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업계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로봇
2017년 상반기, 로봇 바리스타 카페가 주목을 끌었다. 샌프란시스코 <카페 X>가 바로 그곳이다. 작은 공간에 키오스크와 로봇, 커피머신 등으로 간결하게 꾸려진 이곳에서는 손님이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로봇이 전자동 커피머신에서 추출되는 커피를 받아 고객에게 제공한다. 로봇은 1분에 두 잔, 시간당 총 120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으며, 시럽 추가나 우유 종류 선택 등의 옵션 역시 소화 가능하다고. 이밖에 본지는 2017년 7월호 기사를 통해 커피 전문점에서 활용되는 서비스 로봇에 대해 다룬 적 있다. 미국 크라운 플라자 호텔, 일본 하우스텐보스 등의 해외 사례를 함께 소개했으며 이러한 곳에서 채택한 로봇의 경우 배달이나 접대와 같은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처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로봇 바리스타는 해외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사례였지만 지금은 그 흐름이 우리나라까지 확장됐다. 2018년 1월, <달콤커피>로 잘 알려진 ‘다날’의 자회사 ‘달콤’은 로봇 카페 <비트b;eat>의 오픈 소식을 알렸다. 이후 KT와의 업무 협약을 통해 음성 인식, 5G 네트워크 기술 등을 도입했으며 올해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최신 모델 ‘비트 2E’로 로봇을 업데이트했다. 고객과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제조 가능한 메뉴 수가 이전보다 약 3배 정도 많아져, 제조 속도와 운영 효율 모두 강화됐다는 게 달콤커피 측의 설명이다. 특히 빅데이터, 영상인식 기술 등으로 고객 패턴을 파악해 자주 마시는 음료를 추천하거나 유동인구, 상권분석 등도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이용가치가 높다고.
이뿐만이 아니다. 2019 서울카페쇼 ‘허니비’ 부스에서는 간단한 라떼아트가 가능한 로봇을 소개했다. 한 참관객은 “라떼아트만큼은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해내는 걸 보니 신기하면서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하트인하트'와 같은 기본적인 디자인만 가능하지만 추후에는 라떼아트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 못지않은 다양한 패턴 제조도 해내지 않을까 예상된다.
로봇을 단독으로 두지 않고 인간 바리스타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도 있다. 강남구 소재 <라운지엑스>의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는 손님이 원두를 선택하면 물의 양, 온도 등을 조절해 3분 안에 브루잉 커피를 내린다.
커피 외 티 전문점도 로봇을 채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힛더티’가 성수동에 오픈한 <슈퍼말차>에서는 말차를 녹이는 격불 행위를 로봇이 해낸다. 사람이 하는 것과 달리 일정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라떼아트 중인 로봇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타가 이익을 가져다줄까?
로봇의 장점이라면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한 요즘에는 특히 ‘인건비 절감’이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카페 X의 로봇은 약 2,500만 원 수준이며 비트의 초기 모델 ‘비트 2.0’은 1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상당한 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으로 봤을 땐 투자할 만하다”는 의견이 더러 있으며, “로봇을 고용하면 직원 문제로 더 이상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돼서 좋을 것 같다”는 이도 있었다. 이밖에 공간효율성 생산성이 높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로봇 카페의 이점이겠다.
그렇다면 실제 로봇 카페들은 로봇으로 인해 이익을 보고 있을까? 달콤은 비트 매장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 2019년 10월 기준 50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동안 달콤커피의 매장 수는 불과 6곳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비트의 주문량 역시 전년 대비 약 150% 올랐다고. 반면 영업실적은 아직 지켜봐야 하는 단계다. 2013년 설립돼 2015년에 흑자로 전환했던 달콤은 2018년 다시 손실을 내고 있다. 비트 2.0 개발에 소요된 연구개발 비용이 상당한데다가 프랜차이즈 사업이 정체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트로 하여금 다시 흑자에 접어들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실적을 통해 살펴봐야 할 것이다.
‘대체’보다는 ‘협업’의 관점으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로봇의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점과 무조건적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는 중이라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라운지엑스 김동진 대표는 “커피는 감성적 음료로, 특유의 감성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따라서 로봇은 ‘협업’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 없이 로봇이 모든 걸 다 해낸다면 자판기 커피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로봇은 인간 바리스타를 100%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즉 인력으로는 완벽히 소화해내기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는 역할을 로봇이 수행함으로써 상호 보완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한 카페 점주 또한 “로봇 카페 역시 하나의 새로운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북카페, 만화카페 등 다양한 형태의 카페 중 한 종류일 뿐이라고 보기 때문에 크게 위협적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먼 미래의 일을 장담할 순 없겠지만 커피 업계 속 로봇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러하다. 커피는 여전히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음료이기에.
정말 나중에는 바리스타, 카페 사장님들과의 소통이 없어질 것 같아요...ㅠㅠ
20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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