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닫기

베버리지 스터디5

전문가 칼럼

베버리지 스터디5 식수를 개선하다 Ⅰ - 차(茶)
발효주를 알게 된 인류는 차를 통해 더 나은 식수를 찾아낸다. 그리고 급기야 향과 기능성만을 즐길 수 있는 음료로서도 향유하기 시작한다.
ab112931c998ee41d59b0d05955c3d33_1576811300_7418.jpg

식수로의 문제점이 대두되다

야외에서 활동하다 목이 마를 때면 한 번쯤 흐르는 강물을 바로 들이키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물론 우리는 아무리 겉보기에 깨끗한 물이더라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보통은 환경오염 때문에 강물을 마시면 위험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공업이 발달하기 이전의 청정 자연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은 많은 것을 녹여 품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지표수는 식수로서 적합하지 않다.?이런 사실은 오지를 탐험하는 탐험대의 가장 큰 고민이 식수라는 것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물 부족 현상을 겪는다. 비단 건기의 아프리카 뿐 아니라, 지표수가 넘쳐 나는 열대우림에서조차 현대 문명의 도움 없이 안전한 식수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로부터 수자원이 가장 풍부한 국가 중 하나였던 우리 역시 산골짜기 시냇물 정도나 깨끗했을 뿐, 산 중턱만 내려와도 강물에는 물이끼나 흙 등이 많아 바로 마시기는 쉽지 않았다.
마침내 흐르는 강가에 모여 살게 된 원시인류는 한 없이 비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강은 결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생명을 품은 강물은 박테리아와 기생충 등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부유생물도 함께 품고 있다. 탁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강물을 마시고 배앓이를 경험한 초기 인류는, 곧 강물이 식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다. 언제든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식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ab112931c998ee41d59b0d05955c3d33_1576811428_1017.jpgab112931c998ee41d59b0d05955c3d33_1576811428_2305.jpg
 

안전한 식수를 찾기까지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하나는 우물을 파는 것이다. 인류가 우물에 대해 언제 어떻게 이해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신석기 유적에서 우물이 발견됐다. 우물은 별 다른 수자원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에서도 물을 찾아낼 수 있는 놀라운 수단이다. 그러나 초기 인류는 우물을 충분한 깊이로 파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고, 지표 토양을 통해 간단히 정수된 것에 불과했던 대부분의 우물물은 강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흙탕물이었을 것이다.
불을 가진 초기 인류가 식수를 얻기 위해 했던 가장 좋은 선택은 물을 끓이는 것이었다. 강물이든 우물물이든, 받아서 가라 앉혀 뒀다가 끓이면 비교적 안전한 식용수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 행위가 물속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박테리아를 제거하기에 효율적인 방법임을 잘 알고 있지만, 초기 인류에겐 그저 물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시작해 본 행동이었을 것이다. 본능적인 감별법이 바로 냄새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만간 이들은 한 번 끓여서 냄새가 사라진 물이 비교적 안전함을 경험으로 실감했을 것이고, 곧 끓여서 식수를 만드는 방법이 정착됐을 것이다. 누군가는 좀 더 마시기 좋은 식수를 만들기 위해, 물을 끓일 때 뭔가를 넣어 함께 끓일 생각을 했을 것이다. 혹자는 물을 끓이던 토기에 우연히 나뭇잎이 떨어져 향긋한 물이 된 것이 차의 시작이라고 상상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개념이 먼저 발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바로 마실 만큼 비교적 깨끗한 물을 풍족하게 구할 수 있었던 지역이었다면, 물과 함께 단백질 및 채소를 끓이는 요리법의 발달을 거치고 나서야 뒤늦게 ‘차茶’라는 음료가 탄생했을 수 있다. 반대로 한 번 끓여도 여전히 냄새가 심한 강물을 이용해야 했던 곳이라면 ‘마실 수 있는’ 식수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좀 더 일찍 발생했을 수도 있다.

ab112931c998ee41d59b0d05955c3d33_1576811466_2082.jpg 

기능성과 향미를 즐기기 시작하다
오늘날 우리는 차나무 잎을 말려 우려낸 것만을 ‘차’로 좁게 정의하고 있지만,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명이 발생한 모든 곳에는 다양한 방식의 차 문화가 존재한다. 풀잎이나 나뭇잎이 수확도 쉽고 양도 넉넉한데다 잘 말려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취를 없애 향긋하고 맛있는 물을 마시기 위한 노력으로서 시작된 차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이 동원됐다. 향이 있는 식물의 잎이나 줄기, 나뭇가지, 뿌리, 꽃 그리고 과일의 껍질이나 곡식 등 마시기 좋은 물을 만들 수 있는 식물성 원료는 매우 많다.
차의 시작은 순전히 물을 마시기 위함이었다. 식수를 구하기 위해 약용 성분이나 향미가 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조금씩 문명사회에 접어들고 있었고, 목마름에 대한 두려움에서 안전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한다. 그리고 서서히 맛과 향이라는 관능에 충실한 음료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차에서 기능성을 찾고 우아한 향미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도시문명이 건설된 이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94f9388b3535f62eea36383b7073ef21_1567401437_0242.jpg 
음료전문가
베버리지아카데미 비크롭 대표

추천(0) 비추천(0)

  • 커피인사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알아가는 시간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0-01-06

    좋아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