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닫기

카페人

캐나다 바리스타 체험기 -3-

victoriabc|작성일 : 20-01-10|조회수 4,345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좀 적어보네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안하는데 제일 쉬운 글이라도 좀 시간내서 적어보고자 이렇게 자리에 앉아서 오랜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보게 됐습니다.

지난번에는 제가 메인 바리스타로 일하기 전 로스팅을 했던 카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글을 적고 오랜만에 궁금해져서 이것저것 검색해 봤는데
카페이름이 'The Second Crack Coffee Lab'에서 제가 관둔 후 'The Coffee Lab Rock Bay'로 변경됐고 아쉽게도 작년에 폐업을 한것으로 나오네요 ㅠㅠ
아무래도 위치가 너무 별로라서 결국은 중단을 했나봐요. 사실 제가 일할때도 하루 장사 금액을 매번 계산했는데 이래서 직원들이랑 월급 주는게 가능한가 싶었는데...ㅠㅠ

근데 당시에도 가게를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있었고, 그 부분에서 사장님이 고민을 많이해서 가게를 넘겨줬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비록 요즘 로스팅은 안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커피를 꾸준히 로스팅 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마지막에는 매니저와 사소한 문제?가 있어서 관두게 됐지만 그래도 뭔가 제대로 일해본 첫 장소라서 괜히 더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사장님께서 부모님 보내드리라고 따로 포장해서 챙겨주셔서 한국에 보낸 기억이 나네요. 

서론이 정말 길었네요. 오늘은 앞을 길게 적어서 그런지 긴 글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일하면서 느낀 한국 카페와의 차이점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지금 글에서 의견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부디 제 생각과 달라도 이해 부탁드려요 :) 다른 의견은 댓글로 주시면 같이 얘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ㅎㅎ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서비스적인 측면입니다.
뭔가 최대한 잘 표현하고 싶은데 캐나다 현지인 바리스타 친구들은 대체로 더 친절한 것 같아요.
한국에도 참 친절한 분들 많지만 캐나다에서는 정말 그 이상의 친절함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맛이 좋아서도 카페를 갔지만 늘 반겨주고 기억을 해주는 바리스타 덕분에 카페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맛있는 커피집은 1~2번 정도 가면 그 이후로 어쩌다 생각나면 방문하게 되는데, 친절한 곳은 아주 특별히 맛이 없지 않는 이상 큰 계획이 없으면 자주가게 되더라고요.

물론, TIP이라는 존재도 그 친절에 한 몫을 하겠지만 카페는 일반적으로 다른 음식점들에 비해 팁을 받는 비율이 적은 편이라서 반드시 팁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헤드 바리스타로 일했던 'Union Pacific Coffee' 사장님은 커피 잘 모르셔서 원두를 납품받아 가게를 운영하셨지만, 가게에 방문하는 손님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했고, 손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주문하는 메뉴를 기억하려고 했습니다. 심지어, 먼 유럽에서 아시아에서 온 손님도 비록 관광으로 왔지만 이름을 물어보고 다음에 오면 꼭 기억하겠다라는 말까지 하면서 친절하게 가게를 운영해 어찌보면 특별할게 없는 카페를 다운타운에서도 꽤나 바쁜 카페 중 하나로 만든 것 같아요.

한국 와서 가장 아쉽다고 느낀게 이런 점인데, 비록 2년 정도이지만 캐나다에서 바리스타를 하면서 손님과 이야기하고 인사하는게 익숙해져서 한국에 도착한 후 카페를 가면 다양한 궁금점들로 이것저것 여쭤보고 싶었는데 정말 친절하셨던 분들도 계시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불편해 하는 모습때문에 실망했어요. 일부 카페는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유명하지만 정말 실망했습니다. 괜히 이름 언급해서 민폐가 될까봐 말은 못하겠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는 가고 있지 않네요ㅠㅠ

개인적으로 한국 카페의 커피 수준은 몇년사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고 이제는 더 좋은 맛도 중요하지만 더 좋은 서비스를 연구하는게 더 맞는 방향이 아닐까요?ㅎㅎ

둘째는, 방문하는 손님들 또한 친절합니다.
진상 손님은 어디든지 있지만, 한국에서 만난 아주 강력한 진상 손님은 캐나다에서 한번도 못 만나봤습니다.
위에 말한 것처럼, 사장님이 손님과 이야기를 하느라 주문이 늦어져도 원래 사장님 스타일을 알기때문에 웬만해서는 손님들이 기다려주고 (물론 사장님도 시간이 길어지면 미안하다는 말을 우선적으로 했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떠나더라도 별말 없이 조용이 떠나주시더라고요. 
제가 가장 처음 글에도 적었지만, 심지어 메뉴가 너무 많으니 저에게 먼저 와서 본인의 메뉴는 천천히 줘도 되니까 급한 사람들 먼저 만들어주라고 말하면서 제가 노력해줘서 고맙다라고 오히려 감사한 말을 해주는 손님도 계셨습니다.

