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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알아보는 브루잉 세레모니의 운영 인사이트

비즈니스 스터디

키워드로 알아보는 브루잉 세레모니의 운영 인사이트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2019년 8월 가오픈 후, <브루잉 세레모니>가 브루잉이라는 카드를 내걸고서 치열한 카페 격전지 성수에서 살아남은 지 어언 5년 차다. <브루잉 세레모니>의 행보를 조명하기에 이보다 더 많은 이유가 필요할까? 혹자는 ‘힙하다’, ‘특이하다’라는 말로 이곳을 칭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거들 뿐, 보이지 않는 열정과 진심이 지금의 브루잉 세레모니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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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식어: 브루잉 카페

 결단 있는 선택 연극배우 출신인 최완성 대표에게 브루잉은 운명과도 같은 선택이었다. 원두를 분쇄하고 차분히 커피를 내린 뒤 손님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엔 ‘기승전결’이 담겨 있었고, 그것은 무릇 연극과 닮아 있었다. 브루잉 세레모니만의 사유를 담는 추출방법으로서 브루잉 외의 다른 선택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제게 브루잉은 한편의 공연 같은 거예요. 막을 올리고 커튼콜을 하는 모든 과정이 브루잉에 담겨 있죠.” 그럼에도 첫 카페의 정체성으로 브루잉을 내세운 것은 쉽지 않은 선택처럼 보인다. 브루잉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낮은 데다가, 추출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테이크아웃 손님 상당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큰 과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이를 두고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연극배우 생활을 했던 탓인지 ‘유지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브루잉 카페를 열 수 있었다고. 결단 있는 선택이 공간의 차별화로 거듭난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브루잉을 손님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 까닭에 논커피 메뉴 3종을 판매했었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브루잉 커피를 즐기고자 하는 손님들이 소외되는 역효과가 빚어지기도 했다. 하여 2년 차에 논커피를 메뉴판에서 없애기 시작했고, 지금은 브루잉 커피, 플랫 화이트와 카페 라떼의 중간 격인 ‘화이트’, 아포가토만을 판매한다.


브랜딩 가치에 담긴 브루잉 철학
브루잉 세레모니의 초창기 모습에선 브랜딩 측면의 접근 방식이 눈길을 끈다. 그는 우선 자신의 지향점을 한 문장으로 정립했다. ‘커피의 무수한 장점과 단점 속에서 매력을 찾아 기승전결이 있는 파노라마틱한 커피로 소개하는 것’이 그것으로, 핵심 어구인 ‘기승전결’과 ‘파노라마틱한 커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브루잉의 향미적 특징과 사유를 중시하는 공간의 브랜딩 가치를 투영한다.

이 정립은 브루잉 카페의 핵심이랄 수 있는 추출도구, 추출방법과 자연스레 연계된다. 브루잉 세레모니가 선택한 추출도구는 칼리타 102LD 세라믹. 여과식과 침지식의 장점을 모두 갖춘 드리퍼로, 커피의 향미를 풍부하게 추출해낸다는 특징이 있다. 최 대표는 칼리타의 높은 추출력만 다듬는다면 브루잉 세레모니의 지향을 충족하는 드리퍼가 되리라 판단했다. 해서 그는 1차로 원두의 단점을 가릴 수 있는 로스팅을 통해서, 2차로 굵은 분쇄도와 낮은 수온을 채택하여 편안하게 음용할 수 있는 브루잉 커피를 완성했다. 드립포트는 물줄기 조절이 용이한 발뮤다 제품을 선택했다.
저울 없이 추출하는 것 또한 브루잉 세레모니만의 특징이다. 처음엔 저울을 사용했지만, 저울의 존재가 오히려 다른 변수 통제를 방해하는 요인처럼 느껴져 초창기 이후로 그의 레시피와 감을 믿고 추출하게 됐다. 저울을 제거하자 추출 상태 그 자체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고, 브루잉 세레모니의 또 다른 캐릭터가 형성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고. 혹 저울 없는 추출이 나쁜 결과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호기심을 비추자 그는 자신 있게 답했다. “손님에게 내어주기 전에 모든 커피를 먹어보면서 추출 결과물을 판단하고 있어요. 입이 둔해져서 마시기 힘들 땐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대신 마셔달라고 부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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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성 대표의 Mini Tip: 기물 개수]
“드리퍼와 서버는 예나 지금이나 6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브루잉은 높은 집중도를 요하는 작업이잖아요. 많이 팔겠다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기물을 늘렸다간 여러 개를 다루느라 온전히 집중하지 못해 결과물이 나빠질 수 있답니다.”


