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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소발효 Part 1-1

전문가 칼럼

무산소발효 Part 1-1 무산소발효, 이론을 검증하다.
최근 커피 업계에는 다양한 가공법과 품종들이 소개되고 있다. 대회에 출전을 앞둔 선수뿐만 아니라, 보다 특별한 커피를 판매하려는 업주들로부터 주목 받는 커피는 빠르게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맛보기도 어렵다. 여기에 중국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 진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고품질의 커피를 확보하려면 누구보다 서둘러야 하는 상황.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무산소발효Anaerobic’가 있다.

무산소발효, 이론을 검증하다.
필자는 이러한 트렌드를 검증하기 위해 페루의 파트너와 함께 직접 무산소발효를 시도했다. 페루의 생산자는 대부분 소작농이기 때문에 무산소발효를 시도한 이들이 거의 없고, 새로운 가공법의 시도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젊은 농부로 이뤄진 소규모 조직이 필자의 제안을 수락해 실험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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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실험이 진행된 곳은 페루 북부 중심도시 하엔에서 자동차로 3시간 떨어진 라 코이파La coipa 지역의 와일더 가르시아 농장이다. 이를 통해 페루의 전통적인 가공방식과 무산소발효 공법간의 차이를 관찰하고 향미의 변화를 측정하고자 했다. 모든 실험과정은 필자와 가르시아 농장 농장주, 엘 디아만테 조합 매니저인 마빈Marvin이 함께 진행했다. 처음 펄핑을 한 후 측정한 pH값은 모두 6.73, 6.63, 6.7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표1 ]은 12시간 마다 pH의 변화를 체크한 값을 정리한 것이다. 모든 커피는 발효의 속도를 늦추고자 발효가 진행되는 시간 동안 흐르는 물(약 10℃)에 담가두었다.

[ 표1 ] 시간에 따른 각 타입별 pH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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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페루 전통식 발효는 펄핑 후 발효 종료의 임계점으로 삼은 pH 3.5까지 도달하는데 약 24시간이 소요됐다(가르시아는 통상적으로 차가운 물에 담가놓지 않는 발효의 경우 12시간 정도 발효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무산소 환경을 조성한 커피는 다소 느리게 발효가 이뤄졌는데 시간의 변화에 따른 pH값의 하락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총 84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발효가 완료됐다.
마지막으로 특수효모를 첨가한 발효는 무산소발효에 비해 다소 빠르게 진행됐으며, 80시간이 지난 후 pH값이 3.5로 측정됐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무산소 환경에서도 첨가한 효모의 활동에 의해 발효가 조금 빠르게 이뤄지나, 산소가 차단된 환경에서는 효모의 첨가 여부와 관계없이 다소 발효가 느리게 진행됨을 확인할 수 있다.
발효의 임계점으로 삼은 pH 3.5에 도달한 커피는 약 10℃의 물로 깨끗이 세척한 후 각각을 스타일별로 구분해 건조시켰다. 건조는 약 15일간 그늘에서 천천히, 수분율 10~11%까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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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현지에서의 커핑에는 4개 조합의 품질 담당자가 참여했다. 샘플이 아직 한국으로 오고 있는 상황이라 현지 파트너들이 커핑한 내용을 토대로 향미적 특징을 기술하자면, 무산소발효 커피는 살구류의 과실 향, 계피 향이 도드라지며 페루 전통식 발효 커피보다 복잡한 향미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효모를 첨가한 발효의 경우 효모가 생성한 향미가 무산소발효의 향미와 결합해 더 복잡한 특징을 보이면서 전통 발효 커피보다 4점 이상 높은 커핑 점수를 기록했다고.
마빈은 “새로운 가공법을 시도하면서 ‘얼마나 더 좋아질까?’ 의구심을 품었다. 하지만 모든 공정에 직접 참여하고 인터넷에서만 보던 특별한 가공법을 시도해 커핑까지 해본 결과, 내년에는 더욱 특별한 커피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전에는 일상적으로 전통적인 방식의 가공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더욱 특별한 향미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노력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르시아는 “이런 발효가 독특한 향미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으니 실험적인 시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몇 개 떠오르긴 했지만, 우리 농장 커피 본연의 향미가 사라지진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실험도 실험이지만 결국 우리가 할 일은 커피 자체를 잘 키워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표2 ] 발효 방식에 따른 향미 차이(게이샤 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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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가공법이 시도되고 있는 요즘, 새로운 가공법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좋을까. 대구 <커핑포스트> 이치훈 대표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코스타리카는 테루아와 품종 간의 적응성이 좋지 못한 탓에 허니 프로세스와 기타 다양한 가공법을 시도해왔고, 이는 현재 하나의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까지는 이러한 행위가 인간의 노력으로 자연을 극복하는 멋진 결과물이라 생각했지만, 최근 콜롬비아의 스페셜티 커피 농장을 방문하면서 그 생각이 달라졌다. 그곳은 게이샤 워시드의 맛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서 내추럴을 시도하거나 또 다른 가공법을 연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누엘 디아즈는 “에티오피아와 예멘에서만 커피가 생산되던 시절에는 ‘워시드’라는 가공법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기후가 습하고 더운 지역으로 커피가 전파된 이후 워시드, 세미워시드 등의 새로운 가공법이 필요해졌다. 현재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다. 몇몇 산지들은 기존 커피의 향미가 예전만 못할 경우 특별한 가공법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8 마스터오브브루잉 챔피언 박민규 바리스타는 “무산소발효가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하나의 트렌드로 금방 지나갈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독특한 향미를 지녔다는 점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매일 그 커피를 마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가격대도 높다보니 대중들을 위한 커피라기보다는 커피인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호석
사진  송호석

추천(1) 비추천(0)

  • 초코두유

    궁금한 맛이네요!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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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달잉

    아직 맛보지 못했는데 궁금하네요~!!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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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파엘곤

    요즘 산지에서 이스트 발효도 한다고 하더군요.

    2020-02-04

    좋아요(0)
  • victoriabc

    정말 많은 정성이 들어간 프로세스네요. 맛도 매력적이지만 과정 또한 매력적입니다 ㅎㅎ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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