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복상회

채규원 대표가 아내와 함께 4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칠복상회>. 재래시장에서 36년째 운영 중인 채 아버지의 건어물 가게 이름을 그대로 따와 진정성을 담고자 했다. 두 번의 이전을 거쳐 현재는 수유역 인근에서 만날 수 있으며, ‘시장’하면 떠오르는 정(情)으로 무장한 따듯한 공간이다.

• 브랜딩의 과정, MD 제작
채 대표는 2014년 칠복상회를 오픈한 이후 매장을 두 번 옮겼다. 처음 가게를 이전할 때까지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직접 인테리어 했지만 2018년, 지금의 자리로 오면서 그동안 관심 있게 지켜봐왔던 디자인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에 작업을 의뢰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칠복상회만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브랜딩과 인테리어를 잡아나갔고, 그 과정 중 자연스레 MD도 제작하게 됐다. “여러 에피소드를 나누고선 최종적으로 ‘가족’을 콘셉트로 잡았어요. 공간도 오래된 주택인지라 편안한 집처럼 연출하고, 그 안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다 MD를 떠올린 거죠.” 다음 과제는 어떤 상품을 제작할 건지였다. 숱한 검색을 통해 준비한 여러 후보 중 심플하면서도 칠복상회만의 색을 담을 수 있는 것들로 추린 게 마스킹테이프, 엽서, 유리컵, 향초다.
칠복상회 로고를 삽입한 유리컵은 색만 달리 해 두 가지로 제작했고, 엽서 또한 최대한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한편 향초나 마스킹테이프는 카페 MD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제품군. 향초는 수제 브랜드인 ‘햅hap’을 통해 만들었는데 칠복상회만의 색과 향을 직접 선택했다. 마스킹테이프는 칠복상회의 ‘福(복)’을 둥글게 형상화해 마치 굴러가는 듯한 모양으로 디자인함으로써 굴러들어오는 복을 잡으라는 의미를 담아냈다고.
MD 제작 과정에 있어서 채 대표는 누구보다 꼼꼼했다. 업체 선정 단계부터 스스로 질릴 정도로 오랜 시간을 검색에 쏟았다. 후보로 눈여겨보는 곳이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필력은 어떤 수준인지까지 살펴보는 등 제대로 된 업체 선정을 위해 그야말로 ‘끈질기게’ 검색하는 것이다. 사실 에코백도 좋은 퀄리티로 제작하고자 끊임없이 인터넷을 뒤적이고 방산시장도 직접 다녀왔지만, 결국 만족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해 중도 포기했다고. 그는 “사실 고민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안 좋은 것 같아요. ‘시작이 반’이라고 하잖아요. 스티커나 배지 같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매장을 알릴 수 있는 아이템부터 시작해, 고객 반응에 따라 보완해나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 MD 제작에 고려해야 할 점
훨씬 더 다양한 MD를 선보이고 싶다는 채 대표는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일단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점은 생각보다 목돈이 들어간다는 거예요. 제작 수량을 줄이면 단가가 늘어나잖아요. 다만 MD는 오래 보관할 수 있으니 보통 수량을 늘려 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데 그럼 초기비용이 높죠. 여기서 파생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보관’이에요. 그 많은 양의 제품을 보관할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저만 해도 여건이 안 돼서 추가 제작을 못하고 있어요.” 즉 공간과 비용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건데, 그럼에도 채 대표는 최대한 많고 다양한 MD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 타입이라 제작 과정 자체가 정말 재밌어요. 무엇보다 MD를 선물로 주고받을 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좋고요. 지금은 운영과 관련해 고민할 부분이 많아서 잠깐 주춤하고 있는 상황인데 모든 게 정리되면 에코백, 우산, 모자 등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주소 서울 강북구 한천로132길 11
인스타그램 @chilboksanghoe
가격 향초 7,000원(촛대 5,000원) 엽서 1,000원 마스킹테이프 5,000원 유리컵 5,000원

