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익숙함, 코리안 빈티지

먹는 곳, 마시는 곳, 쉬는 곳, 공부하는 곳 등 사람의 공간은 사람의 행동으로 정의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는 집과 같다. 카페의 이런 특징은 사람들이 집에 가지는 기본적인 기대를 카페에 연장시키고 카페에서 집과 같은 익숙함을 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현재보다는 과거에서 익숙함을 찾는다. 현재는 혼란스러운 반면 과거는 안정되어 있고, 그 안정감의 다른 이름은 익숙함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근의 카페들은 고객들에게 편안한 감정을 선사하기 위해 '코리안 빈티지'라 불리는 콘셉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코리안 빈티지'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없지만, 보통 1920~90년대의 한국 문화 전반의 분위기를 일컫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 영화 「1987」등, 21세기에 복각한 20세기 한국 현대사의 무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대표적 카페 : <프릳츠>, <식물>

가장 대표적인 코리안 빈티지 카페는 바로 <프릳츠>다. <라이프 커피 컴퍼니>의 김지환 대표는 프릳츠를 "최근 가장 성공적인 카페 창업, 수익 모델"이라 밝힌바 있다. 도화의 본점을 비롯해 원서, 양재에 오픈한 프릳츠는 경성 시절부터 새마을 운동기의 한국을 테마로 카페를 브랜딩했다. 프릳츠의 브랜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상호명이다. 프릳츠의 ‘디귿’ 받침은 예전에는 일상적이었으나, 지금은 비일상적인 문법이다. 즉, 고객들은 프릳츠라는 상호명을 말할 때부터 향수를 느끼게 된다.

다음으로는 익선동에 위치한 카페 <식물>이다. 익선동은 분주한 도시 속의 시간이 멈춘 섬과 같은 공간이다. 식물은 익선동의 지역성을 적극 활용하여 카페를 구성했다. 기본적으로 오래된 가옥을 개조하였기에 공간 자체가 빈티지이며, 오래된 자개장을 좌식테이블로 사용하여 예스러움을 한껏 살렸다.



골동품 가게와 코리안 빈티지의 차이

만약 옛 것을 가져다 놓은 것만으로도 코리안 빈티지라 할 수 있다면, 골동품 가게 또한 코리안 빈티지일 것이다. 하지만 골동품 가게를 코리안 빈티지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코리안 빈티지는 과거의 것을 가져와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편집숍과 같은 것이지 단순히 물건을 가져다 놓았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예로 든 프릳츠나 식물은 옛날 건물에 옛날 물건들을 배치했지만, 재배치한 것이며, 카페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 또한 트로트나 클래식이 아닌 인디씬에서 가장 트렌디한 것들이다.



코리안 빈티지라는 편집법

저작권법은 편집저작물이라는 명목으로 독창적인 재구성물에 대해 그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코리안 빈티지는 하나의 고정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편집법인 셈이다. 즉, 코리안 빈티지의 감성을 지니고 있는 카페들은 모두 고유의 개성을 가진 편집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코리안 빈티지를 콘셉트으로 카페를 창업한다거나, 기존의 카페를 리뉴얼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스타일 자체를 따라하지 말고 편집의 결을 살피는 게 어떨까? 카페의 시대적, 지역적, 인적 맥락을 파악함과 동시에 자신의 카페만이 가질 수 있는 개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CUP

사진 월간커피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