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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 시장의 변화로 읽는 경쟁력 있는 싱글 오리진 확보하기 Ⅰ

전문가 칼럼

생두 시장의 변화로 읽는 경쟁력 있는 싱글 오리진 확보하기 Ⅰ
2021년 커피시장에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변수가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2020년 초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모든 생산과 물류가 올스톱되고,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등 여러 생산국에는 자연재해까지 겹쳐 갖가지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커피 수입 업체들은 안정적인 생두 수급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직접 산지를 방문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 탓에 끊임없이 물음표가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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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기준 국제 생두 시장 현황
2021년 현재 국제 생두 시장은 극단적인 양극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인한 인력수급의 불안정과 이동 제한은 커피 품질 하락으로 이어졌고, 실제로 커피 경작 상황이 예년만 못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온두라스 북서쪽에 불어닥친 허리케인이나 과테말라에서 발생한 홍수 등의 자연재해는 2020/2021 생산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업체들의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콜롬비아 커피의 가격상승은 국내 커피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여겨져, 많은 업체가 콜롬비아 커피 가격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콜롬비아 업체의 국내 중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 업체 관계자는 “현재 콜롬비아 현지에서는 80~81점 수준의 수프리모 가격이 4불을 돌파했다. 정말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며 “평범한 수프리모의 가격이 너무 높아져 걱정된다. 콜롬비아 커피를 주로 사용하는 업체라면 올해는 미리 생두를 확보해두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쪽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전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에티오피아 커피는 이제 판매가 2만 원 아래의 커피가 맛있는 경우가 드물어졌고, 내추럴 커피의 독보적인 품질은 하향 평준화되고 있어 염려된다. 대체 불가능한 커피라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가격이 자꾸만 높아지고 있어 고민스럽다”라고 말했다. 또한 “케냐 커피도 마찬가지다. 한 해에 들어오는 여러 회사의 케냐 커피를 테이스팅하며 고정 라인업에 배치할 커피를 찾고 있지만, 2~3년 전부터는 맛있는 케냐 커피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가격과 향미가 좋은 커피들은 분 단위로 품절이 돼 난감한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 자신의 카페에서 사용할 생두를 확보하는 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됐다. 커피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와 같은 경쟁의 키워드를 꼽자면 ‘양극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원인과 향후 시장 전망, 다양한 측면에서의 해결책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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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고품질 생두 확보, 옥션 랏
생두 시장의 전반적인 가격상승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품질에 실망한 소비자들은 옥션 커피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CoE나 BoP 등 고품질 커피를 경쟁적으로 판매하는 시스템 ‘옥션 그레이드’는 CoE를 주최하는 ACE가 주도하고 있다. ACE는 2020년 에티오피아,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8개국 커피를 대상으로 온라인 CoE를 진행했다. 여기에 예멘 ‘퀴마Qima’와 같은 프라이빗 옥션을 진행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하와이, 탄자니아 커피를 옥션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했다. CoE 상위권 커피는 파운드당 수십 달러에 달하는 가격을 형성한다. 이 커피를 선택하는 바이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구매자 A씨는 “CoE 커피는 비싸다. 가끔 ‘이걸 왜 사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들어 2020년부터는 구매를 자제할까도 생각했지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옥션에 더 많이 의지하게 됐다. 가격이 높지만 마케팅적 요소로 활용할 수 있고, 좋은 품질의 커피를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장점 때문에 CoE 커피를 지속적으로 구매한다”라고 말했다. 또, “옥션을 통해 낙찰받은 커피를 생두 상태로 판매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친분으로 연락해오는 이들과는 소량씩 나눠 사용한다. 이들도 모두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CoE 커피 낙찰 국가 중 2~3위에 들 정도로 매우 많은 양을 구매하고 있다. 일례로 가장 최근 열렸던 ‘탄자니아 응고롱고로 커피 옥션Tanzania Ngorongoro Coffee Auction’에서는 총 26종의 커피 중 7개 랏을 한국 업체가 낙찰받았다. 2020년 다른 국가의 CoE에서도 다수의 한국 업체가 많은 커피를 구매한 내역이 확인됐고, 실제로 현재 여러 업체의 온라인 몰에서 2020년 CoE 커피가 판매 중이다.

