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커피의 역사와 기원(part 1) - 왜 모카는 초콜렛을 뜻하게 되었나?
everycoffee|작성일 : 19-03-14|조회수 34,287
오늘은 반고흐 커피, 또는 세계3대 커피라 불리는 예멘 마타리 모카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최근 소비자 관점의 스토리브랜딩이라 하여 '반고흐 카페' 또는 예멘 모카 마타리를 '반고흐 커피'로 네이밍하여 판매하는 커피가 눈에 간혹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토리브랜딩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많은 커피인분들께서 정말 모카 마타리를 반고흐 커피로 인식하고 있으신 분들도 있어, 오늘은 객관적 사실에 근접하여 모카 마타리를 분석해보려 합니다.
해당 내용은 이미 '모카'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은 물론, 잘 알지 못하셨던 커피 입문자 분들께도 유용할 것 같아
두 파트로 나누어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여,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침략과 함께 세계의 주요한 역사적 흐름과 커피-차의 기원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지만 재미있을 수 있는 커피 역사와 관련된 커피 인문학을 이 커뮤니티에 가끔 써보려 합니다..^^
세계 최초 카페의 기원, '자바'라는 단어의 등장, '스리랑카 홍차'의 기원, '모카'라는 단어의 등장 등 모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에 따라
커피를 좋아하시는 애호가와 창업자 분들께서 관련한 유용한 지식을 얻고 더욱 흥미를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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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카페모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왠지 모르게 달달한 커피가 당기는 날, 카페 메뉴판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주문하는. 그 카페 모카가 생각나지는 않으셨나요?
카페 모카를 주문하면 만날 수 있는 이 커피는 잔에 초콜릿 시럽을 담고,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붓고 잘 섞은 후 거품을 낸 우유를 붓고, 초콜릿 시럽으로 무늬를 내어 장식합니다.이는 들어가는 시럽만 다를 뿐, 캐러멜 라떼 등과 레시피가 같습니다.'캐러멜 라테'에는 캐러멜 시럽이 들어가듯이'카페 모카'에는 초콜릿 시럽이 들어갑니다.
'캐러멜' 라떼에 '캐러멜' 시럽을 넣는 것은 당연해 보이는데,왜 '모카'에는 '초콜릿' 시럽을 넣는 걸까요?
사실 모카는 예멘의 '알 모카'라는 항구를 뜻합니다.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예멘은 커피와 관련해 아주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멘은 6세기경 에티오피아에서 커피 묘목이 전해지며 세계 최초로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예멘은 서쪽으로는 홍해, 남쪽으로는 아덴만, 북쪽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인접해
유럽 상인과 아라비아 반도를 연결하는, 말 그대로 아라비아 반도 무역의 중심지였습니다.
때문에 커피를 전수받기도, 전파하기도 더욱 수월했죠.
이렇게 지리적으로 교류의 중심지에 있던 예멘의 사람들은 에티오피아로부터 커피 묘목을 가져와 그들의 기호품으로 즐기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아라비아의 이슬람 제국이 성립된 후 술을 마시는 것이 금기시되자, 그 대체재로써 커피를 마시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16세기.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인들은 동인도 회사를 설립해 아라비아 반도를 오가며 교역을 합니다.
이 유럽인들은 항해 중간 기상 악화로 예멘의 알 모카 항구에 잠시 들리게 되었고 마을의 촌장은 자신들의 기호품인 '커피'를 대접합니다.
이 차를 맛본 유럽인들은 강한 향과 맛에 사로잡혀 일부를 얻어 고향인 유럽에 가져갔고,유럽 전역에 커피가 알려지기 시작하며 알 모카 항구로 수많은 무역 상인이 몰려들게 됩니다.
이렇게 예멘의 알 모카 항구에서 출하된 커피는 '예멘 모카'라고 불리며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16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미국과 유럽 전역에 커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카페를 지칭하는 '커피하우스'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자연스레 알 모카 항구는 세계 커피 시장의 주요 공급자로서 커피를 수출하기 시작했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커피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됩니다.
예멘의 알 모카가 유럽과 미국 전역의 커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이에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독자적으로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섬에 커피를 재배하였고,결국 이에 성공하여 아라비아 반도로부터 커피 독점을 빼앗아 오게 됩니다.
이 섬이 바로 그 유명한 '인도네시아 자바(Java) 섬'입니다.
(맥X 광고음악으로도 쓰였던 I love coffee I love tea~ I love the Java Jive and it loves me~ink sports의 Java Jive의 음악에 나온 Java는 바로 이 Java 섬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Java섬에 재배한 원두가 곧 커피 시장을 나타내며 커피 애호가 또는 맛있는 커피샵을 지칭하는 Java Jive라는 단어가 만들어집니다.
(현재 자바섬은 '사향고양이 배설물' 커피인 '자바 루왁커피'를 생산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예멘의 모카는 인도네시아 자바와 같은 다른 커피가 시장에 등장하며 경쟁력을 점차 잃게 됩니다.
또한 18세기 이후 영국의 무역항 점령과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찬란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폐허로 남아,알 모카 항구에서는 더 이상 커피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커피의 이름이 아직도 "예멘 모카" 로 불리고 있습니다.
알 모카 항구에서는 더 이상 커피가 나오지 않지만, 오늘날까지도 예멘 모카는 커피의 귀부인이라 불리며'하와이안 코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과 함께 세계 3대 커피로 평가받고 있는 걸 보면 '예멘 모카'의 찬란했던 명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카 항을 통해 수출되는 예멘 커피는 이제 없지만, 아직도 우리는 '예멘 모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모카 이외의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에도 '모카'라는 이름을 붙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멘이 아닌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된 커피 일부도 모카의 이름을 가집니다.
예멘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도 모카라고 부르지만, 최근에는 초콜릿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는 예멘의 모카 항구에서 출하된 커피가 진한 초콜릿 향과 맛을 내었기 때문에,
초콜릿을 사용한 음료에 '모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