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닫기

카페人

로부스타 커피에 대한 오해와 진실

everycoffee|작성일 : 19-03-13|조회수 8,326


우선 월간커피에서 카페인/커피인/예비창업자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오픈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국내에서 커피인이 교류할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이었는데, 이렇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정보가 교류되고, 또 많은 새로운 제품과 트랜드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첫 글로, 저는 로부스타 커피에 대한 글을 기고해보려 합니다.
로부스타 커피에 대한 글은 일전에 제가 (저만 가지고 있는) 베트남을 몇차례 방문하며 작성한 커피 관련 에세이에 기록해 둔 내용이기도 합니다.
우선 이 글을 통해서, 혹시나 로부스타 커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으셨던 커피인 분들께, 편견을 깨고 다양한 원두를 접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양한 산지의 다양한 원두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면, 국내 커피 문화도 개선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는 원두선물가격에 따라 국내 소비자가 한정된 유통업체에서 한정된 산지의 원두만을 맛보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스페셜티 문화가 발전하며, 국내 업체의 옥션 비딩이 높아지는 만큼 다양한 산지의 원두가 늘어나는 것은 다행입니다..^^)
 

우선 커피에 대해 지식이 조금 있는 분들이라면 프리미엄 커피에 로부스타 커피를 사용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피 관련 일반 지식대로라면 로부스타 원두는 흔히 고무냄새 약품냄새 또는 탄맛을 낸다고 잘못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로부스타 원두를 아라비카 원두와 적절히 블렌딩하여 로스팅하면 더욱 맛있고 풍성한 에스프레소가 추출되곤 합니다
아라비카와 원두와 비교하여 로부스타 원두를 추출했을 때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디감크레마 입니다

아라비카 원두의 크레마가 평평하며 밝고 옅은 옐로우-브라운 색상의 풍부한 아로마를 담고 있다면,
로부스타 원두의 크레마는갈색의 풍성한 크레마로 벨벳모양을 띄웁니다.
또한 언뜻 보기에도 돔과 같이 형성된 거품이 확연히 크고 거칠며, 빨리 사라집니다

bbe4220e90b5b730d599393269e6de32_1552466752_1186.jpg
 

또한 로부스타 원두를 추출할 때는 의도적으로 거칠게 그라인딩(원두를 가는 것) 하며 그 맛은 바디감과 진한맛이 강하지만 끝맛은 부드러운 여운을 주며 쌉사름한 향미를 남깁니다

bbe4220e90b5b730d599393269e6de32_1552466865_658.jpg
 

이 커피는 제가 직접 맛본, 베트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랙커피 입니다. 아이스 롱블랙을 시키면, 이런 커피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정도면 음료의 절반이 거품으로 형성되었죠?
(우리가 아는 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스타벅스와 커피빈에서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설탕이 첨가되어 있긴 하지만 특히 풍성한 거품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양이 적다고 해도 로부스타는 카페인 함량이 아라비카보다 약 2배가량 높기 때문에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저렴하고 크레마도 풍부하게 나오며 맛도 좋은 이 커피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로부스타 커피=저렴하고 맛 없는 커피’ 라는 인식이 굳어진 걸까요
2000년대 이후 국내 커피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며 달달한 믹스커피 대신 고품질의 원두를 사용한 블랙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납니다.이에 여러 기업은 로부스타가 아닌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 믹스커피를 출시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소비자에게 주입한 대표적 광고 문구가 바로 
고품질의 아라비카만을 사용해 깊고 풍부한 맛 입니다

이러한 광고 문구와 교육 자료가 주입한 지식은 아라비카 원두가 로부스타보다 무조건 좋다 라는 지독한 편견으로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직접 커피를 맛 보고 판단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말이죠.

