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한국에 상륙하다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지난 3월 21일 한국에 출시됐다. 미국에서 201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무려 약 9년 만이다. 비록 ‘현대카드’ 독점에 가까운 반쪽짜리 서비스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오랜 시간 기다린 만큼 엄청난 관심을 쏟아냈다. 현대카드 측의 발표에 의하면 출시 첫날 국내 애플페이 등록자는 100만 명에 달했으며 주요 카드사 가운데 현대카드가 가장 많은 3~6월간 신규 가입자를 기록했다. 또, 작년 상반기 기준 전국 신용카드 가맹점 중 애플페이가 가능한 NFC 카드 단말기를 소유한 곳은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했으나 편의점을 비롯한 유통 업계와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등 각 업계에서 앞다투어 애플페이를 도입하면서 애플페이 가맹점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카페 소상공인들은 어떨까. 발 빠르게 단말기를 교체한 업주들도 있으나 경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업주가 대다수다.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한 카페의 대표는 “아직까진 애플페이 가능 여부를 묻는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라고 전했다. 반면 주변에 애플페이가 가능한 매장이 많은 오피스 상권 카페의 경우 젊은 층 위주로 애플페이를 찾는 손님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애플페이 가능 여부가 업장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명의 손님이라도 놓치기 아쉬운 소상공인 입장에선 애플페이 때문에 멀쩡한 단말기를 교체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쓸모를 다한 지갑? 간편결제의 강세
단말기 교체 쪽으로 마음이 기운 이들이 솔깃해할 소식이 들려왔다. 7월 말 발표된 뉴스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중 점유율 1위인 ‘신한카드’를 비롯해 ‘KB국민카드’, ‘BC카드’가 애플페이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해 오는 9~10월 중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BC카드가 애플페이에 합류하면 BC카드의 결제 프로세스를 이용하는 우리카드도 서비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들 4개 카드사는 지난해 말 기준 시장 점유율을 44% 넘게 차지했으며 현대카드를 포함하면 절반을 훌쩍 넘는다. 더불어 미래의 소비 주축이 될 MZ세대를 중심으로 애플 ‘아이폰’ 이용률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애플페이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3 스마트폰 사용률 & 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스마트폰 브랜드별 이용률은 ‘삼성전자 갤럭시’ 69%, 애플 아이폰 23% 등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18~29세 집단에선 아이폰(65%) 이용률이 갤럭시(32%)보다 두 배 높다. Z세대는 결제 시 3번 중 1번은 간편결제를 이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앞으로 애플페이 이용자가 늘어날 여지는 충분하다.
애플페이 제공하려면
애플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선 카드 단말기가 NFC 기능을 지원하고 국제 결제 표준 규격인 EMV 컨택트리스 인증을 받은 것이어야 한다. 보유 중인 단말기가 두 조건을 충족한다면 별도의 신청 없이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조건을 갖췄는데도 결제가 안 된다면 단말기 업체에 문의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된다. NFC를 지원하지 않는 카드 단말기를 이용 중이라면 기존 단말기를 유지하면서 NFC가 가능한 멀티(서명)패드를 추가로 구매하거나 카드 단말기를 새로 교체해야 한다. 멀티패드를 추가로 구입하는 경우 가격이 대개 20만 원 미만으로 카드 단말기를 교체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멀티패드는 고객이 직접 카드를 읽힐 수 있으므로 코로나19 이후 위생이 더욱 중요시되는 오늘날에 적절하며 제품에 따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타 간편결제 서비스도 지원한다. 하지만 단말기 모델에 따라 멀티패드가 호환 불가한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카드 단말기를 교체해야 한다. 카드 단말기를 임대 또는 약정으로 사용 중이라면 먼저 이용 업체에 NFC 단말기로 교환할 수 있는지 문의해보는 방법이 있다. 단말기를 새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매장 운영 상황에 맞게 포스 및 배달앱 연동 가능 여부 등의 기능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멀티패드나 단말기를 새로 구매했다면 고객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애플페이 스티커 또는 안내문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이자.
현시점에서 애플페이가 가능한 단말기로 당장 교체해야 하느냐 묻는다면 대답은 ‘No’다. 간편결제가 늘어났다고는 하나 어느 단말기에나 사용 가능한 ‘삼성페이’ 이용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추가 결제 수단을 지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말기 교체를 반대하냐고 묻는다면 이 역시 ‘No’다.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단말기를 바꾼다 해서 손해 볼 것이 없다. 카페가 젊은 세대가 많은 상권에 위치하거나 단말기가 노후하다면 교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