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는 생두 가격, 올라가는 커피 가격
지난해 생두 수입 가격이 치솟자 정부는 두 가지 카드를 빼 들었다. 생두 수입 시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생두, 볶은 원두 수입 전량에 할당관세를 도입한 것. 이상기후로 차질을 빚었던 커피 생산 및 공급망이 정상화되고 환율이 차츰 안정화되는 시기에 이같은 조치가 함께 적용되자 생두 수입가격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원 가 부담이 확연히 완화되었다고 판단한 정부는 할당관세 적용을 올해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올해 5월 생두 수입 평균 가격은 5,741원/kg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2022년 10월 7,411원/kg에 비해 19.6%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생두 가격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는 반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커피값은 여전히 높거나 외려 상승 중이다. 커피업계는 지난해 생두 가격과 제조원가의 상승에 따라 일제히 커피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할리스’, ‘탐앤탐스’ 등 주요 커피전문점들이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와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도 예외는 없었다. ‘동서식품’은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 등의 가격을 9.8% 가량 인상했으며, ‘빽다방’, ‘컴포즈커피’는 4월부터 음료 가격을 200~500원씩 올렸다. 여기에 소규모 개인 카페까지 커피값을 인상하며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소 비자들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커피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와 커피업계의 엇갈린 입장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성인 한 명당 커피 소비량은 2018년 기준 연간 353잔으로 세계 성인 커피 소비량(연간 132잔)과 비교했을 때 2.7배 수준에 달한다. 이처럼 커피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에 서 커피업계의 가격 인상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원재룟값이 하락하면서 커피값 인하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연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 특히 원재료 가격 인하분을 반영한라면, 과자 등의 값이 내려가는 가운데, 요지부동인 커피 가격을 향한 의구심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한편 커피업계는 제조원가에서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커피 한 잔 가격에서 원두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으로, 나머지 90%는 매장 임대료, 인건비, 기타 원재료 비용 등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환율이 다시 오르며 거래 가격이 증가하는 점에도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간 커피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최대한 감내하다 값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당장 가격 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커피 국제 선물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아직도 30% 이상 높은 수준이며 선물 구매 특성상 구매한 후 국내 원재료 투입까지는 반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가격 반영이 어렵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커피 제조업체들이 생두를 연 단위로 미리 확보하는 만큼 높은 가격에 구매한 생두를 모두 소진하기 전까지 가격 인하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들에게 원두를 납품받는 개인 카페 운영자들 역시 당분간 가격 부담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인상 요인 따로 있어
생두 가격 하락에 대한 기쁨도 잠시, 우윳값 및 공공요금 등이 잇따라 인상되며 카페 자영업자들은 난항을 겪고있다. 지난해 오른 원윳값은 올 8월에 또 다시 인상될 예정으로, 흰 우유 1l의 가격이 3,000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가스 요금도 올해 두 차례 인상됐다. 이에 전기요금은 kWh당 8원, 가스요금은 MJ당 1.04원 올랐다. 인건비 역시 마찬가지다. 자영업자의 대출규모와 연체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최저임금이 1만 원대로 인상될 기미를 보이자 여기 저기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부자잿값, 임대료 등 자영업자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수도 없이 많다.
사면초가에 처한 이들에게 커피 가격 인상은 최후의 보루일지 모른다. 커피로 형성된 거대한 커뮤니티를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해선 서로 다른 입장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그 누구도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갈등의 씨앗이 되길 원하지 않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