또한 커피를 대량 생산하여 가공하고 판매하는 기업은 가격적인 면에서만 (저급의)로부스타를 이용하곤 했기 때문에 로부스타는 쓰고 탄맛이 나며 맛이 없다 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더욱 강해졌고 최적의 아라비카+로부스타 블렌딩 비율을 찾아 가공하는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에 비해 로부스타 원두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프리미엄 커피를 지향하는 로스터리&카페&기업은 아라비카 원두를 더욱 중점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 이를 반대로 보면 시중 카페에서 사용되는 원두가 대체로 비슷한 이유는

1.      비용이 저렴하고

2.     소비자의 인식도 좋으며

3.     플레이버의 개성이 튀지 않아 누구의 입맛에도 잘 맞고

4.     대체로 균일한 맛이 나오기 때문이라 말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객관적으로도 로부스타 원두가 아라비카 원두보다 질이 떨어진다고 이야기 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저렴한 커피에 사용되는커머셜급(저급)의 아라비카 커피보다는 질 좋은 로부스타 커피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월등한 향미와 품질을 뽐내고, 값도 훨씬 비싸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표는 지난 2016년 뉴욕/르하브/마르세유 시장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아라비카 원두의 지난 1년간 파운드 당 평균 가격표를 나타냅니다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해 아라비카 원두의 가격은 급격하게 등락하는 반면 로부스타 원두의 가격은 안정적으로 매해 상승함을 볼 수 있습니다

bbe4220e90b5b730d599393269e6de32_1552467289_1499.jpg 


아래 차트는 지난 1년간 아라비카 원두 가격에 대한 로부스타 원두의 상대가격을 나타냅니다


bbe4220e90b5b730d599393269e6de32_1552467355_4976.jpg

, 상대가격이 1에 가까울수록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아라비카 원두와 동일함을 의미합니다
2017년 로부스타 원두의 상대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것이 보이시나요?

2016-17 년에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가뭄으로 브라질 농가의 로부스타 품종 수확량이 60% 급락하며 로부스타와 일부 아라비카 가격이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앞으로도 기상 이변 등 로부스타 생산량이 감소한다면, 이제 로부스타 원두를 저렴한 원두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최근엔 로부스타 원두를 저렴한 아라비카 블렌드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있으니 아라비카 원두를 저렴한 원두로 부를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네요!

로부스타 원두를 사용해 핀 또는 머신으로 추출할 경우, 초콜렛 맛과 단맛이 굉장히 강한, 독특한 바디감의 커피가 추출되곤 합니다.
이러한 메뉴를 베리에이션에 적절히 사용한다면, 단맛을 좋아하는 여성 소비자층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국내에도 머지 않아 이런 베트남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들이 늘어나겠죠?


추천(3) 비추천(0)

  • 연하선경

    좋은글이네요

    19-03-16 01:51:47 좋아요(0) 답글달기

  • 콩콩콩

    로부스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네요 전 개인적으로 로부스타와 아라비카가 적절하게 믹싱된 에스프레소가 넘 맛있거든요~

    19-03-14 12:26:52 좋아요(0) 답글달기

  • 세은짱

    반갑습니다^^

    19-03-14 02:14:36 좋아요(0) 답글달기

  • everycoffee

    반갑습니다 ^^

    19-03-14 10:36:28 좋아요(0)

  • 커피나무

    그동안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를 질이 낮은 커피와 (무조건)좋은 커피라고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접근했던 방식이 지금의 현상을 만들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또 인스턴트가 맹위를 떨칠 때 주로 로부스타를 사용했던  것도 절대적으로 (로부스타에 비해) 아라비카가 좋은 커피라는 인식을 만들었던 거구요. 아무튼 모처럼 더컵에서 좋은 글을 접하게 되네요. 전 잘 모르지만 깊은 커피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반갑습니다~

    19-03-13 11:52:23 좋아요(0) 답글달기

  • everycoffee

    맞습니다. 이분법적인 국내 편견이 좋은 커피를 접할 기회를 없애버렸었죠..^^ 반갑습니다!

