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92조 8,9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었다고 합니다. 이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분야는 '음식서비스'입니다. 1년 전보다 무려 48.2% 높아졌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배달서비스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입니다. 이처럼 배달을 찾는 소비자가 늘자 수많은 음식점과 카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배달서비스를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대부분의 카페 점주는 배달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보입니다. 시대 흐름상 어쩔 수 없이 배달을 하긴 하지만,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 음식 포장에 필요한 부자재 비용부터 배달 앱 수수료, 그리고 배달비까지 지출 항목이 많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배달비로, 빠르게 치솟으며 자영업자들의 한숨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날로 치솟는 배달비에 세금까지 '이중고'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나눠 부담하는 배달대행수수료가 2022년 들어 500~1,000원가량 올랐습니다. 수수료가 인상되자 수도권 기준 평균 배달료는 5,000원에서 6,000원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심지어는 지역과 배달거리에 따라 주문 한 건당 최대 1만 2,000원까지의 높은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배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한 아파트 주민들이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치킨을 공동으로 주문한다는 웃지 못할 소식이 들려오고, 점주들은 아무리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배달비 인상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배달대행비용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배달대행업체가 아닌 점주가 이 세금을 떠안는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배달대행업체가 음식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지 않고, 이를 요구하면 도리어 '배달료를 10% 인상하겠다'는 엄포가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지속되는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배달을 시작한 자영업자들은 그렇게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배달비 인상의 주요인, 라이더 부족
업계는 배달비가 자꾸 인상되는 가장 큰 이유가 '라이더 부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급증한 배달 수요에 비해 라이더 수는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죠. 배달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라이더를 어떻게든 '모셔야'하는 지경이 되니 배달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에 관해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우리 역시 라이더들에게 갑질을 당하고 있는 입장"이라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자고 한면 다른 업체로 옮겨가는 이들도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현재의 배달시장은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죠.
한편 배달 앱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단건배달'은 라이더 부족 문제를 더욱 가속화했습니다. 단건배달이 등장하기 전에는 동선이 비슷한 여러 건의 주문을 한 명의 라이더가 맡는 '묶음배달'이 이뤄져왔습니다. 배달시간은 조금 더 소요될지라도 투입되는 인력 대비 많은 주문을 소화할 수 있어 배달비가 절약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빠른 배달을 원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단건배달 인기가 급증하자 '배달의 민족'에서도 이를 도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라이더가 한 번에 한 건의 주문만 수행해야 하니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진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지금은 라이더 수가 오히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만 나오고 있습니다.
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이 절실한 상황
배달비 관련 문제가 자꾸 불거지자 정부에서는 최근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배달료공시제'입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의뢰한 민간주도사업입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여러 배달 앱과 배달대행업체의 배달비 정보를 한 달에 한 번씩 조사해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 홈페이지에 게시한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같은 주문에 대한 배달비를 플랫폼별로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고, 플랫폼 간 가격경쟁을 유발해 배달비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본 사업의 취지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배달 앱을 통해 사전에 고지되는 배달비를 비교하겠다며 굳이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 페이지를 찾아볼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이며, 기상상황이나 시간대, 거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시시로 달라지는 배달비가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효과도 거두지 못할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
익명을 요구한 한 카페 점주는 "배달비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심히 걱정된다. 배달비 부담이 자꾸 커져 바쁘지 않은 시간에는 자차를 이용해 직접배달에 나서기도 한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안 좋은 소식만 가득해 사업을 지속하는 게 맞는지 고민된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시장이 달라지면 정책 역시 그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인지상정. 배달에 얽힌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