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젠다 산타 세실리아 Fazenda Santa Cecilia
브라질하면 축구에 이어 자연스럽게 커피가 떠오른다. 그만큼 브라질의 역사에 있어 커피는 빠질 수 없는 농산물이다. 커피는 브라질에 ‘현대화’를 가져다준 대신 환경적으로 막대한 희생을 치르게 했다. 대량 생산에 치중하느라 풍작 후 휴경기를 가지기는커녕 비료도 주지 않은 탓에 땅의 지력은 쇠약해졌고, 오래된 나무들은 방치되어 결국은 불태운 뒤 그 재는 비료로 활용됐다.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서 새로운 구획의 숲을 개간하면 그만이라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브라질 남부의 농원은 서리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커서 1970년대 후반 미나스 제라이스Minas Gerais 주의 세하도Cerrado 지역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주로 그늘 없이 재배되는 브라질 커피는 발육 속도가 비교적 빠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비료를 주지 않으면 토양이 고갈되고 만다. 때문에 세하도는 관개 설비와 기계화가 발전했고, 대규모 농가가 많아지면서 브라질의 대표적인 산지로 자리 잡았다. 바로 이 세하도 지역에 위치한 파젠다 산타 세실리아 농장. 이곳의 입구에 있는 벨로소 커피 이미지 월Image Wall은 농장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했다.
파젠다 산타 세실리아는 2,480ha의 규모로 커피는 전체 규모의 70% 이하로 재배한다. 1,095ha는 보호받는 숲과 저수지다. 벨로소 커피는 이외에도 파젠다 팔메리아Fazenda Palmeira와 파젠다 리타Fazenda Rita 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세 개 농장을 다 합치면 그 규모는 총 1만 4,229ha로 커피 재배 면적은 4,355ha이며 나머지는 보호지역 및 영구 보존구역이라고 한다. 직원의 경우 정규직 480명에 재배 및 수확 기간에는 320여 명의 임시 직원을 고용한다. 규모에 걸맞게 많은 해외 커피업체와 오랫동안 거래를 해오고 있다.
이곳의 미션은 ‘커피 재배의 예술The Art of Growing Coffee’이다. 벨로소 커피는 브라질 최대의 가족경영기업 중 하나로, 파인 컵과 스페셜티 커피 생산을 특화하고 있다. 4명의 커퍼들로부터 커피 샘플을 확인한 뒤, 엄격한 관리 하에 마이크로 및 나노 랏의 고품질 프리빌리지 커피Privilege Coffee를 재배한다고 한다. 농장의 랏 별로 토양을 분석하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물과 영양분의 공급을 위해 모든 커피나무 아래에 친환경 소재로 만든 검은색 튜브를 설치했다. 필자가 도착한 첫날, 농장 필드에서도 이 부분을 재강조할 만큼 생산시스템에 대한 농장주의 자부심이 컸다. 또한 농장마다 토양의 진흙 함유량이 다른데 그 함유량이 많은 경우 물은 적게 공급하며, 이는 곧 생산량과 관계가 있다고 했다.
연간 약 15만 백bag의 커피를 생산하는 만큼 생산 시설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웻 밀, 31만 제곱미터 이상의 파티오, 43대의 건조기가 있는 드라이 밀, 8만 6,000개 이상의 마린합판 건조대포대, 10만 개의 황마포대 및 10만 개의 빅 백포대 저장이 가능한 웨어 하우스Wharehouse가 있다. 미국,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중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 60kg, 30kg 그리고 벌크bulk로 커피를 수출한다.
산타 세실리아 농장의 발효는 한마디로 슬로우 콘셉트Slow Concept였다. 펄핑한 뒤 레이지드 베드에서 어느 정도 건조시킨 후 기계식 건조기에서 10시간 정도 다시 건조를 시킨다. 그리고 레이지드 베드에서 또 한 번 건조를 진행하고, 다음으로 또 기계식 건조기에서 10시간 정도 반복 건조를 시킨다고 한다.
고품질의 커피 생산을 위해 발효 단계에서 다양한 실험과 연구도 진행한다. 과일 발효를 위해 우선 인공 과일 이스트를 첨가해 실험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바나나, 파인애플, 바닐라 빈 등을 발효 탱크에 넣어서 발효시킨다고 한다. 한 고객사의 주문에 따라 바나나 발효 커피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에 크게 관심을 보였더니 커핑 때 이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두 차례에 걸쳐 12종류의 커피를 커핑했다.