이처럼 CoE나 기타 옥션 커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 커피라는 가치로 인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와 맞물리면서는 공신력 있는 커피로 더욱 주목받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A씨는 “코로나로 인해 CoE의 공신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본래는 해외 심사위원들이 대륙별 안배를 통해 본·결선 심사에 참여해왔으나, 코로나로 나라별 이동이 어려워지자 미국 내 실력 있고 경험 많은 헤드저지Head Judge급 심사위원들이 커피를 평가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회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다. 이전에는 대륙별 안배나 심사위원들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 편차가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의 CoE는 더욱 믿을만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예멘도 ‘퀴마’와 ‘포트오브모카Port of Mokha’ 등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퀴마는 예멘 출신의 영국 유학생들이 만든 플랫폼으로, 에멘에 숨겨진 다채로운 커피를 발굴해 전 세계에 판매하는 형식의 시스템이다. 예멘은 국제적 제재를 받는 매우 폐쇄적인 국가인지라 커피 역사적으로 중요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종류의 커피를 소개하지 못했다. 퀴마는 이 사실을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농부 이름과 스토리를 중심으로 옥션 랏과 순위를 부여해 CoE와 같은 방식의 경쟁판매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알려진다. 이 중 주목할만한 한 가지는 ‘품종’인데, 에티오피아의 ‘토착종Heirloom’처럼 자국에서 생산된 커피 품종에 ‘예메니아yemenia’라는 고유명칭을 부여해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 퀴마 옥션 랏을 경험한 사람들은 “매우 독특한 향과 맛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앞서 설명한 옥션 랏은 당분간 최상위 라인업의 한 줄을 차지할 전망이다. CoE의 네임 밸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매우 긍정적인 마케팅 요소이고, ‘전 세계 커피인이 품질을 인정한 커피’라는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샤Gei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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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시장의 큰 축은 품종과 가공법일 것이다. 먼저 품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커피는 ‘아라비카’와 ‘카네포라’로 구분할 수 있고, 이 중 우리가 원두커피로 소비하는 95%는 아라비카를 지칭한다. 아라비카 품종은 수천 가지의 하위품종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재래종과 개량종, 변이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최고급 품종으로 꼽히는 건 ‘게이샤’다. 게이샤는 1930년대 에티오피아 북서쪽 게샤 마을에서 채집됐고 ‘질병 저항성’을 지닌 품종으로 분류되어 케냐의 품종연구소에 보관됐다. 이후 1960년대에 탄자니아를 통해 코스타리카로 전해지고, 다시 파나마로 전달됐는데 당시에는 그다지 인상 깊지 않은 품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4년 BoP에 등장한 ‘하마리요Jamallio’ 지역의 게이샤가 전 세계 커피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파나마 서쪽 끝 보케테Boquete 지역에 자리한 피터슨 가족 소유의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한쪽 구석에 자생하던 게이샤를 발견했고, 이를 선별해 테이스팅했다가 깜짝 놀라 BoP에 출품한 것이었다. 이 커피 이전과 이후, 커피시장의 판도는 새롭게 재편됐다. 커피가 게이샤와 게이샤가 아닌 것으로 양분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게이샤의 인기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파나마를 비롯한 중남미 대부분의 커피 산지에서는 게이샤를 이식해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게이샤를 재배하는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훨씬 더 많아진 상황이다.

