 수 있겠지만, 조금 질릴 것 같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호에 따라 맥주를 선택하는 기준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음용성이 좋은 맥주는 따로 있다는 결론이다.
바네하임 김 대표는 “맥주의 음용성은 한 잔을 얼마나 편하게 본인의 속도에 따라 마실 수 있는지, 계속 마실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결국 기호가 작용하기는 하지만 특징이 너무나 뚜렷한 맥주는 반복적으로 음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맥주 또한 음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고객의 기호에 맞는 맥주를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보지만, 매출의 관점에서는 많은 양을 판매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지 않나. 따라서 맛있고 음용성이 좋은 맥주는 영원히 고민해야 하는 과제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맥주의 음용성을 따질 땐 발효 잔당의 수치*, 알코올 도수*, 바디감, 홉의 쓴맛 강도 등의 척도가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맥주의 단맛은 음용성을 방해하는 결정적 요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단맛을 없애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는 음용성 좋은 맥주가 ‘꿀떡꿀떡’ 마신 다음 ‘캬~’하는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는 광고 속의 음료라 생각하는 것이다. 앞서 호가든과 블랑을 좋아한다고 말한 소비자는 “퇴근 후 집에 와서 꿀꺽꿀꺽 마시는 맥주가 가장 맛있다. 한 캔의 맥주를 마시는 건 나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맥주를 1캔만 구매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4캔에 만 원 혹은 마트에서 6캔에 만 원 하는 제품들을 사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맥주를 4~6캔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도 한 번에 1캔 이상의 맥주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맥주에 대한 음용성’을 고려한 마케팅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에 맥주 심사를 다니면서도 맥주 4캔을 만 원에 판매하는 곳은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마케팅이 너무나 일반화되었는데, 소규모 양조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넘기 어려운, 매우 큰 장벽이라 여겨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맥주가 음용성이 좋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다양한 수입 맥주들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수제 맥주 산업도 꽤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보이는 맛과 향은 전통적인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그 다양성이 무궁무진하다. 자신을 ‘맥주덕후’라고 소개한 이명한 씨는 “처음에 맥주를 잘 모를 때는 편의점에서 ‘카스’ 혹은 ‘칭따오’ 한 캔 마시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수입 맥주와 국내 수제 맥주를 하나둘씩 마시면서는 다양성에 매료되었다. 지금은 아무거나 마시지 못하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플레이버를 만들어내는 효모나, 좋아하는 홉이 들어갔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편이다. 맥주 역시 굉장히 트렌디한 음료라서 그 변화를 따라 다양한 맥주를 맛보는 자체가 매우 즐겁다”라고 말했다. 또한 “홉 향이나 신맛이 강한 맥주는 음용성이 좋다고 보기는 어려워 1잔만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맥주의 음용성은 한 번에 2~3잔 혹은 그 이상을 소비하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된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세 번째에도 집을 수 있는 맥주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 볼 수 있다. 다양한 수입 맥주와 국내 수제 맥주의 홍수 속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맥주를 양조하는 사람은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잔당감, 알코올 도수, 단맛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맥주를 만든다. 음용성과 트렌디함을 오가며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맥주의 발효는 맥아에서 추출한 당분을 활용하여, 효모가 하는 활동을 지칭한다. 이때 효모의 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당분이 남게 되면 맥주의 단맛이 상승하며, 잔여 당분이 존재하는 맥주는 발효의 완성도가 낮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물론 맥주의 스타일마다 조금씩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주류는 ‘소주’로 알콜 도수가 14도 이상이지만, 이를 알코올 함량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들은 없지만, 맥주는 5%가 넘어서면 ‘독한 맥주’로 여겨져 음용하는데 주저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우리나라의 주류 시장이 가진 매우 뿌리 깊은 편견이라 보아야 한다 다음 글에서 계속
음료의 음용성으로 접근하니 새롭네요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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