뭔가 캐나다에서 느낀 서비스는 가게 운영자, 바리스타, 손님의 환상적인 조화가 여유로운 카페 분위기를 만들었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셋째는 메뉴가 다양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커피에 집중하는 곳은 메뉴가 많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아니라면 메뉴가 많지 않습니다.
사실 메뉴가 적은 점 때문에, 사장님이 저한테 한국에서 유행하는 괜찮은 음료가 없냐고 물어보셔서 아인슈페너를 만들어서 팔았던 기억이 있네요.
사장님이 아일랜드 출신이라서 제가 만든 아인슈페너에 보드카인가 럼을 넣어서 아이리쉬 커피라면서 주셨습니다ㅎㅎ

넷째는 오픈 시간과 클로징 시간이 빠릅니다.
저는 주로 에스프레소 세팅을 맡아서 매일 오픈 시간에 갔는데 캐나다 사람들은 아침일찍 출근하기전 아메리카노 혹은 드립커피를 도넛 혹은 간단한 베이커리와 먹는 손님들이 많아서 매일 아침 6시까지 가서 베이커리 종류를 준비하고 7시부터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보통 바쁜 시간은 7~8시 그리고 11~1시 이정도 였어요. 낮에도 많지만 낮에는 한번에 온다는 느낌보다는 꾸준히 왔어요.
클로징 준비는 4시부터 서서히 준비해서 5시에 가게를 닫고 30분정도 추가로 손님들이 있어서 못한 청소를 하고 5시 30분이면 매번 퇴근을 했습니다.

사장님은 초기에는 8~9시까지 운영 해봤는데 일하는 알바생들 시급 겨우 주는 정도만 나와서 그냥 문을 일찍닫는게 더 좋다라고 판단했다고 하셨어요.
저같은 한국사람은 5~6시 정도는 되야 뭔가 카페도 가고 그러는데 처음 캐나다에서 제 기준으로 밖에 나갔다가 딱히 갈데가 없었습니다 ㅎㅎ

적는다고 적다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네요 ㄷㄷㄷ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모든 것은 제 개인 의견이니 안맞는다면 그냥 무시해주셔도 괜찮습니다 :)
다른 다양한 의견도 저는 궁금해서 제 의견과 다른 분 혹은 궁금하신분은 댓글로 같이 소통해요! ㅎㅎ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추천(0) 비추천(0)

  • 커피나무

    손님과 바리스타와의 교감~  커피는 그런 음료인데~ 우리는 메뉴 만들고 마시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20-07-01 11:20:50 좋아요(0) 답글달기

  • 리센스

    대한민국은 모든 문화가 잘못 시작되었고 잘못 자리잡힌게 뿌리부터 너무 많아요. 그리고 모든 부분이 인스턴트화 되어가서 빠르게 제공 되기만을 원하기에 성숙한 문화 느림의 미학이라고 하는 그런 여유로움 자체가 없는것 같습니다. 캐나다에서 헤드바리스타 경력이 있으시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4탄이 기다려집니다.

    20-01-15 01:49:59 좋아요(0) 답글달기

  • 라파엘곤

    커피를 접하는 문화의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 초반이던 20년 전 즈음만 돌이켜봐도 카페나 음료 파는 곳에 갔을 때 모임이나 만남을 위해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던 기억이네요. 요즘 같은 스타일의 카페로 변해온지는 몇 곳을 빼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20-01-10 11:41:05 좋아요(0) 답글달기

  • victoriabc

    의견 감사합니다 :)

    20-01-14 08:56:46 좋아요(0)

  • 맑은하늘

    참 부러운 경험이네요...서비스...중요합니다...저도 카페를 운영하지만 제 스스로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돌아보게 되네요...그리고 손님들...모두의 조화가 잘 맞아야 한다는점도...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1-10 03:41:16 좋아요(0) 답글달기

  • victoriabc

    한쪽만 잘한다고 좋은 서비스의 완성은 아닌 것 같아요 ㅎㅎ

    20-01-14 08:57:06 좋아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