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에퀴미테 농장
베라크루스 주에 있는 작은 마을 코아테펙Coatepec에 방문했다. 이곳은 베라크루스의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인데 필자는 엘 에퀴미테El Equimite 농장(이하 에퀴미테)과 생두 수출업체인 엔삼블레를 방문했다. 에퀴미테는 엔삼블레 소유의 농장으로 총면적은 25ha에 달했으며 그중 12ha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었다. 가르니카Garnica 문도 노보Mundo novo와 카투라를 교배해 만든 품종, 게이샤, 티피카, 버번, 카투라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아직 시험 재배 중으로 녹병에 약한 품종을 살펴보고 다른 품종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에퀴미테는 각각의 품종을 구역과 고도를 달리해 경작할 정도로 세심하게 관리하는 농장이었다.
커피 체리는 숲의 상태와 온도에 따라 병충해뿐만 아니라 녹병 피해를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 시기를 정확히 분석해 관리하고 있다. 1년 강수량을 도표화한 데이터까지 있었다. 가장 감명 깊고 멋지다고 생각한 것은 농장주의 철학이었다. 그는 친환경에 집중했다. 커피를 계속 재배하면 토양이 망가지고 주변 산림도 해칠 수 있다. 이에 에퀴미테에서는 토양과 숲을 보존하기 위해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 셰이드트리 방식으로 키 큰 나무와 과일나무도 함께 심어 산림을 가꾸었다. 이렇게 두 종류 이상의 나무를 심으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지속가능한 농작물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농장주는 ‘친환경 장기 프로젝트’를 에퀴미테뿐만 아니라 다른 농장과 공유하고 알리고 싶어 견학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장주 대부분의 목표는 많은 양의 커피를 수확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렇게 자연과 오랫동안 함께하고자 노력하는 이를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고 존경스러웠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커피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도 관심이 많았다. 에퀴미테의 계단식 농장 구조는 흙 속 영양소와 물이 밑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해 커피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는 수확이 한결 수월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또 다양한 프로세싱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었는데 무산소발효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발효통에 커피 체리를 품종별로 넣고 발효하고 있었는데, 물이 담겨 있는 페트병에 호스가 연결된 것을 발견했다. 이는 발효과정에서 생긴 이산화탄소가 다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기본적으로 무산소발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와 발효 시간이다. 그런데 에퀴미테에서는 산도 즉, pH 농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먼저, pH 수치가 3.8-4.0이 될 때까지 발효한다. 발효 중에는 pH가 낮으면 상대적으로 당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해서 이곳에서는 pH가 낮으면 워시드 방식으로, 반대로 높으면 허니, 내추럴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발효를 완료하면 비닐하우스 내 베드 혹은 야외 아프리칸 베드에서 건조 과정을 거치는데, 내추럴은 90일, 허니는 25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렇듯 친환경적이면서도 실험적으로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에퀴미테. 주변 이웃 농장에도 많은 도움을 주며 선구자의 역할을 하는 멋진 농장이었다.
서우재
2019 마스터오브커핑 챔피언
<이디야커피랩> 바리스타
매번 글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커피 재배 과정 직접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커피 농장에서는 어떤 향기가 날지도 궁금하네요.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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