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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석 교수] 한 잔의 커피에 담긴 디테일, 브루잉 -3

전문가 칼럼

한 잔의 커피에 담긴 디테일브루잉 -3
커피는 생산국에서 시작된 긴 여행을 거쳐 소비국으로 전해진다. 생산국의 농부는 자연이 생성한 향미가 한 줌의 그린빈에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돕고, 가공을 통해 그 포텐셜을 극대화 시킨다. 소비국의 로스터는 세밀한 분석을 거쳐 로스팅하고, 최종적으로 바리스타는 판단과 기술로 완성한 커피 한 잔을 소비자 앞에 내놓는다.

제3의 커피물결의 핵심인 스페셜티 커피가 보편화된 지금의 커피시장은 이 특별한 커피를 보다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브루잉’에 주목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가 지닌 향미를 가장 극대화 시키는 추출법, 브루잉의 현재를 면밀히 살펴보고,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브루잉 기술의 진화와 향후 시장방향에 대해 예측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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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브루잉 대회
월드 브루어스 컵, WBrCWorld Brewers Cup는 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의 붐이 정점을 찍은 2 011년에 처음 시작됐다. 유럽 스페셜티 커피협회SCAE(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Europe)에서 만들었지만, 현재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와 연합한 조직,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주관한다. WBrC는 크게 컴포서리 서비스compulsory service와 오픈 서비스Open service로 구성된다. 컴포서리 서비스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커피를 참가선수가 맛본 후 자신이 생각하는 최적의 레시피로 제한시간 내에 추출한 것을 평가한다. 컴포서리 서비스의 심사는 블라인드로 진행되며, 심사위원은 컵 안에 담긴 커피의 향미 자체만 평가할 뿐 어느 선수가 어떻게 추출한 커피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객관적인 기준 확인을 TDS의 측정은 스텝에 의해 진행된다) 오픈 서비스는 바리스타가 직접 준비한 커피를 자신의 레시피대로 추출·시연하고 추출도구 및 과정, 추출한 커피의 향미 등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인다. 심사위원은 커피의 향미뿐만 아니라 서비스, 프리젠테이션 등 전반적인 시연의 완성도를 평가한다. 매년 트렌드와 상황에 따라 규정이 약간씩 변하지만, 컴포서리 서비스와 오픈 서비스로 나뉜 시연 자체의 큰 틀은 변동이 없다. 필자는 지난해 개최된 2018년 KBrC(한국브루어스컵 국가대표 선발전)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이때 예선과 본선에서 만난 바리스타들의 시연을 바탕으로 정리한 브루잉 트렌드를 2가지 키워드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하리오 V60
KBrC, WBrC의 많은 선수가 선택한 드리퍼는 하리오 V60다. 2018 KBrC에 출전한 다수의 바리스타는 오픈시연에서 V60를 사용했다. 선명한 향미 표현이 가능하고, 추출이 빠르다는 이유였다. 바리스타들의 V60 선호는 지난해 4월 헝가리 부다패스트에서 열린 WBr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7 WBrC 파이널리스트 6명은 자신의 컴포서리, 오픈 서비스 중 하나의 시연에서 V60을 사용했다고 대답했고, 뚜렷한 산미 표현과 클린하고 선명한 향미를 그 이유로 들었다.

필자는 2010년, 유럽 출신의 한 바리스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에게 브루잉 도구 중 어떤 것을 선호하냐고 묻자, “개인적으로 V60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예뻐서다. 곡선으로 된 리브가 정말 아름답지 않아?”라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답변을 들었다. 칼리타 일변도의 당시 브루잉 시장에서 V60의 등장은 색다르고 획기적이었다. 앞선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예쁜 브루잉 도구로 주목받기 시작한 V60는 사용자의 조작이 쉽고 향미표현이 선명한 도구로서 인식되면서 자리 잡았다.

V60는 브루잉 도구를 통틀어 가장 큰 추출구와 곡선으로 끝까지 이어진 리브, 60도의 경사각도 등 모든 요소가 빠른 추출에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리스타는 자신이 설계한 레시피를 구현하기 좋은 도구로 하리오 V60를 선택하는 것이다. 2017 WBrC 챔피언 채드 왕도 오픈 서비스 시연에서 메탈재질의 V60를 사용했다. 지난해 12월 양재동 SPC사옥에서 열린 채드왕의 세미나에서 그는 V60를 사용한 이유로 “V60는 내가 사용할 커피의 선명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 줄 도구이기 때문이다. 나선형의 리브로 물이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물을 부을 때 큰 교반을 일으키지 않도록 추출구 부근에만 집중적으로 물을 부었다”고 답했다.


