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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래머블 카페는 왜 조롱거리가 되었나?

비즈니스 스터디

인스타그래머블 카페는 왜 조롱거리가 되었나?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한 시점
한 커플이 인스타그램 감성 카페를 찾아 도착한 곳은 공사장 한복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널브러진 트레이에 커피를 내어주자 그들은 이곳의 ‘힙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런가 하면 ‘화장실이 어디에 있냐’고 묻는 손님의 질문에 점원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확인 해달라’며 퉁명스럽게 응대한다. 이것은 인스타그래머블 카페를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의 한 장면. 카페를 고를 때 늘 우선순위에 자리하던 인스타 카페는 어쩌다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된걸까?


좋아요가 결정짓는 만족감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은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이라는 뜻의 ‘able’을 합친 신조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이다. MZ 세대가 모든 업계에서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자 그들의 소비 특성 가운데 하나인 ‘공유’가 전 산업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소비가 더 이상 개인적인 체험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것. 이제 인스타그래머블은 중요한 소비 가치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는 카페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홍콩 시티대와 미국 산타클라라대 교수진은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위가 음식을 먹는 경험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은 밀레니얼 세대 146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식당의 인지도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롭게 문을 연 디저트 숍을 선정해 실험했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한 그룹은 가게에 방문해 디저트를 주문한 뒤 먹기 전에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했다. 다른 그룹은 음식을 먹기 전 미리 나눠준 파란색 펜을 찍어서 SNS에 업로드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해당 가게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가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등과 같은 다이닝 경험과 가게에 재방문할 의향,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의향이 있는지 등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음식 사진을 올리는 조건에 속한 참가자들은 방문 경험뿐만 아니라 가게에 대해서도 더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자기표현 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설명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한 소비자들이 소비 경험에 더 만족했다는 것이다. 이어진 후속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이 올린 사진에 더 많은 ‘좋아요’를 받았을 경우 맛에 대해서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카페 업주로선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한 메뉴와 인테리어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불편함의 미학?

인스타 카페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오로지 인스타그래머블에 목적을 둔 서비스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다. 그들이 말하는 인스타 카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객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한 유명 모델은 방송에 출연해 “자세가 불편할수록 사진이 잘 나온다”라고 말했다. 인스타 카페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진에 예쁘게 담기기 위해 편의성을 포기한 사례가 많다. 고객의 편안함은 고려하지 않은 불편한 인테리어가 대표적인 예시. 인스타 카페 후기를 살펴보면 카페는 멋있지만 좌석이 불편해 아쉽다는 내용이 많다. 테이블이 너무 낮아 커피를 마시려면 상체를 한껏 숙여야 하고 의자는 등받이가 없어 조금만 오래 앉아도 허리에 통증이 온다는 것.
콘크리트, 철근, 배관 등을 그대로 노출해 인더스트리얼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 카페도 비판을 피해 갈 순 없었다. 분진이 날려 건강에 유해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노출 콘크리트 시공 후 마감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멘트 가루가 날려 심하게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기에 호흡기, 피부 질환자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음료를 잔이 넘치게 따라주는 ‘더티 플레이팅’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컵 받침까지 흘러넘친 커피는 사진을 찍기엔 예쁠지 몰라도 마시기 불편하고 위생적으로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견해다.
한편 인스타그램에 카페 운영 정보를 충분히 기재했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안내가 부족하다며 불만을 표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인스타그램 게시글이 불친절한 서비스의 핑곗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것. 지난 5월 본지에서 진행한 호스피탈리티 관련 설문조사에서 ‘호스피탈리적 요소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한 이들 중 가장 많은 인원이 그 이유로 뽑은 항목은 ‘질문에 무심하고 소홀한 대답’이었다. 언택트 문화가 확산됐다 하더라도 매장에선 기본적인 고객 응대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생존 전략을 고민할 때

앞서 말한 인스타 카페의 문제점을 들며 업주를 힐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이 이 같은 전략을 취한 건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이를 선호하기 때문. 잘못이 있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서비스를 제공한 것밖에 없다. 그렇지만 인스타 카페를 표방한다고 해서 오래 가는 카페가 될 수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17년 발표한 ‘커피전문점 이용 및 홈카페 관련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설문 참여자 중 37%가 커피전문점 방문 시 ‘매장 분위기’를 중요시한다고 답했다. 그보다 많은 65.2%의 참여자가 ‘커피의 맛’을 꼽았고 이는 전체 항목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분위기로는 한 번의 방문을 이끌지는 모르나 손님을 계속해서 불러들이는 것은 결국 맛있는 커피다. 인스타 카페에만 매몰돼 카페의 본질을 잠시 뒷전에 두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고민해볼 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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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커피
사진  월간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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