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보관 조건이 에스프레소 성분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연구는 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여러 커피인의 관심사라는 뜻일 터. 그렇다면 국내 연구들은 원두를 냉장·냉동 보관하는 것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두 개의 논문을 바탕으로 정리해보았다.
맛의 변화
첫 번째 연구는 커피를 로스팅 날짜별로 나누어 냉각
한 후 색도를 측정하고 밀봉해 실온과 냉장 상태로 보관했다. 그리고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해보았다. 실온은 22~28℃, 냉장은 2~5℃를 유지했는데 실온 보관 원두는 추출 시간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냉장 보관한 원두는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추출시간도 길어졌다. 추출시간은 에스프레소의 맛과
향미, 불필요한 맛의 부각 등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큼한 맛, 쓴맛, 떫은맛이 증가한다.
보관의 차이는 크레마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두 대상
모두 저장 기간에 따라 크레마의 양은 줄었지만 실온
보관한 원두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크레마의 양이
급속도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반대로 냉장 보관
원두는 감소량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향미의 변화
두 번째 연구는 보관 조건이 커피 향기 성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본 실험으로 20~25℃의 상온
보관과 0~4℃로 냉동 보관한 경우를 비교했다. 모든
향기 성분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선함에 영향을 주는 화합물은 주로 저장 후 3주 동안 휘발과 산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성 향기
성분과 색도의 변화는 상온 보관일 때 심한 손실을 보였으며, 수분함량에는 두 경우 모두 변화가 매우 적었다. 문제는 보관 조건을 얼마나 동일하게 유지하느냐로
중간에 개봉하거나 보관 온도를 바꾸는 등의 행동이
수분함량의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정답은?
두 실험의 결과는 실온과 냉장·냉동 보관에서 나타나는 긍·부정의 변화에 차이는 있지만 얼마나 밀봉을 했는지, 그리고 그 조건을 얼마나 잘 지켜주었느냐가 원두의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했다. 원두 냉장
보관이 냉장고에 있는 잡내를 흡수해 향을 잃게 한다는 의견은 냉장 보관의 문제라기보다 냉장고를 반복해서 여닫으며 생기는 온도와 조건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신내 소재 <와이엠커피프로젝트>는 로스팅한 원두를 급속냉동해 사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상온, 냉장·냉동 모두 좋지 않기에 빠르게
소진하는 것을 조건으로 두고 원두를 냉동 보관한다고. 또한 세곡동 소재 <델라보테가>에서는 최소한의 온도 변화를 유지하기 위해 와인 냉장고에 원두를 보관하고 있다. 일반 냉장고의 경우 보관이 문제가 아니라 원두를 꺼낸 후 그 변화가 급속도로 나타난다고 판단해,
상대적으로 온도를 확실하게 보존할 수 있고 원두 보관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와인냉장고를 선택했다. 그
외 커피를 실온 보관하되 밀봉 방법을 달리하는 등 바리스타에 따라 그 보관법에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서도 정확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으나 우리가 모든 연구와 바리스타의 경험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커피는 어쨌든 오래 두는 것보다 빨리 소진하는 게 좋다’가 아닐까?
참고문헌
- 윤진, “저장 조건에 따른 에스프레소의 추출특성과 성분
함량 및 선호도에 관한 연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5).
- 장상희, “볶은 커피의 보관 조건에 따른 이화학적 성분
변화에 관한 연구”,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1).
온도 변화만 잘 컨트롤 한다면 냉동이 더 낫겠네요 :)
20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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