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바니아
가장 처음 방문한 카페 <얼바니아>는 대자연 한가운데 들어온 듯한 외관, 그와 잘 어우러지는 내부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 공간이었다. 특히 바리스타가 일하는 바가 포토존으로 기능하고 있어, 바리스타가 카페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얼바니아의 상징은 재규어다. 그저 멋들어진 로고로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여기에는 환경 보존과 커피의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지키는 데 힘쓰는 이들은 모금과 캠페인을 벌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커피, 혹은 재규어 보호 지역의 생산물만을 사용한다. 또한 재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이나 분쟁지역, 소규모 농장의 생산자를 위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커피를 구매함으로써 콜롬비아 스페셜티 커피시장의 전체적인 발전과 커피 체인의 보호를 도모하고 있다.
카페에서는 이 철학에 걸맞게 콜롬비아 커피를 취급하고 있었다. 우리는 좋은 단맛과 고소한 향미를 지닌 ‘파즈PAZ 블렌드’로 만든 아메리카노, 카페 라떼, 브루잉 커피 그리고 베리류와 시트러시한 과일 향미가 특징인 허니 프로세스 원두 ‘허니Honey’를 브루잉 커피로 맛봤다. 두 원두의 컵 노트 모두 굉장히 선명해 ‘현지 커피의 신선함이 이런 것일까’라는 호기심이 일었다. 특히 카페 라떼에서 느껴지는 농밀한 단맛에 콜롬비아 우유를 궁금해 하자 바리스타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우유를 꺼내 맛보여줬다. 친절한 응대로부터 얼바니가 추구하는 소통과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느껴져 콜롬비아 카페에 대한 좋은 첫인상을 갖게 한 곳이다.
2. 티피카
두 번째로 찾은 <티피카>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커피 맛집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브루잉 콘텐츠를 촬영 중인 바리스타 케빈Kevin을 만나는가 하면, 테이블마다 손님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티피카는 커피 관련 기물과 장비를 수입·유통하고 좋은 품질의 콜롬비아 원두를 판매하는 스페셜티 커피 회사다. 그에 걸맞게 매장에는 다양한 추출 도구와 포트, 그라인더, 커피 관련 액세서리, 원두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티피카는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이곳 바리스타들 역시 커피 대회에 꾸준히 도전하며 콜롬비아 스페셜티 커피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 그리고 콜롬비아 게이샤, 치로소, 핑크 버번 세 가지 품종의 원두로 내린 브루잉 커피를 주문했다. 티피카의 커피 역시 선명한 컵 노트를 지니고 있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릴 뿐 품질이 뛰어났다. 산지 커피의 신선함에 확신을 갖게 된 경험이었다.
3. 라 파브리카
마지막으로 방문한 카페는 카레라Carrera에 위치한 <라 파브리카>. 동행한 다니엘Daniel의 소개에 따르면 카레라는 힙한 펍이나 브루어리, 카페가 많아 최근 들어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는 동네다. 우리나라의 성수동 같은 느낌이었다.라 파브리카는 로스팅과 납품을 주로 하는데, 콜롬비아에서 많이 쓰이는 로스터기인 ‘프리즈마Prisma’의 개발에도 참여했다. 프리즈마가 개발되기 전, 성능이 좋은 로스터기는 값이 비싸고 저렴한 로스터기는 성능이 좋지 않아 메데진내에는 로스팅을 직접 하는 카페나 업체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성능을 갖춘 프리즈마가 개발되면서 메데진 스페셜티 커피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라 파브리카의 가장 주요한 사업은 메데진 스페셜티 커피시장의 발전을 위한 협업이다. 이를 위해 카페 옆에는 공유 오피스 같은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지역의 커피 관련 인력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며 소규모 농장이나 업체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노무, 법인, 수출 등의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의 아이콘답게 이곳에서는 근처 맥주 브루어리와 협업해 만든 커피 맥주를 맛볼 수 있었다. 흑맥주에 청량감이 한층 더해진 느낌으로 맛이 굉장히 좋았다.
방문한 세 곳 모두 콜롬비아 커피시장의 발전을 위해 각자의 신념하에 직접 행동하고 있는 업체였던 덕분에 콜롬비아 커피시장을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단순한 커피 생산국을 넘어 자국과 세계의 환경을 지키고 커피시장을 알리며 협력을 통해 발전해가는 곳. 스페셜티 커피 생산국인 동시에 훌륭한 소비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콜롬비아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됐다.
Writer / Photo 최예슬 바리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