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를 마시거나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칼럼을 작성하기에 앞서 검색해 본 ‘카페’의 사전적 정의다. 분명히 카페는 음료 또는 간단한 식사를 판매하면 충분한 기능을 하는 곳이었다. 혹시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이 공감하겠지만 이제 카페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담아내야 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음료와 식사 외에 카페가 새로운 영역으로 확보한 것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경영자가 앞다투어 이목을 끌만한 신선한 문화적 가치를 카페와 결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카페는 문화를 담아내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공간이다. 규모와 무관하게 주위를 둘러보면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소들을 반드시 찾을 수 있다. 작품을 걸어둔 벽이 있고, 제품을 전시해둔 선반이 있고, 피부와 맞닿는 가구와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이 있다. 그리고 그 종착엔 이러한 카페의 모든 기능을 경험하러 오는 고객이 있다. 핵심은 이전의 카페에선 맛있는 음료와 식사만 제공하면 충분했기에 오감 중 미각을 제외한 네 가지 요소는 적당히 충족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카페에는 취향을 반영하고 공간의 결을 제시할 수 있는 요소가 정말 많다. 본 지면에서는 카페가 채울 수 있는 오감의 영역을 ‘무형의 공실’로 일컫기로
한다.
모든 것을 갖춰야 하는 지금의 카페 업계에서 뒤처지지 않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각 영역의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는 것이다.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쉬이 기피하게 되는 선택지일 수 있다. 이전부터 꼭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거나 모든 것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운영하는 점주라면 타인의 능력을 빌리는 것이 다소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의 힘을 빌리더라도 나만의 결을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의 취향과 목표하는 바를 잘 전달한다면, 전문가는 그 내용에 맞게 내 것들을 더욱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해 줄 것이다.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게 단점이겠으나, 역량이 부족하다면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둘째는 나 자신의 성장을 이룩하는 것이다. 앞서 전문가의 역량에 기대라고 했으니 직접 책임지는 방법이 다음으로 제시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일 테다. 나의 취향을 선명하고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면 된다. 커핑, 로스팅, 추출, 라떼아트 등 커피와 관련해 내가 잘하고 자신 있어 하는 것들은 그대로 장점으로 두고, 시야를 넓혀 새로운 강점을 확보하자. 전시물, 음악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거나 관련 세미나를 다니며 무형의 공실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공간에 문화적 가치를 녹여낸다면 지금보다 더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례로 최근 <루아르커피바> 망원점에선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 현악 2중주 연주회 ‘여름밤의 바로크’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에겐 드립백과 머그컵을 웰컴기프트로 증정했으며, 유료 행사였음에도 서른 명 정원이 마감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어 다음 기획을 준비 중이다. 홍대점에선 프로젝터로 벽면에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한 ‘더컬러스팟: 꿈속의 자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각 매장의 공실에 따라 매력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문화적 요소를 담아내는 것을 추천한다. 꼭 화려할 필요는 없다. 자신과 매장의 상황을 고려하여 적합한 전략을 모색해 나가자. 관심을 갖는 만큼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해질 테다. 아쉬운 이야기일 순 있지만, 맛있는 커피 한 잔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커피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공간이 다시 한번 사랑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글을 작성하고 있는 이 시점엔 커피 외의 다른 영역까지 세련되게 잘 표현하는 곳, 그리고 그것을 나의 취향에 맞게 잘 아우르는 곳이 독창적인 매력을 갖춤으로써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카페 방문객이 무형의 공실에 주목하고 있다. 무형의 공실을 잘 채워 어떠한 어려움과 변수가 찾아오더라도 잊히지 않고 유지되는 좋은 브랜드와 공간을 만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