파나마 보케테에서 생산된 게이샤와 에티오피아 게샤 지역에서 재배된 게이샤 이 두 가지가 게이샤 품종을 지탱하는 양대 산맥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다른 테루아Terroir에서 재배된 게이샤 나무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진 커피로 생산됐고, 변이와 개량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페 업주 B씨는 “게이샤가 정말 많아졌다. 파나마만 해도 가장 대표적인 에스메랄다뿐만 아니라 데보라Deborah, 돈 훌리앙Don Julian, 산타 테레사Santa Teresa, 돈 페페Don Pepe 등 다양한 농장의 게이샤가 국내에 소개되고 있으며, 저마다 이에 대한 장점을 홍보하는 걸 보면 그야말로 ‘게이샤 전성시대’다. 이밖에도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중미의 게이샤도 다수 맛보았는데, 생각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커피도 있었다. 게이샤라고 해서 무턱대고 구매하는 건 자제해야 할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2만 원대부터 50만 원대까지 가격의 폭도 정말 크다. 어떤 게이샤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지는 본인의 판단이겠지만, 많은 카페의 메뉴판 상단에 게이샤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B씨는 “가격, 이름에 속지 말고 커핑을 통해 정확히 캐릭터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대구 <블랙로드커피> 이치훈 대표는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정말 많은 게이샤가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이게 정말 게이샤가 맞는지’ 싶을 만큼 향과 맛에서 의심되는 커피도 있지만, 농부들이 이미 게이샤라 명명한 커피를 부정할 수 없다. 파나마 게이샤, 에티오피아 게이샤를 분류하고 그 흐름을 추적하는 것 이외에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2019년에는 ‘잉카 게이샤’로 출품된 페루 CoE 2위 커피가 월드커피리서치World Coffee Research, WCR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SL9로, 다시 게이샤&버번으로 정보가 변경된 바 있다. 게이샤가 인기를 얻으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속에 게이샤를 구분하는 건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되어버렸다”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B씨는 이와 관련해 “2019 페루 CoE 1~2위 커피의 품종 유전자 검사를 지켜보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사과나 배도 진짜 부사 품종인지, 신고배 품종인지 검증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아 뭔가 슬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파나마에서 생산되는 모든 게이샤가 대단한 향과 맛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고, 다른 생산국의 게이샤라고 해서 무조건 파나마에 미치지 못하리라는 것 또한 같은 오류라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소개된 CoE 1위 출신의 온두라스 게이샤와 코스타리카 게이샤는 탁월한 향미로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온두라스 게이샤의 경우 많은 마니아층을 생성하며 ‘갓두라스’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또한, 최근 국내에 수입되어 소개된 바 있는 페루 엘 세드로 게이샤 내추럴Peru El Cedro Geisha Natural의 경우 수입된 전량이 입고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품절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엘 세드로 농장주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곳은 페루 북부 아마조나스Amazonas 주 론야 그란데Lonya Grande에 있으며, 농장주 닐슨 실바 디아즈Nilson Silva Diaz가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닐슨은 “본래 우리 농장의 주요 품종은 티피카, 버번 그리고 카투라였다. 그러다 농장이 속한 조합 관계자가 ‘게이샤를 심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2015년에 심어 2019년부터 수확하고 있다. 처음으로 생산한 게이샤는 농장에서 제일 좋은 향미를 가진 티피카와 혼합해 출품했는데 13위에 올랐다. 게이샤 재배가 좋은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게이샤의 인기가 높은 걸 알고 있다. 좋은 기회를 통해 한국의 커피 애호가들에게 내 커피를 소개하게 되어 매우 흥분된다. 앞으로도 우리 커피가 한국 시장에서 사랑받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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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세드로 농장주 닐슨 실바 디아즈
 
게이샤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이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카페를 방문하는 이들 역시 메뉴에서 ‘게이샤’라는 단어를 발견하면 전문성 있는 카페라고 느끼는 모습이다. 커피 애호가 장나영 씨는 “카페에 가면 별다른 생각 없이 아메리카노만 주문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메뉴판을 자세히 보게 됐다. 외식업에 종사하다보니 커피를 잘 모르긴 해도 게이샤라는 품종에 대해 듣게 됐고, 메뉴 주문 시 하나의 선택요인이 됐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게이샤 한 종류 정도는 준비하는 것이 다양한 소비자의 속성을 충족시키는 방법이자 특별한 싱글 오리진 라인업을 구성하는 방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이샤 커피가 지니는 폭발적인 향미와 함께 품종의 가치에서 오는 프리미엄까지 더한다면, 싱글 오리진 라인업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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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HOHUU

    요즘 정말 카페에서 게이샤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가격도 너무 저렵해서 놀랐는데 맛도 제가 아는 맛이 아니라 더 놀랐어욬ㅋ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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