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안정화
우리나라는 지난 5월 6일을 기해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극단적 비상체제에서 ‘생활방역’,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상황을 전환하였다. 이는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상황으로의 전환이 아닌 단계적 사회 활동 완화의 단계로, 사회와 경제적 제한 정책이 다소 풀렸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재난지원금이란 명목의 전 국민 대상 재난자금을 투입하고 지자체별로 나름의 기준을 마련하여 현금 지원에 나셨다. 이는 사상 유례가 없던 국고 지원책으로, 국가적 경제 재난 상황 타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숙제를 해결하고자 전격 시행되었다. 국민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국가에서 제시한 방역대책을 따라왔고, 다소 답답하기는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 왔다.
차츰 안정되는 상황 속 모든 국민이 일상으로의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사회의 안정화와 함께 ‘보상적 소비’가 폭발하거나, 여전히 허리를 졸라매는 ‘제한적 소비’를 할 것이란 극단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과연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우리 커피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
카페 시장의 키워드
코로나는 커피 시장에 몇 가지 키워드를 던졌다. 커피 시장의 최일선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카페들은 ‘비대면’, ‘배달’, ‘대안’이라는 3가지 시사점을 마주하게 됐다. 이에 대해 카페를 운영 중인 업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1. 비대면의 일상화
코로나가 비말을 통해 감염된다는 소식은 사람들의 만남을 가로막았다. 우리나라에서 카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 대구 지역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전체 매출의 70%가 감소했다. 매출이 70%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 매출의 30%밖에 벌지 못했다는 뜻이다. 최근 코로나의 안정세와 함께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매출까지 올라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사람을 만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으며, 점심시간을 제외한 매장 내방 고객의 회복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다른 외식산업에 비해 빠르게 상승한 이유는 ‘커피의 대중화’라는 대명제도 있었겠지만 ‘공간을 즐기는 문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컸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공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비대면’이라는 현실을 맞닥뜨린 카페의 공간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앞서 인터뷰에 응한 A대표는 “매장에 테이블을 줄이고 더 나은 테이크아웃 시스템 구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단순히 음료를 가져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브랜드에 담긴 가치와 음료의 스토리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매장의 일상이 담긴 엽서를 준비하고 간단한 메시지를 손글씨로 적어 음료와 함께 제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매장의 단골손님들이야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바리스타와 일상적인 대화를 하지만, 99%는 서성이며 매장을 구경하거나 핸드폰을 만질 뿐이다. 그래서 ‘비대면’이란 키워드를 매장에 녹여내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내가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까지 바리스타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는 문화가 재고되어야 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또 다른 카페의 대표는 “바리스타가 먼저 손님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친절의 척도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직원들에게 ‘밝은 미소를 짓는 것만은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바쁘게 돌아가는 매장 상황을 고려하면 강요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기에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문화가 바리스타와 손님 사이의 거리를 벌려놓았기에 손님을 사로잡는 각 매장만의 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비대면 소비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강변에 위치한 B프랜차이즈 매니저는 “코로나로 매출이 주춤했던 것은 맞지만 최근 평일 매출이 이전 주말 매출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말 매출은 기존의 1.5배 정도인 것 같다. 코로나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친 이들이 매장을 찾는 것이다. 최근 내방객 숫자로만 보면 코로나가 끝난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러한 현상을 볼 때 커피 시장은 완전히 비대면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물론 상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휴양지나 외곽지역에 여유를 즐기러 오는 매장의 경우 매출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 커피도 배달 세상
SPC의 대표 브랜드인 ‘파리바게트’는 배달 시스템을 도입한 후 하락하던 매출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고 알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통·외식 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하나의 예로, 이마트는 매출이 급감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탄탄한 매출을 자랑하는 업체는 치킨 프랜차이즈와 같은 배달 중심의 브랜드다. ‘교촌치킨’ 김민우 팀장은 “전국 매장을 통틀어서 매출이 감소하는 경향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크게 상승한 건 아니지만 현상유지 혹은 소폭 상승세다. 이는 대부분의 가맹점이 홀 중심이 아닌 배달 중심의 영업을 하기 때문”이라며 “추가로 배달비가 든다고 해서 주문을 고민하는 경향은 더 줄어든 것 같다.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따로 받기 시작할 당시 반감이 심했는데, 이제는 모든 업종이 배달하는 상황에서 배달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앞으로 배달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더 높일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페 역시 많은 곳들이 커피 배달에 뛰어들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는 프랜차이즈는 물론 개인 카페까지 수많은 카페가 입점해있다. 앱에 접속해 몇 번 터치만 하면 주문한 커피를 집에서 받아 마실 수 있다는 게 배달 앱의 편리성이다. 대구 <커피명가> 지상준 로스터는 “커피를 누가 주문할까 생각했지만 최근 배달 매출을 보면 꼭 해야 하는 필수사항이 된 것 같다”며 “최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매장이 증가하고 있다. 아마도 내방 고객만큼 큰 비중으로 매출이 늘어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누린 매장도 적지 않다. <그릿커피랩> 박초우 대표는 “매장에서 올릴 수 있는 매출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친한 형님의 권유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배달하다보니 그 수익이 방문객으로 올리는 수익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배달 대행업체에 내는 수수료가 있긴 해도 전체적인 매출 구조를 보면 배달은 필수불가결의 요소가 된 것 같다. 향후 메뉴를 개발해 더욱 다양한 배달 메뉴를 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달을 통한 커피 판매에 모든 이들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커피소> 고재현 대표는 “감소한 방문객 수를 배달로 만회하는 방법을 고려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 현재 매장이 아파트 상가에 자리해 인근 아파트 단지에 배달을 해볼 수 있겠지만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매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은 카페들은 더 이상은 인하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음료를 판매하기 때문에 배달 전문 업체에 수수료를 내고 나면 중간이윤이 거의 없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 물론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영역이기에 상황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주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배달의 사각지대에 위치해 배달업체가 오지 않는 매장도 있고, 따뜻한 음료가 식어서 클레임을 받았다는 이야기 등 여러 부정적 의견을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0 이전과 이후의 카페 모습은 정말 다를 것 같아요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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