데얼커피
조용한 연남동 거리, 하얀 건물의 계단을 내려가면 여기저기 웃는 얼굴이 보이는 <데얼커피>가 있다. 내부뿐 아니라 음료, 디저트에도 그들의 캐릭터가 가득하다. 이는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송민경, 김남석 대표의 얼굴과 닮아 있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예약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데얼커피의 피크닉 세트는 날씨 좋은 날, 좋은 사람과 소풍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 예상치 못한 MD의 시작
데얼커피가 MD 제작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캐릭터를 이용해 카페를 홍보하려는 것도, 상품을 판매하려던 것도 아니었다. 이 카페의 굿즈는 정말 우연히 만들어졌다. 처음엔 홀더를 쓰는 대신 컵을 하나 더 껴서 음료를 제공했는데 그냥 내기에는 너무 밋밋해서 그때그때 컵에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캐릭터가 카페의 심볼이 되었다. 어느 날은 송 대표가 가지고 있던 무지 에코백에 캐릭터를 한번 그려봤다. 그냥 전시용으로 걸었을 뿐인데, 손님이 판매하는 제품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손님의 취향이겠거니 했지만 SNS로 유명세를 얻어 같은 질문을 하는 손님이 계속 늘어가 결국 MD상품을 만들게 됐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송 대표는 언젠가 자신의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MD를 만들게 될지는 몰랐다고. MD의 종류가 많은 것 같다는 질문에, “저는 아직도 만들고 싶은 것이 많아요. 저희 제품을 찾아주시는 분이 많으니까 점점 더 종류를 늘려나갈 계획입니다”라며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캐릭터가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기에 MD상품도 비슷한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에코백부터 시작해 파우치, 컵, 텀블러 등을 제작하고 있다. 독특하게도 데얼커피 MD상품의 주요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특히 SNS를 통해 사진을 보고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다고. “자주 있는 일이지만, 손님을 볼 때마다 아직도 신기해요” MD 제작부터 판매까지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다.
타 카페와 비교하면 정말 운이 좋게 MD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큰 홍보 효과를 얻었지만 계속 일사천리였던 것은 아니다. 초반엔 굿즈를 찾는 고객이 그렇게 많지 않아, 무지 에코백을 주문해 직접 실크스크린인쇄를 해 판매했다고 한다. 틀을 주문해 직접 제작하는 것인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프린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버리는 것도 많았다고. 현재는 판매량이 많아져 공장에 제작을 의뢰하고 있다고 한다. 공장에 맡기는 것이 실패율이 낮아져 좋긴 하지만 이 방법에도 문제가 생긴다. 직접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자리를 비우기도 쉽지 않아 제품 생산 과정을 그때그때 확인하지 못하고 MD 하나 제작하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저희가 직접 만들어서 팔지 못하지만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세심하게 확인해야 안심하고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잖아요.” MD상품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카페답게 시간이 걸려도 좋은 제품을 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편리해진 제작 주문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굿즈를 판매하는 많은 카페들이 디자인과 제품 생산을 지인의 도움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개인 카페가 많이 생기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최소주문량MOQ을 매우 낮게 잡아 소량 제작해주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데얼커피는 판매량이 늘어났을 때,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공장을 알아봤다고 한다. “생각보다 소량 제작을 해주는 공장이 많이 있더라고요. 물론 주문량이 많을수록 단가는 내려가죠. 저희는 제품이 꾸준히 잘 나가고 있고, MD가 유통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은 단가로 주문할 수 있는 만큼의 양을 의뢰하고 있어요” 많은 카페의 대표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최소주문량인데 소량 제작이 가능한 곳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희소식이다. 굿즈 제작이 쉬워지면 우리는 더욱 개성 있는 MD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데얼커피는 타 카페와 매우 다른 방법으로 MD 제작을 시작하게 됐지만 우연히 얻게 된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에 지금의 인기를 누리게 됐다고 본다. 굿즈 판매는 여러모로 부담이 되는 작업이지만, 데얼커피처럼 예상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로3길 23 지하2호
인스타그램 @their_coffee
가격 에코백 13,000~15,000 파우치 8,000원 텀블러 11,000원

글  월간커피 DB

사진  월간커피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