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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성분과 효능

커피스터디

차의 성분과 효능
월간커피에서 차 이야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일 년 열두 달째. 그동안 육대 차류를 중심으로 각각의 차가 어떻게 등장하게 됐으며 그 특징은 어떠한지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한 해 동안 풀어놓았던 차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기업 그리고 학교에서 티 클래스를 수없이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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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폴리페놀, 카테킨
 

연예인의 일상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이 차를 마시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 있다. 군살 없는 탄탄한 몸으로 이름난 그가 차를 마시고 요가를 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차를 마시기 시작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왜 차를 마시느냐 물어보면 주로 건강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차 수업을 진행하며 가장 자주 받았던 질문도차를 마시면 어디에 좋으냐는 것이었다. 이처럼 차는 건강에 이롭다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있다. 밀크티를 포함한 몇 가지 티 베리에이션 음료를 제외하면 보통 찻잎과 물 외의 다른 첨가물은 넣지 않으니 아무래도 액상 과당이 든 다른 기호 음료에 비하면 낫긴 하겠다. 하지만 그런 걸로 치자면 커피도 설탕이나 크림을 빼고 마시면 그만일 터. 차의 무

슨 성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을 꼽자면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Cathechin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폴리페놀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생성된 것이다. 색이 있는 대부분의 식물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지나 블루베리의 보랏빛 안토시아닌, 토마토의 붉은색 라이코펜처럼 커피나 와인에도 들어있는 성분이다. 이것이 우리 몸에서 하는 대표적인 좋은 일이 바로 항산화 작용이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고 호흡하며 에너지를 만들어 움직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반적인 산소보다 활성이 크고 불안정한 상태의 산소가 생기는데, 이것을 활성 산소라 한다. 이들은 몸속에 있는 다른 분자들과 쉽게 결합해 산화 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세포와 조직이 상하게 된다. 우리가 늙고 병드는 대부분의 원인이 활성 산소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리페놀은 이러한 활성 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늦추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차에는 여러 가지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가장 효과적인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이 바로 카테킨이다. 다른 폴리페놀에 비해 활성 산소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안정화시키므로 많은 관심을 받는 성분이기도 하다. 카테킨은 본래 무색이지만 찻잎 속의 효소에 의해 산화되어 노랗고 붉게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청차와 홍차를 만드는 원리가 된다. 카테킨을 포함한 찻잎 속의 폴리페놀 성분들은 차의 맛과 향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 떫고 쓴맛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상쾌한 풍미로 느껴지기도 한다.


커피에는 없는 테아닌
 

근래 들어 차가 이토록 각광받는 것은 단순히 항산화 작용 때문만이 아니다. 차에는 커피엔 없는 특별한 성분이 있다. 차도 커피도 머리를 맑게 해주는 각성제의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차는 예로부터 선승들과 함께하는 수행과 명상의 동반자로 발전해왔다. 최근 요가의 유행과 함께 차를 마시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계된 차의 주요 성분이 바로 테아닌Theanine이다.

테아닌은 차에 들어있는 아미노산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다. 아미노산인 만큼 차의 감칠맛을 담당한다. 단백질로 합쳐져 우리 몸을 구성하는 데 쓰이진 않지만 세로토닌 등의 신경 전달 물질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을 해소하고 나아가 집중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며 ADHD 질환에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숙면으로 이끈다 해서 최근엔 약국에서 테아닌 정제를 따로 판매할 정도다. 다 떠나서 현대인을 괴롭히는 만병의 근원 중 으뜸인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더욱이 테아닌은 지구에서 차 아닌 다른 동식물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희귀 성분이라 차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약이 아닌 기호 식품
 
카테킨과 테아닌의 활약 외에도 차는 지방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고 지방 분해를 촉진하며 콜레스테롤 저하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인의 이뇨 작용에 의한 디톡스 효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보이숙차의 경우 당뇨 질환에 도움을 준다고 하여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보이기도 하는 차는약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기호 식품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필자만 해도 차에 우유나 설탕을 넣지 않고 매일같이 마셔온 지 30년 가까이 되지만 이십 대 이후 한결같은 과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다이어트 음료의 대명사로 알려진 차의 효능만 놓고 보자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지. 차의 카테킨 성분이 지닌 항산화 효과가 아주 의미 없지는 않겠지만 암을 치료할 만큼 차를 마신다면 암세포가 사멸하기 전에 먼저 물배가 차서 죽게 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어떤 차가 있느냐’보다 ‘차가 몸 어디에 좋으냐’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연재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지나서야 겨우 이에 관해 언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차를 꾸준히 마시는 게 콜라나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보다야 당연히 건강에 좋겠지만, 만약 누군가 차와 함께하는 생활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차의 효능보다는 맛과 향 때문이기를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차는 일상에 충분한 기쁨과 활력을 주는 훌륭한 동반자일 테니.

 

Writer / Photo  <티에리스> 정다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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