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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E Epilogue

전문가 칼럼

CoE Epilogue 순수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멕시코 CoE 2019
한 겨울 어느 날, CoE 실무 담당자, 에린Erin으로부터 멕시코 CoE 심사에 참여해줄 수 있느냐는 메일이 도착했다. 멕시코 CoE는 2018년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기에 되도록 다른 곳에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작년 시상식에서 울먹이던 멕시코 농부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흔쾌히 수락했다. 올해는 더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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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E 심사관과 자원봉사자
 
한 겨울 어느 날, CoE 실무 담당자, 에린Erin으로부터 멕시코 CoE 심사에 참여해줄 수 있느냐는 메일이 도착했다. 멕시코 CoE는 2018년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기에 되도록 다른 곳에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작년 시상식에서 울먹이던 멕시코 농부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흔쾌히 수락했다. 올해는 더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을지 궁금했다. 안타깝게도 멕시코 커피는 전세계 커피 생산국 5위권에 드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그리 인기가 많지 않다. 이유는 생산량 대부분이 미국과 캐나다,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에 판매되고 있기에 한국에서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고 그만큼 좋은 커피를 들여올 여지도 적다.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멕시코 커피는 ‘그저 그런 커피’라 오해하게 돼 수요가 줄었으며 그에 따라 공급 역시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CoE 같은 곳에서 ‘제대로’ 접할 기회가 한 번이라도 주어진다면 그 누구도 멕시코 커피를 저평가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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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E top10 중 한 농장의 모습

올해 CoE는 멕시코 북부인 베라크루즈Veracruz에서 진행됐다. 베라크루즈는 기존 CoE 대회에서 1등 커피를 많이 배출한 최고 강자다. 그러나 작년에 할리스코Jalisco 지역에 1위를 빼앗겨 올해는 우승 트로피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필승의 꿈을 안고 대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베라크루즈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보이는 드넓은 평원과 잘 가꿔진 커피가 그들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2019 CoE에 참가한 농장은 무려 200개가 넘었다. 그만큼 열기로 가득했는데 1차 프리 셀렉션Pre-selection과 2차 내셔널 라운드National Round를 거쳐 국제 심사관들이 모이는 3차 인터내셔널 라운드International Round에 모습을 드러낸 커피는 총 40개였다. 그 중 워시드는 30개, 내추럴은 9개였는데 나머지 하나는 허니프로세스Honey process였다.
첫 라운드에서 느낀 점은 작년보다 퀄리티가 매우 올라갔다는 점. 다른 나라도 매년 성장하겠지만 멕시코는 2년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이를 정확히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내추럴 쪽에서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는데 일반적인 내추럴이 아닌 독특한 프로세싱을 한 듯한 강한 향이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 하나는 지난해 낙찰받은 농장이 올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인가였는데 작년 13위였던 곳은 농장 사정으로 수확량이 부족해 참여하지 못했지만 2위를 차지했던 라 일루시온La illusion은 올해도 참가해 궁금증이 증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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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일주일간의 심사로 결선 TOP 10을 선발하는 최종 라운드도 끝이 났다. 이제 마지막 일정인 ‘농부와의 대화’차례. 멕시코 전역에서 모인 농부와 그 가족은 심사관들을 기다리며 맛있는 커피가 가지는 향미와 높은 점수를 받는 커피에 대한 팁, 전세계 바이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듣기 위해 질문을 쏟아냈다. 그중 호세Jose라는 농부가 올해 처음으로 게이샤 품종을 출품했다고 말했을 때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 왜냐면 40개의 커피 중 하나가 유독 게이샤의 뚜렷한 향미를 가지고 있었고, 매 라운드 내내 최고점을 기록했기에 이 농부가 올해 멕시코 CoE의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는 농부와 만났다. 바로 라 일루시온, 작년에 내가 낙찰받은 농장의 생산자였다. 이 농부는 다른 사람보다 손이 더욱더 거칠고 주름도 깊게 패어 있으며 간단한 영어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이었기에 대화에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사진 하나를 보여주며 “당신이 내 커피를 사서 받은 돈으로 이것을 샀다.”고 말했는데, 바로 커피 건조대 ‘아프리칸 베드’였다. 그렇다는 건 작년에는 나무 건조대 하나 없이 땅바닥에 널어놓고 말렸는데도 그렇게 대단한 커피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정말 콩 한 알 한 알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던 결과였다. 참고로 작년에 낙찰받았던 라 일루시온은 워시드 커피를 사 본 적이 없던 내가 유일하게 산 커피였다. 올해도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하며 당신의 커피를 또 한국에서 만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하고 시상식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대망의 시상식.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30위부터 호명되기 시작했다. 순위가 올라가면서 아직 이름이 불리지 않은 라 일루시온 농부의 모습이 아른거려 조금 걱정됐다. 드디어 TOP 10. 아직 그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혹시 작년처럼 2위일까? 하지만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엔 올해 모든 커피가 너무나 훌륭했다. 차라리 예선 탈락일 가능성이 더 높아보였다. 10위, 9위 …… 5위 그리고 4위! 드디어 라 일루시온이 호명됐다. 농부는 밝은 표정으로 뛰어나왔고 그와 큰 관계가 없는 나의 표정도 밝아졌다. 90.13점,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90점 이상만 받을 수 있는 ‘프레지덴셜Presidential’상을 받게 됐다. 별다른 특별한 장비 없이 오로지 깨끗한 커피를 주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다는 그에게 매우 어울리는 상이다. 아까 봤던 호세는 예상대로 1위에 호명됐다. 멕시코 최초의 게이샤 챔피언, 그것도 내추럴 품종으로 압도적인 점수, 93.07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아까 내게 준 1kg의 게이샤 커피가 다시금 소중하게 느껴져 가방에 고이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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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일루시온 농부와 함께

그렇게 멕시코 CoE 2019도 끝이 났다. 이번 CoE의 특이점은 지난해 5위를 차지한 한국인 농부에 이어 올해는 다른 한국인 생산자가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멕시코 농장이 꽤나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1위와 2위가 모두 내추럴이었다는 것 그리고 게이샤가 1위를 차지한 것도 처음이었다. 개최지로서 최고의 환대를 해주었던 주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베라크루즈는 2년 연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다른 지역에 내주었다. 내년에는 그들이 절치부심해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길 바라며 나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또 어떤 새로운 커피가 나를 기다릴지 벌써 기대된다.

*커피미업은 COE 4위 라 일루시온 낙찰에 성공, 올해도 국내에 멕시코 커피를 소개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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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커피미업 대표
現 CoE 국제심사트레이너
現 SCA AST

추천(0) 비추천(0)

  • 달콤한커피

    멕시코 커피가 요즘 더 주목받는 느낌이네요~한국에서 더 많은 멕시코 커피를 접하고 싶습니다~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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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룽브룽

    커피미업 김동완 대표님은 정말 커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멋있습니다!! 이번에 낙찰에 성공하셨다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마셔보고 싶네요!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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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NLEE

    브라질 커피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처럼, 멕시코 커피도 슬슬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국내 큰 로스터리에서 소개되기 시작하면 멕시코 커피를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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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러브커피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산지 정보는 매우 단편적인듯 해요~ 새상은 넓고 산지도 넓은데~ 
    커피농부들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네요~^^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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