두 번째 수식어: 성수동 로스터리

양가적인 성격의 성수동
성수동 상권엔 무릇 서로 다른 풍경이 공존한다. 오피스 구획과 여가 생활 중심지로서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기에 정체성을 특정하기 어렵다. 이는 카페를 창업할 때 쉽게 풀리지 않는 매듭인데, 최 대표가 의문 해결의 실마리를 전했다. “주말만 생각하고 성수동이 아주 분주한 상권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평일 오전엔 매우 한가합니다. 오피스 상권이라 점심에 주문이 많이 몰리고 주말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그렇다면 직장인 방문이 많은 평일, 브루잉 커피를 판매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오히려 그 덕분에 브루잉이 더욱 주목받았다고 전한다. 사람들이 분주한 일과 중 천천히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으로 브루잉 세레모니를 찾는다는 것. 운영 초기에는 낯설어하는 손님도 많았지만, 지금은 외려 “여긴 천천히 마시는 곳이야”라고 말하는 이도 마주하곤 한다. 그는 ‘불친절한 이미지’야말로 성수동 카페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전한다. 브루잉 세레모니는 ‘손에서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라는 원칙을 세웠다. 메뉴판은 간결하게 구성하되, 그만큼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은 대표적인 적용 사례다. 메뉴판엔 메뉴의 이름과 가격만을 기재했으며, 흔하다는 컵 노트도 컵 노트 카드를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모든 정보는 입으로 전한다. 어려운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브루잉’이라는 용어 자체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에 ‘손으로 내려드리는 커피’로 치환하는 등 최대한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고자 한다.


성수동엔 특별함이 필요해
“저는 무언갈 저만의 방식으로 설명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누군가의 것을 그대로 전하는 건 싫더라고요. 커피를 한다면 로스팅을 통해 저만의 사유를 전하고 싶었어요”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 로스팅 역시 브루잉과 함께 이곳을 지탱하는 근간이다. 처음엔 누구나 선호함 직한 네다섯 종만 소개했다. 가격은 숫자로 커피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싫어 핫은 5,000원, 아이스는 6,000원으로 통일했다. 하지만 그 결과 돌아온 것은 “조금 더 특별한 게 있으면 좋겠다”라는 뜻밖의 피드백이었다. 성수동을 힙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고객이 많고, 이에 따라 커피도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는 것. 해서 이후로는 보다 다채롭고 개성 있는 원두들을 들이기 시작했으며 가격도 그에 따라 달리했다. 현재는 평균 8종, 많을 땐 10종까지도 판매한다. 상권 특성상 의외로 가격대가 높은 원두의 판매율이 상당하다. 원두별로 각각의 브루잉 레시피를 설계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원두의 레시피를 설계한다면 그것은 ‘브루잉 세레모니’가 아니라 ‘브루잉 랩 세레모니’에 가까울 거라고. 지향하는 맛의 범주와 이를 잘 표현하는 고정된 레시피를 정해두고, 변수를 조금씩 조정해가며 지향점에 가까운 맛이 되게끔 운영한다. 이로써 이곳에서 만나는 커피들엔 ‘편안하게 음용하며 사유할 수 있는 커피’라는 일관된 이미지가 형성된다. “누군가의 개성과 이야기가 오롯이 느껴지는 공간이 좋은 공간”이라는 최 대표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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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성 대표의 Mini Tip: 페어링]
“맛이 강한 디저트는 브루잉 커피의 부드러운 향미를 해칠 수 있어요. 영업 초기엔 다섯 종류 정도를 준비했었는데, 이제는 브루잉 커피와 페어링하기 좋은 담백한 ‘화이트 브라우니’와 ‘마론’ 두 종류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핵심은 결국 ‘커피’이고 페어링의 목적은 커피의 매력을 배가하는 것임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월간커피
사진  월간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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