    19-03-14 10:37:08 좋아요(0)

  • victoriabc

    인스타에서 뵌적있는(저만뵙습니다ㅎㅎ) coffeeexplorer님! 반갑습니다. 이런 높은 수준의 글을 더컵에서 만날수있어서 감사합니다. 이런 글들을 계기로 사이트에 더 좋은 정보들이 흘러들어오면 좋겠어요. 로부스타에 관한 글인데 상당히 흥미롭네요. 사실 이탈리아 전통 에스프레소 블렌딩의 경우 말씀하신 2가지요소 때문에 거의 무조건 들어가죠. 또한 말씀하신 것 처럼 아라비카라고 무조건 로부스타보다 좋지 않은 커피가 많죠. 당장 인스턴트에 쓰이는 아라비카들만해도 일반적이 로부스타들의 퀄리티가 아닌 프로세스중 커머셜로도 쓰일 수 없는 질 낮은 아라비카도 많이 쓰이는거로 알고있습니다ㅎㅎ

    19-03-13 11:02:47 좋아요(0) 답글달기

  • victoriabc

    가격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서 몰랐는데 상당히 로부스타의 가격도 증가하는 추세네요. 작년부터 브라질에서도 스페셜티 로부스타라고 (이미 전부터 있었지만)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게 저러한 추세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점점 환경의 변화와 토양의 힘이 떨어지면서 아라비카의 품종도 예전처럼 티피카, 버번등이 아닌 카티모르등이 많이 쓰일거라고 보여지는데 가까운 미래에는 로부스타도 맛있는 커피로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더 가까이 쓰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의견 내봅니다 :)

    19-03-13 11:05:01 좋아요(0)

  • everycoffee

    안녕하세요..^^ 제가 생각 없이 coffeeexplorer라는 닉네임을 그냥 사용했었는데, 저는 그 유명한 커피익스플로러 사이트를 운영하시는 위국명 바리스타님이 아닌, 일반인 입니다..^^;; 마치 사칭이 된 것 같아 닉네임을 바꿨습니다.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19-03-14 10:40:30 좋아요(0)

  • everycoffee

    로부스타는 최근 말씀하신대로 스페셜티 로부스타 같은 원두도 생기는 추세입니다. 올해는 작황이 나쁘지 않아 로부스타 가격이 다소 하락했으나, 그 격차는 상당히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물론 말씀하신대로 질 낮은 아라비카 빈들은 정말 맛도 없고 가격도 저렴하죠!

    19-03-14 10:41:35 좋아요(0)

  • everycoffee

    제가 본문에선 자세히 다루지 않았으나, 로부스타 커피는 개인적으로 동남아(베트남) 방식인 핀커피 방식으로 추출하는 것이 가장 특징을 잘 살린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핀드립 방식으로 추출하면 특유의 거품과 함께 초콜렛맛, 군고구마맛과 단맛이 굉장히 강해지죠!

    19-03-14 10:42:33 좋아요(0)

  • victoriabc

    제가 오해를 했군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 커피 생산이 보통 안좋은해도 있다보니 내년이면 다시 수확 상태가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논외의 얘기지만, 로부스타 로스팅 경험이 있는데 제가 글로보고 배운 맛이 아닌 생각보다 복합적이고 쓴맛도 괜찮았습니다. 불쾌한 쓴맛이라기보단 커피 특유의 매력적인 쓴맛이랄까요? 개인적으론 로부스타의 영역이 더 넓어져서 더 다양한 커피들이 시장에 나오면 좋겠습니다ㅎㅎ

    19-03-14 10:16:52 좋아요(0)

  • 라파엘곤

    다른 sns에서는 종종 글 뵈었는데 더컵에서도 볼 수 있어 반갑습니다~^^;

    19-03-13 06:42:31 좋아요(0) 답글달기

  • everycoffee

    안녕하세요..^^ 제가 생각 없이 coffeeexplorer라는 닉네임을 그냥 사용했었는데, 저는 그 유명한 커피익스플로러 사이트를 운영하시는 위국명 바리스타님이 아닌, 일반인 입니다..^^;; 마치 사칭이 된 것 같아 닉네임을 바꿨습니다.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19-03-14 10:38:02 좋아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