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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속 커핑,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Ⅱ

전문가 칼럼

코로나19 시대 속 커핑,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Ⅱ
커피 제3의 물결인 ‘스페셜티 커피시대’를 지나며 커핑은 커피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이들은 ‘이름이 있고, 얼굴이 있는 커피’라는 은유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예측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 세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이로 인해 초래된 다양한 문제가 꼬리를 물고 있다. ‘커피 제4의 물결’까지는 아니더라 ‘커피 제3.5의 물결’은 ‘비대면시대의 커피’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3. 생두 수입업체의 커핑
앞서 언급한 커피리브레의 커핑은 매우 신선하고 적절한 행사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생두 업체는 미리 신청한 이들에게 샘플을 발송하고 이를 칼리브레이션하는 정도로도 마케팅이 가능한 건 ‘서필훈 대표’이기 때문이라 입을 모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커피리브레와 비슷한 방식으로 커핑을 진행했다. 전국 주요 거점 도시의 파트너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동시간에 커핑하며 SNS 라이브로 의견을 교환하는 행사였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고, 대면 커핑보다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업체가 이런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서필훈 대표는 업계에서 워낙 유명한 인물이기에 관심을 모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가 직접 출연해 행사를 진행한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어 아직 SNS 라이브 커핑은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커핑이 어려워지자 자신이 취급하는 커피를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효한 창구가 사라진 생두 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지침을 준수한 커핑 진행, 변경된 SCA 커핑 프로토콜이라는 대안이 있긴 하지만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과 혹시 모를 감염에 대한 공포 그리고 이로 인한 이미지 손상 등에 대한 우려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앞서 SNS 마케팅에 대한 의견을 밝힌 생두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원래 일정보다 2개월 늦게 커피가 도착했다. 열심히 판매해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고객에게 전달됐으면 하지만, 좋은 방안이 떠오르질 않는다. 미리 신청받아 회사 안의 랩Lab에서 커핑하는 바법을 고민 중인데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두 업체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뉴크롭이 들어오는 달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요즘처럼 한가한 건 몇 년간 처음인 것 같다. 빨리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고, 코로나 사태를 고려해 예년보다 수입량을 축소해 부담을 줄인 게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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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사용자(카페) 관점에서의 커핑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대중화되면서 ‘더욱 특별한 커피’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업체가 많아졌다. 특히나 ‘갓 수확·수입된 커피’로 마케팅을 펼치거나 ‘나만 사용하는 커피’, ‘소량밖에 없는 커피’와 같은 슬로건이 빈번히 관찰되는 상황 속 발발한 ‘코로나 전쟁’은 생두 수급에 더 높은 허들을 만들었다.
규모가 있는 업체는 생두 회사에서 제안하는 생두 샘플을 받아 자체적인 커핑을 진행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 커핑만으로 커피를 접해온 소규모 카페들은 소량 구매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러나 쏟아져 들어오는 모든 생두를 직접 구매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한 개인카페 점주는 “뉴크롭이 들어오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없었다. 몇몇 업체의 비즈니스 커핑에 참석해 구매할 커피를 선택하는 게 지극히 평범한 방법이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뉴크롭을 맛보려면 일단 구매를 해야 하니 몇 가지만을 사볼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매출이 반토막난 것만으로도 우울한데 뉴크롭을 맛보는 즐거움도 줄어 너무 아쉽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한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새로운 프로토콜로 커핑을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돼 뉴크롭을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업주가 같은 의견인 건 아니다. 한 점주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는 상황에서도 커핑을 여는 걸 이해할 수 없다.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는 모든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빠른 종식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나 또한 커피인인데 어떻게 뉴크롭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없겠는가. 상황이 엄중한 만큼 대중 행사르ㄹ여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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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E 커핑
‘커피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컵오브엑설런스(이하 CoE)도 코로나로 인해 멕시코, 온두라스는 대회가 취소됐으며, 예정대로 진행된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의 국가는 최종 순위를 결정하는 커핑은 미국에서 진행됐다. 베스트오브파나마(이하 BOP) 역시 주요 국가로 샘플을 보내 커핑을 진행한 뒤, 모든 커핑 결과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매겼다. 그렇게 결정된 순위에 따라 각국의 ACE 멤버에게 샘플을 배송한 다음 옥션을 통해 커피를 판매했다. 샘플 수령자들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제한된 인원을 초대한 상태로 비공개 커핑을 진행한 후 CoE 응찰에 임했다고. 이런 과정을 거쳐 커피를 낙찰받은 한 업체 담당자는 “코로나로 인해 생산국의 품질 변수가 생겼다. 따라서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커피라 생각하는 CoE, BOP와 같은 옥션 커피 판매가 호황을 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 현재 CoE 지역 예선이 진행 중인 생산국의 상황은 어떨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2018~2020년 3년 연속 CoE 내셔널저지로 활동하고 있는 리차드 베라스퀘 다미아노Richard Varisque Damiano에게 현재 페루 CoE 지역 심사의 현장에 대해 몇 가지 물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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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베라스퀘 다미아노

본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페루 중부 라 메르세에 위치한 ‘나르사Narsa’란 회사에서 QC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2018년부터 매년 CoE 내셔널저지로 참여 중이다.

페루의 코로나 감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들었다. 현실은 어떤가?
매우 심각하다. 지역 간 편차는 있지만, 상당한 사람이 감염됐고 사망자 수도 많다. 병원에 가도 치료를 받기 어려운 수준이라 개인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커피 농부들이 감염되어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매우 안타깝다.

