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소발효
무산소발효는 산소를 배제한 상태에서의 발효를 뜻하며 일반적으로 맥주의 발효에서 사용된다. 맥주의 양조 과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맥아를 분쇄해 물에 넣어 끓인 상태에서 홉을 넣고, 이를 식힌 뒤 ‘맥주효모’를 넣어 산소를 차단한 스테인리스통에서 발효가 이뤄된다. 즉, 맥주에 사용되는 배양 효모를 무산소 환경의 맥즙(麥汁; 맥아와 물을 넣고 끓인 후 맥아 껍질을 걷어낸 맥아의 당분이 녹아 있는 상태의 액체)에 첨가하여 발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맥주 발효의 핵심은 미생물이 맥아의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이때 작용하는 미생물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주봉 브루어는 “맥주의 양조는 모든 과정이 브루잉을 기획한 사람의 의도대로 완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변수가 많은 단계가 발효다. 사용하는 미생물의 종류, 혹은 환경에 따른 많은 변수가 있으므로 다양한 변수를 통제해야만 원하는 품질의 맥주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맥주는 발효단계에서 여러 변수가 작용하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Interview -맥주의 발효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맥주의 발효는 맥주의 주재료인 몰트malt, 알코올발효와 미생물 대사작용을 활용한 것으로 맥주 스타일에 맞게 배양된 효모를 첨가하여 발효한다. 맥주 발효는 99% 스테인리스 발효조를 사용해 산소의 접촉을 최소화한 상태로 진행한다. 첨가한 미생물은 맥아의 당분을 섭취해 맛과 향, 혹은 탄산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배양된 효모를 사용하는 발효답게 거의 비슷한 맛을 생산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맥주를 양조하는 사람으로서 커피의 발효에 산소를 차단하는 방법이 유행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커피에도 관심이 많아 들어본 적이 있다. 커피도 발효한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맥주의 발효에서는 산소의 접촉을 최소화해야만 이취(異臭)가 발견되지 않는다. 물론 야생효모가 발효를 진행하는 벨기에 맥주 ‘람빅Lambic’과 같이 발효 과정 중 산소와의 접촉에 제한을 두지 않는 예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산소가 맥주의 발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맥주를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커피 발효에 대해 설명을 듣고 보니, 산소를 차단한 상태로 발효하면 맛과 향에 대한 변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공을 진행하는 이가 의도한 향미가 발현되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외부 변수가 없으므로 의도치 않은 부정적 향미가 나타나는 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산소발효를 거친 커피는 시나몬Cinnamon 류의 향신료 향미가 특징으로 꼽힌다. 이것이 발효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맥주는 발효 중 산소와 접촉하게 되면 소독약과 같은 산화취가 발생한다. 커피의 경우는 본래 산소와 접촉하는 발효에서 다양한 향미가 만들어지는데, 긍정적인 향미도, 부정적 향미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산소를 차단하면 제한된 미생물 활동으로 특별한 향미가 생성될 수 있을 텐데, 시나몬 향미가 그 결과라고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
◀Interview 와일더 가르시아 브라보Wilder Garcia Bravo -커피 가공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보다 잘 익은 체리만을 수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체리가 빨간색을 띤다고 바로 수확하지 않고, 검붉은색으로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해야 하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이 쉽지 않다. 이후 과정에서는 천천히 가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발효가 빠르게 진행되면 과발효된 맛이 나고, 건조를 서두르면 마른 나무 혹은 부정적인 향신료 뉘앙스가 발현되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가능한 천천히 진행하려 노력한다. 2014/2015년 새롭게 농장을 개편하면서 품종별로 정확히 구획하여 재배하기 시작했다. 각 품종에 맞는 가공법의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기 위해 늘 실험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다양한 가공법이 있는데, 혹시 시도해 본 것이 있는가? 페루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대부분의 농부들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젊은 농부들은 다른 국가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가공법을 실험하고 있다. 나도 작년에 처음 무산소발효를 시도했고, 기존과는 다른 매력을 보이는 커피를 만든 적이 있다. 플라스틱으로 된 통에 펄핑을 끝낸 파치먼트를 넣고, 뚜껑을 닫아 72시간 발효를 시킨 다음 세척을 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결과물은 특이하긴 했지만 특별하진 못했다. 올해는 아직 새로운 실험을 하진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다양한 가공법이나 기타 실험을 해볼 계획이다. -무산소발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당신이 시도한 무산소발효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한다면? 개인적인 의견도 궁금하다. 무산소발효는 발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부 변수를 통제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내가 시도한 방식은 코스타리카에서 주로 하는 방법이라고 들었는데, 체리를 수확한 후 펄핑을 진행한다. 그 다음 플라스틱으로 된 밀폐용기에 담아 밀봉한 뒤 72시간이 경과한 후 세척했다. 이는 다른 국가에서 하는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흉내를 낸 것이기 때문에 완벽한 공정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래서인지 무산소발효를 거친 커피가 일반 워시드에 비해 특별한 향미가 발현되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무산소발효가 가진 특성을 잘 연구하고, 그에 맞는 품종을 선택해 실험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무산소발효, 탄소발효, 효모 첨가 발효 등 다양한 가공법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유행하는 모든 가공법을 살펴보면 통제가능한 모든 요인을 차단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이는 외부의 어떤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함인데, 조금 더 확대해서 해석하자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후의 영향이 결정적 요인을 제공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본래 워시드 커피에서 나타나야 하는 긍정적인 향미가 약하거나 없기 때문에 새로운 향미의 등장을 기대하며 많은 것들을 시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경험이 부족하지만 커피의 발효가 특별한 커피를 만드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좋은 파트너와 함께 특별한 가공법을 설계해 실험해보고 싶다. |
,감사합니다
2020-04-06
좋아요(0)다양한 업계의 발효방법도 보게되니 좋네요. 감사합니다.
20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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