커머셜과 스페셜티 커피 라인이 명확하게 구분됐는데 일부 컵에서는 망고, 석류, 파인애플, 바나나 등의 과일 향미가 은은하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달콤하고 밸런스가 좋아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 했다.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 커피의 이력이 추적 가능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심은 씨앗의 원산지 인증부터 누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장비를 사용했는지, 날짜 및 자산수량, 각 작업에 소요된 일수와 커피를 수확한 랏에 대한 정보 등을 꼼꼼히 기록한다. 수확 후에도 웻 밀, 파티오, 드라이 밀 등의 인수관리 체계화, 고객의 요구에 따른 리프로세싱Reprocessing, 패킹의 프로세스화 등 체계적인 관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벨로소 커피의 분류
벨로소 커피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다양한 커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각 떼루아Terroir에서 제공되는 서로 다른 영양소와 미네랄을 흡수한 커피 품종, 상세한 분석을 통해 랏마다 수확과 프로세싱을 다르게 적용해 그 결과 4개 커피로 분류한다.
● 서브라임SUBLIME
브라질 상업용 커피의 좋은 예로, 수출을 위해 탁월한 재배관리 하에 생산되는 커피다.
● 앱솔루트ABSOLUTE
세하도 미네이로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커피로, 대량생산 커피 중 엄선된 뉘앙스를 가진다.
● 익스클루시브EXCLUSIVE
싱글 오리진의 마이크로 랏은 매핑 단계에서 식별되며, 여기서 수확 및 가공방식은 각 커피의 잠재력을 향상 시킨다.
● 프리빌리지PRIVILEGE
최고 등급의 리저브 커피다. 한정판 커피로 매년 달라질 수 있으며, 이를 생산하는 마이크로 랏과 나노 랏은 엄격한 관리 하에 식별되어 가공된다.
한편 이곳으로 향하는 길은 어느 때보다 유독 설렘으로 가득했다. 1835년 12월에 설립된 역사적인 농장의 게스트 하우스인 ‘산타 세실리아 게스트 하우스Santa Cecillia's Guest House'에서의 1박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 농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기대감이 컸다. 농장에서의 하루 일과를 마치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편안하게 농장주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식사를 끝낸 뒤 나머지 드라이 밀과 파티오를 둘러보고, 브라질 커피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시간을 마지막으로 이곳의 방문은 마무리됐다.
파젠다 산타 세실리아 농장 정보
● 커피나무 21만 그루 이상
● 지역 Cerrado
● 평균 생산량 연간 15만 bags
● 수확시기 4~9월
● 생산고도 1,050~1,200m
● 프로세싱 70%는 내추럴, 30%는 펄프드 내추럴, 세미 워시드, 워시드
재배 품종
● IAC, EMAMIG 및 유전 개선 전문 컨설턴트가 승인한 다양한 품종 선택
● IBC/IAC, IRR 100, 파라이소Paraiso
● 아카이아Acaia ● 아라라Arara
● 카치과Catiqua ● 카투아이Catuai
● 문도 노보Mundo Novo
● 옐로우 버번Yellow Bourbon
● 레드 카투아이Red Catuai
● 옐로우 카투아이Yellow Catuai
現 커퍼스(한국커피품평협회) Cupper
現 티포인트 스튜디오 대표
現 서울시 강서구, 관악구 노동복지센터 커피강사
現 SCA Q-grader
前 이스타항공 창립/서비스마케팅 실장
前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브라질하면 축구가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 이제는 커피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네요.
저도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아침에 기분 좋은 커피향과 함께 일어날 수 있겠네요ㅎㅎ
2019-04-02
좋아요(1)좋은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브라질농장주의 열정을 느낄 수 있네요 앞으로 브라질스페셜티커피에 관심을 가져볼렵니다~
2019-04-01
좋아요(1)브라질하면 블랜딩에 들어가는 커피로 퀄리티는 큰 기대를 안하는게 저의 브라질 커피 인식이었는데, 이 글을 보고나니 체계적으로 잘 갖춰진 농장인 만큼 생두의 퀄리티도 기대가 되네요. 앞으로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도 도전해봐야겠습니다 :)
2019-04-01
좋아요(1)커피 재배의 예술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좋은 커피를 위해 노력하는 브라질의 모습이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해주네요.
2019-04-01
좋아요(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