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커피 하면 사람들은 보통 어떤 특징을 떠올릴까? 필자가 지금까지 접해왔던 여러 브라질 커피들은 보리, 맥아 같은 고소한 곡물류의 향미, 단맛과 무게감이 좋았다. 그렇지만 일률적인 품종과 프로세스, 대량생산을 거치다 보니 ‘거기서 거기’라는 식의 편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한 브라질과 이곳의 커피에는 많은 이들이 발견하지 못한 매력이 가득했다.
이번 연수에서 방문한 지역은 ‘멘티케이라 데 미나스Mantiqueira de Minas’였다. 이곳은 매년 150톤 이상의 커피가 출하되는 미나스 제라이스 주 4개 구역 중 ‘술 데 미나스Sul de Minas’에 속해있다. 고도는 1,000~1,400m 정도로 특출하진 않지만, 멘티케이라 산맥이 남북으로 지나고 있어 타 산지보다 지형이 복잡하다. 때문에 커피 농장은 대부분 5~10ha 정도의 소규모로, 산의 경사면에 커피를 경작하며, 매년 CoE 내추럴 부문 우승자의 30%가 이 지역에서 나올 만큼 테루아마다 개성 있는 커피가 생산된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인정받아 2011년 브라질 국립산업기술연구소에서는 커피 산지 표시의 허가를 냈을 정도라니, 많은 이들이 상상하는 대량생산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9,200여명의 멘티케이라 생산자들은 다양한 조합에 가입해 활동 중인데, 우리가 방문한 조합과 농장들의 성향은 제각각이었다. 이번 호에 소개할 곳은 바로 ‘까르모커피Carmo Coffees’ 조합이다. 2005년 설립된 신생조합인 이곳에는 ‘까르모 데 미나스Carmo de Minas’ 지역 200여 개의 농장이 소속돼있다. 전통과 새로운 것을 함께 추구한다는 철학답게 이들의 농장은 기본이 탄탄했으며, 커피의 맛은 트렌디하고 실험적이었다. 외부 바이어들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스페셜티 커피가 개발되고 있었다. 우리는 까르모 소속의 세 개 농장, 그리고 세 개의 웻밀을 방문했다.
편견을 깨준 까르모커피 조합의 농장과 웻밀
처음 방문한 농장 ‘Santuario Sul’은 3,000평 정도의 면적에 명확하게 나눠진 라인을 따라 100여 개의 품종이 재배된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종자를 들여온 게이샤 품종이 14종이나 있을 만큼 세분화돼있다. 외부 품종과 자체적으로 인공교배 품종으로 농장 환경에 잘 적응하며 품질이 높은 최고의 품종을 연구 중이었다.
두 번째 농장 ‘Isidro Pereira’는 19년도 15,000백bag을 출하한 상당한 규모의 농장임에도 핸드 피킹과 스트리핑 방식으로 커피를 수확한다. 세르타오Sertao 그룹의 5개 농장 중 하나인데, 웻밀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 농장의 모든 커피가 이곳에 모인다. 새벽 일찍 취합된 체리는 성숙도와 환경조건, 품종, 당도 등에 따라 프로세싱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커피나무의 40-50% 정도가 큰 사이즈에 잘 익은 체리라면 내추럴로 가공하는데, 내추럴은 파티오에서 상대적으로 오래 말려야 하기 때문에 수확철에 비가 많이 오지 않을 때 선택하는 식이다. 가장 좋은 품질로 생산되는 옐로우 버번을 40% 생산하는데, 옐로우 버번의 당도를 직접 측정해보니 23이 넘었다. 단연 농장 최적의 품종이라 할만 했다.
웻밀 Irmas Pereira에서는 요즘 가장 트렌디한 방식으로 꼽히는 무산소 발효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가공 전 커피체리를 숙성할 때 발생하는 체리과즙을 천연발효촉진제로 사용하며 그 양은 발효할 전체 체리양의 10%다. 가공 시에는 ‘에어락’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내부 산소를 내보내며 외부 산소를 차단한다. 건조 방식도 다양했다. 가장 특별한 건조방법은 자외선을 차단한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 아프리칸 베드. 전면이 파란색으로 차단된 그린하우스로 자외선을 차단해 커피의 향미 손실을 막고, 온도를 낮게 유지해 커피를 천천히 말리면서 단맛을 올리는 방법이다.
웻밀 Pedra Branca는 새로운 가공법의 도입 중에 있었다. 최근 시도하고 있는 것은 배럴(나무통)에 숙성시키는 가공방식. 무산소 발효 후 수분함량 15%까지 아프리칸 베드에 커피를 말린 다음 다시 배럴에 5~7일간 숙성시킨다. 직접 지은 벽돌저장고에서 20℃의 온도와 70~80%의 습도를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방법이지만, 배럴의 향이 배며 독특한 자아낸다. 이들도 불과 두 달 전부터 시도 중인 새로운 프로세싱이라 실험단계였지만 열정 어린 관심을 보이자 커핑을 통해 맛볼 수 있게 해줬다.
까르모커피의 사무실에서 총 26개 커피의 커핑을 진행했으며, 필자와 연수팀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 두 커피의 노트는 아래와 같다.
A 청사과, 바닐라, 시트릭, 위스키, 크리미 텍스처, 클린, 밸런스, 롱&스윗애프터
B 스파이시, 건포도, 와이니, 카카오닙, 버터리텍스처, 스윗, 덴스dense
이날의 커핑은 브라질 커피의 스펙트럼이 무채색에서 색상환처럼 넓어지는 기회였다. 마치 여러 국가의 커피를 맛본 듯 플레이버가 각양각색이었다. Pedra Branca의 배럴 숙성커피는 히비스커스, 레몬, 결명자, 말린 살구, 건망고, 흑당(뽑기, 누룽지)등 가장 다양한 노트가 나왔다. 아직 다듬어져야 할 향이였지만 안정화된 후에는 얼마나 더 개성 있는 캐릭터가 나올까.
까르모커피가 카페 임포츠Café Imports,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 등 여러 스페셜티 회사의 파트너인 이유가 단박에 이해되면서 이들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됐다.
김혜지
2019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 챔피언
<루소랩> 바리스타
전문가 칼럼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재밌는 컨텐츠들이 많이 늘었네요!!
2019-10-29
좋아요(0)새로운 브라질 칼럼이네요! 챔피언이 보는 브라질 커피 농장 재밌습니다 :)
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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