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 많은 고객이 유입되고 상권이 활성화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있으니,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고 대형 자본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상권의 부흥과 발전을 일으킨 장본인인 기존 상인들은 내몰리고, 상권의 특색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언제나 있었고 서울 용산구 해방촌, 종로구 익선동 등 많은 지역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자치구 나름의 대처로 눈길을 끈 상권이 바로 성동구 성수동입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제공하는 '상권정보' 사이트에서 성수동 내 커피전문점/카페/다방 업종의 상권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여기에서는 상권등급을 총 5등급으로 나누며 1등급에 가까울수록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성수동은 그중 2등급(60.9점)을 차지했습니다. 다른 지역을 살펴보면 연남동 3등급(51.6점), 익선동(52.3점)으로 성수동이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블루보틀'의 한국 첫 매장이나 <로우키>, <업사이드커피> 등 인기 커피 브랜드의 분점 오픈 지역으로 낙점되는 등 이곳이 '카페 성지'로 꾸준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른 지역보다 안정화된 임대료 인상률
카페가 오랜 기간 운영을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높은 임대료 인상률'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계속 가게를 꾸리고 싶어도 임대료가 너무 오르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죠. 임대료 인상률은 카페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큰 요인인 셈입니다. 성수동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상가임대료 평균 인상률을 조사한 결과 2017년도 2.85%, 2018년도 2.53%, 2019년도 2.37%라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구역별로 살펴봐도 서울숲길 4%, 방송대길 2.31%, 상권길 1.45%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른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인 5% 이하의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서울숲길은 카페, 음식점 등 신규 매장이 다수 들어서며 2018년도 인상률이 7.92%에 육박했으나, 성동구청의 다양한 정책으로 안정됐다는 평가입니다.
상생 강조와 적절한 규제 활용
정확히 어떤 정책들이 이런 결과를 가져 왔을까요. 우선 성동구청은 2015년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선포하고 전담 부서인 '지속발전과'를 신설했습니다. 해당 조례에는 건물주와의 '상생 협약',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공공 안심상가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먼저 상생 협약의 경우 구청에서 건물주에게 젠트리피케이션의 개념을 이해시키고, 임대료 상승을 자제하겠다는 협약에 서명을 받는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물론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만이 불거졌으나, 성동구청에서는 "임대료가 안정돼야 상권이 오래 갈 수 있다는 논리로 계속해서 설득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는 성동구 외 다른 지역에도 많이 시행됐지만, 법적 효력이 없는 자율 협약 방식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임대인에게 참여를 강제할 수 없거니와, 협약해놓고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죠. 이에 성동구는 상생 협약을 맺는 건물주에게 건물 신·증축 시 용적률 완화와 같은 보상을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하반기에 임대차계약을 갱신한 업체 64곳 중 50곳이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재계약을 맺은 것을 전해집니다.
이처럼 상생 협약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서울숲길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이들이 꼽는 성수동의 메리트는 '프랜차이즈 입점 규제'에 대한 것입니다. 성동구는 2017년 8월부터 성수1가 2동 서울숲길 656·668·685번지 일대에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점포의 신규 입점을 일부 제한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가 지역 임대료 상승의 주범이자, 지역이 특색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라 봤기 때문이죠. 서촌, 명동 등 도심부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대기업 입점을 제한한 첫 번째 사례로 그만큼 여러 논란이 뒤따랐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서울숲길에서 <티룸>을 운영 중인 조미연 팀장은 "이 부근에 본사가 있기도 해 성수동이 익숙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성수동은 젊은 CEO가 모이는 소위 말하면 '뜨는 동네'라고 생각하는데, 정책적으로 프랜차이즈 등의 입점을 제한한 덕에 상권이 보호된다고 본다. 규제가 없었다면 가로수길처럼 전부 프랜차이즈화됐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상생 강조와 적절한 규제 활용
성동구의 사례는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해방촌이나 종로구가 상생 협약을 도입했으나 효과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종로구는 2018년 3월 익선동 일대를 한옥 마을로 지정, 프랜차이즈의 입점을 제한하고 가로변과 접한 곳의 건물 높이를 5층 이하로 규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끌어냈는지에 대한 소식은 아직입니다.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해결을 위해서는 '임차인과 상생해야 상권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임대인의 인식 전환이 우선으로 보입니다. 물론 여기에 관련 부처의 행정적 지원 역시 필수로 보태져야 할 것입니다.
글 월간커피
젠트리피케이션을 제가 잘못이해한지는 모르겠으나, 성수동이 카페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기존의 수제화거리, 중소제조업체 등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폐업 및 쇠퇴가 맞는 표현이 아닐런지요?
2021-11-05
좋아요(0) 답변 삭제젠트리피케이션때문에 상권이 너무 유명해져도 문제죠...ㅠㅠ
2021-07-27
좋아요(0) 답변생각해보니 성수동은 꽤 오래 가는거 같네요. 블루보틀이 국내에 들어온지도 이제 2년이 다 되어가는데...
2021-07-27
좋아요(0)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