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기기의 구성

에스프레소를 맛잇게 추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머신과 그라인더를 구매해야 할까? 정수 필터는 어떤 옵션을 선택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개개인의 경험과 능력에 의해 완성되어 가는 것이지, “무엇이 무엇보다 좋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많은 이가 별 생각 없이 커피 장비를 구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자신이 판매할 커피의 색깔을 정한 후에는 이에 맞는 머신과 그라인더, 정수 필터를 함께 조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만약 커피의 산미와 아로마에 무게를 두고 싶다면 유량이 많고, 유속은 빠른 머신에 코니컬 버가 장착된 그라인더를 조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수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수소 필터를 권장합니다. 반대로 커피에 단맛과 바디를 부각하고 싶다면 유속이 느리거나 인퓨전 기능이 있는 머신, 플랫 버가 장착된 그라인더와 나트륨 필터를 부착한 정수기를 추천합니다. 캐릭터가 선명하게 다른 두 가지의 커피를 조합해서 사용하고 싶은 경우에는 가압 머신보다는 가변압 머신이 좋습니다.

로스터리의 구성

최근 재미있는 콘셉트와 개성 있는 캐릭터를 강조하는 소규모 매장들은 타 카페와의 차별성을 위해 셀프 로스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자가 소진을 목적으로 설치가 편한 1kg 용량의 전기⋅가스 머신을 고르는데, 생두 재고에 대한 부담이 적고 다양한 커피를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량이 늘어나 원두 판매와 납품에 욕심이 생기면 용량이 큰 로스터기에 눈을 돌리게 되죠. 여기에 생두 재고를 보관할 별도의 공간, 생두 구매 비용 등의 부담이 추가됩니다. 따라서 로스터리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장기 계획을 짜야 하고 초기부터 이에 맞는 규모와 로스터기 선택이 필요합니다.



올해 브라질은 냉해로 인해 생두 생산량이 30%나 감소했고, 콜롬비아는 세금 인상으로 수출업 관계자들이 대거 파업을 하고 이어 물류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달러 환율의 인상은 자연스레 생두 가격 인상의 원두이 되었죠. 올해는 특히 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위협 요소가 증가했고, 이는 원두 단가는 물론 커피 가격과 납품 단가에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현재 안정적인 생두 수급이 로스터리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카페를 오픈한다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창업을 결정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치킨 매장 수가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 수보다 많은 이유는 맛있는 치킨을 판매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치킨 매장 오픈하는 데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 경력이 필요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무 경험 없이 평생 교육원이나 바리스타 학원에서 잠깐 커피를 공부한 것만으로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무모한 자신감을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나는 카페 창업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며 정확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질문해보세요. 그 질문의 끝에 해답이 나올 때 카페를 열어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야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글  <뉴웨이브커피로스터스> 유승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