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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커피인들과의 뜻깊은 만남

커피스터디

산지 콜롬비아 커피인들과의 뜻깊은 만남
커피의 매력 중 하나는 사람을 모이게 하고 그들의 끊임없는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다. 평소 즐겨 마시는 커피를 소개하는 것에서부터 커피산업과 카페 창업,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콜롬비아에서 낯선 커피인들과의 만남이 매 순간 흥미로웠던 이유는 커피로 모든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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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티보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 메데진Medellín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우리나라에 남아메리카 생두를 유통하는 ‘아마티보Amativo’의 본사였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벽에 걸린 커피 자루와 퀄리티 컨트롤(QC)을 위한 커핑 테이블. 각기 다른 형태의 로스터기 두 대와 생두 정보가 빼곡하게 적힌 화이트보드, 그리고 화장실에 놓인 거대한 플레이버 휠까지 아마티보 사무실은 그야말로 커피로 시작해서 커피로 끝나는 환경이었다. 아마티보의 대표 다니엘Daniel과 품질 담당자 하피드Hafid, 세바스티안Sebastian이 사무실을 안내하고 QC 진행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커핑은 콜롬비아 커피 한 세션, 에콰도르와 브라질 커피 한 세션으로 이루어졌으며 다양한 품종과 가공법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브라질 원두 4종은 기존의 고소한 향미와는 다르게 복합적인 아로마와 강렬한 스파이스가 느껴져 색달랐다. 콜롬비아 세션에서는 치로소 품종이 14가지 원두 중 4개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는데, 게이샤뿐만 아니라 치로소 품종의 재배를 늘리고 수출하려는 계획이 엿보였다. 산지 연수 동안 맛본 다양한 치로소 품종에서는 공통적으로 클린하면서 플로럴한 향미와 깔끔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이 밀은 퀄리티 체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생두를 무게와 스크린 사이즈로 선별하는 공간, 포장하는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아마티보에서 생두를 선별하는 방법은 흙이나 돌,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등을 걸러낸 생두를 선별 기계에 넣고 무거운 생두와 가벼운 생두로 나누는 것이다. 여기서 더 정확한 분류를 위해 무게를 세분화한 후 두세 번에 걸쳐 선별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생두를 선별하고 포장을 진행하는 과정과 생두를 싣고 나르는 트럭들이 오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아마티보 직원뿐만 아니라 지역 농장주들도 자주 방문하는 생동감 넘치는 현장이었다.


메데진의 상공회의소
 
이튿날 아침엔 상공회의소로 향했다. 감사하게도 메데진의 바리스타들이 한국에서 온 챔피언들의 커피를 맛보며 대회 이야기를 듣길 원했고, 이 기회를 통해 한국에서 로스팅한 메데진의 커피를 현지인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도시의 상업 및 수출을 관장하는 경제 업체인 상공회의소에서 커피 행사를 주도한다는 사실이 커피 산지에 온 것을 실감하게 했다. 전날 만났던 카페의 바리스타들과 상공회의소 직원들, 대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바리스타들이 행사에 참석했고 그들은 대회 이야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주요 내용은 에스프레소 추출 레시피와 콜롬비아 커피를 선택한 이유 등이었다. 그중에서도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 공식 에스프레소 머신, 그라인더 정보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대회를 향한 콜롬비아 청년 커피인들의 열정과 소비국인 한국 스페셜티 커피업계에 대한 생산국의 관심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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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리오 농장


로사리오Rosario 농장은 필자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커피 농장이다. 이곳은 메데진 번화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아름다운 경치로도 유명해 관광 사업에 유리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친근한 미소가 매력적인 농장주 호세Jose가 우리를 반겨주었고 농장 주변의 바나나 나무와 플랜테인Plantain 나무를 설명하며 소개를 이어 나갔다. 이곳은 접근성이 좋아 방문하기는 쉽지만 그만큼 다른 농장에 비해 고도가 낮아 가공 방식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호세는 미생물 발효 프로세스를 예로 들며 5년 된 미생물 통을 보여주었다. 오랜 세월에 걸맞게 두꺼운 미생물 층이 눈에 띄었다. 그는 5년간 같은 미생물에 커피 체리만 바꾸어 발효를 진행해 왔고 해를 거듭할수록 더 좋은 맛과 품질을 위해 연구에 몰두한다고 전했다.

로사리오 농장은 게이샤, 치로소, 라우리나, 에티오피아 등 전 세계의 유명 농장에서 커피 종자를 들여와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대규모 생산보다 좋은 품질의 스페셜티 커피를 집중생산하고 자체 로스팅한 원두도 판매한다. 농장 소유의 카페도 운영 중인데 소속 바리스타들은 커피 교육 및 농장과 커피를 소개하는 관광 가이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이처럼 그들만의 철학과 특성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스페셜티 커피전문점들과 닮아 있었다.

로사리오 농장의 건조 베드에는 다양한 프로세스의 생두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알록달록한 생두가 눈에 띄었다. ‘코차다Cochada 프로세스’를 활용한 것으로, 수확 날짜가 하루씩 차이 나는 커피 체리들을 3일간 한 베드에 블렌딩해 건조함으로써 좀 더 다채로운 맛을 끌어내고자 하는 방식이다. 커피 농장의 나무들과 웻 밀, 건조 베드에서 말라가는 생두들이 마냥 신기하고 새롭기만 한 순간이었다.

경치가 좋은 농장 꼭대기에서는 파카스와 라우리나 품종 커피를 맛보았다. 내추럴 프로세스를 거친 파카스 품종은 다채롭고 풍부한 과일과 허브의 향미가 느껴졌다. 특히 기대했던 로우 카페인Low Caffeine 태생인 라우리나 품종은 허브와 캐러멜의 단맛이 조화로웠고 깨끗한 질감이 인상적이었다. 로우 카페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는 아주 좋은 커피였다. 호세가 직접 커피를 내려주었는데, 커피 퀄리티에서 그의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날 만난 커피인 대부분이 소속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모습에서 커피인의 자긍심과 더불어 자신의 소속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커피인들의 직업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커피 체리에서 비롯된 세계의 커피 커뮤니티는 그 무엇보다 거대하고 단단하다.


Writer / Photo  최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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