지난해와 올해 CoE 대회의 분위기를 비교한다면?
코로나 상황이 엄중하다 보니 올해 CoE는 몹시 조심스럽다. 모든 심사위원과 스탭이 머리망을 하고 마스크를 쓴 상태로 모든 행사에 임하고 있다. 한 세션당 총 10개의 샘플이 심사위원별로 2컵씩 주어졌다. 커핑은 심사위원 사이 간격 1m를 유지한 채로 조심스레 이뤄졌다. 2019년 CoE는 지역 심사에서부터 축제와 같았는데, 올해는 다소 차분했으며 커핑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올해 CoE는 잉카의 수도인 쿠스코Cuzco에서 진행될 계획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안티 바이러스 프로토콜 커핑
1. SCA의 새로운 프로토콜
SCA에서 내놓은 새로운 커핑 프로토콜은 여러 명이 함께 커핑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슬러핑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워, 휘발하는 향까지 모두 감지하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따른다. 그래서 커핑 경험이 많은 커퍼들에게 이 방식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향을 감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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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림
가비스쿨아카데미(김길진커피랩 부산 분원) 원장

슬러핑은 커피의 향미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바뀐 프로토콜 에서는 슬러핑을 하기 어렵다. 물론 개인 컵에 옮겨 담은 커피를 마실 때 공기와 함께 빨아들일 수 있긴 하지만, 슬러핑에서 감지할 수 있는 느낌과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커핑이 준비되지 않은 장소에서 갑자기 커핑 노트를 작성해야 할 때 사용했던 방식을 적용해 보니 의외로 괜찮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혀 위에 올려, 숨을 약하게 들이쉬며 입을 헹구듯 커피를 입안에서 굴리면 향미가 입안 전체로 확산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을 사용해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조은지
2018 마스터오브커핑 챔피언
아마티보 코리아 팀장

우선 바뀐 프로토콜에서는 종이보다는 유리나 세라믹 소재의 컵을 사용하는 게 좋다. 컵이 어느 정도 깊이가 있어야 향을 감지하기에 용이하다. 한편 개인 트레이로 빠르게 진행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개인 트레이란 각 샘플별로 물을 붓고 브레이킹까지 마친 커피를 참가자 숫자대로 미리 덜어 개인별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즉, 4분간의 추출을 마친 커피가 담긴 컵을 샘플 숫자만큼 제공받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커피가 너무 빠르게 식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커핑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각 샘플별로 스푼을 준비해 참가자가 개인 컵에 커피를 덜어 마시면서 이동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개인마다 향과 맛을 감지하는 방법이 각기 다르다 보니 어떤 게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깊이 있는 유리 재질의 개인 컵을 준비하는 것’과 ‘많은 커피를 커핑할 경우 기존 커핑보다 속도감 있게 향미를 감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치훈
<커핑포스트> 대표

개인적으로 원래부터 슬러핑보다 코안에서 커피 액체를 마찰시키는 방식으로 커핑했기에 바뀐 프로토콜에도 크게 어려움은 없다. 입안에서 커피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공기를 코로 내뿜는 방식이다. 강아지가 냄새를 맡을 때 공기를 강하게 들이마시는 것처럼 입안에 커피를 머금고 코로 공기를 내보내면 커피가 지닌 향을 인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슬러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이런 방법을 시도해 보기를 추천한다. 커피가 지닌 향 중에는 분자량이 가벼운 것도, 무거운 것도 있으니 위와 같은 방법으로 거듭하다 보면 커피가 지닌 향을 모두 감지할 수 있다.

리차드 베라스퀘 다미아노
나르사 QC 매니저

생산국에서는 샘플의 숫자가 워낙 많아 개인 컵에 덜어서 맛보는 방식이 꽤나 힘들었다. 하지만 개인 컵에 덜어 둔 커피를 슬러핑하듯 테이스팅하는 게 가장 간편했다. 물론 스푼에 바로 입을 대어 맛보는 것보다 향의 강도가 약하게 느껴지지만, 커피가 가진 대부분의 특징을 확인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유리 혹은 도자기 컵을 활용하고, 가능한 슬러핑과 유사하게 공기와 함께 강하게 빨아들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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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별 커핑
SCA의 새로운 프로토콜은 비말 전파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해결책이지만, 원천적으로 전파 원인을 없애는 방법은 개인별로 컵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페루 CoE는 각 샘플을 심사위원별로 2컵씩 따로 제공하며, 물을 부은 다음부터는 기존 커핑과 다름없이 슬러핑하는 방식으로 예선을 진행하고 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리차드는 “커핑이 더 개인화되니 커피에 집중할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말했다.
개인별로 커피를 따로 준비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고, 학습을 위한 커핑에도 이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 하지만 다수의 참가자가 한 번에 커핑해야 하거나, 비즈니스 커핑 자리에서 많은 샘플을 맛봐야 하는 경우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으니 상황별로 적합한 방식을 채택해야겠다.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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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HOHUU

    사람이 모인 곳도 피해가는 상황인데 아무래도 커핑은 더욱 어려워졌죠... 얼마 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커핑 진행할 걸 본 적이 있는데 아무리 전문가의 해석이 있어도 직접 하지 않으면 아쉬운 점이 많더군요.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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