2. 스페셜티 커피
두 번째 키워드는 대회를 위한 스페셜티 커피다. 가장 많은 바리스타의 사랑을 받고 있는 커피를 꼽자면 단연 게이샤다. 브루어스 컵 오픈 서비스 평가항목 중 커피 향미에서 두 배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은 산미Acidity, 바디Body, 밸런스Balance다. 이중 모든 항목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산미에 집중해야 한다. 아라비카 품종의 특성상 좋은 산미는 좋은 플레이버로 연결되므로 기분 좋고 화사한 산미를 가진 커피는 여러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에 매우 유리하다. 이 같은 이유로 다채로운 꽃다발 같은 매력적인 향미를 지닌 게이샤 품종은 대회용 커피로 바리스타들의 선택을 받는다.

한편, CoE 커피를 사용하는 비중도 여전히 높다. CoE에서 입상한 커피는 향미를 인정받은 커피라는 점도 중요한 어필 포인트지만, 스토리텔링이 가능해 시연에서 활용하기 좋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통해 생산국에서 직접 커피를 공수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커피산지를 방문하여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향미를 가진 커피를 직접 찾고 선별하는 데 열정을 쏟는 바리스타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품종의 커피로 시연에 임하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게이샤는 물론 파카마라, 수단루메 등의 품종과 티피카, 버번 등의 품종이 갖는 향미를 설명하며 시연에서 스토리텔링을 이끌어가는 바리스타의 수가 적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3. 저온과 고온의 조화
브루잉에 사용되는 물의 온도는 약 90~96℃ 사이다. 대다수 바리스타는 자신이 선택한 커피의 종류와 로스팅 포인트에 맞춰 이 범위 내에서 추출할 온도를 선택적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최근 온도와 관련하여 눈여겨볼 변화가 생겼다. 낮은 온도에서의 도구 활용이 그 핵심인데, 차가운 물로 커피를 추출하는 콜드브루는 이미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고, 브루잉 도구를 차갑게 만든 상태에서 추출을 시작하는 바리스타들의 모습이 돋보인다. 2017 WBrC 챔피언 채드 왕은 오픈 서비스 시연에서 필터와 드리퍼, 서버를 모두 차가운 물로 린싱했다. 이에 대해 “추출수의 온도는 향미표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분명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다른 바리스타들보다 낮은 온도를 선호하는 편인데, 낮은 온도의 물은 무겁기 때문에 커피와 만나는 시간이 적고, 적은 버블로 과다추출의 위험성이 낮다”며, “2016 WBC 챔피언 버그 우의 시연에서 영감을 받았다.

포터필터를 차갑게 하여 추출하면 금방 사라져버리는 훌륭한 산미와 향기로운 아로마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테스트해봤다. 개인적으로는 산미 표현을 더욱 선명하고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 드리퍼와 필터 전반을 찬물로 식힌 후 추출에 사용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2018년 KBrC 챔피언 김수민 바리스타도 시연에서 온도를 낮게 내린 다음 추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채드 왕과 마찬가지로 버그 우의 시연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종이필터는 차갑게 하면 찢어질 위험이 있어 트라이탄 소재의 필터를 썼고, 이를 에탄올과 드라이아이스에서 급속 냉각시켜 영하 72도 부근의 온도까지 낮춘 다음 추출했을 때 커피의 향미가 더 선명해지는 것을 경험해서 이 방법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브루잉은 온도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서 서버와 드리퍼를 미리 예열하고, 적정 온도로 맞추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2018년 지금, WBrC, KBrC의 챔피언은 차가운 도구와 만난 커피가 선명한 향미를 낸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 결과 두 바리스타는 모두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송호석

사진 월간커피 DB


추천(1) 비추천(0)

  • 커피나라

    처음엔 하라는데로 하다가 요령이 생기면 내 스타일데로 맛있게 만들어먹기~

    2019-01-20

    좋아요(0)
  • 태린이

    물의 온도 외에 포터필터나 드리퍼의 온도제어로도 긍정적인 향미컨트롤이 가능하다는점 배우고갑니다!!!

    2019-01-19

    좋아요(0)
  • Rusiapark

    스페셜티와 브루잉 그리고 물의 온도 ?  잘배웠네요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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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하선경

    하리오 V60 를 사용중인데  긴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많이 배웁니다

    20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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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legroH

    필터의 저온상태를 만들기 위해 드라이아이스까지 이용했었다니 매우 참신한 연구네요!! 조만간 있을 KCC가 더욱 기대됩니다!!!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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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파엘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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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은짱

    잘배웠습니다
    감사 ♡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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