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개의 컵이 있습니다. 낮고 작은 커피잔과 높고 큰 커피잔. 두 잔 중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골라야 하는 커피잔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높고 큰 머그잔입니다. 최근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머그잔 모양에 따라 느끼는 커피 맛의 차이’라는 주제였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300명을 대상으로 모양이 다른 여덟 잔의 컵에 커피를 제공한 결과, 피실험자들은 크고 높은 잔에 든 커피를 마실 때 더 부드럽고 달콤하다고 느꼈다고 하네요. 반대로, 높이가 낮고 작은 잔은 쓴맛을 내고 향기가 짙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를 주도한 앤디 우드 박사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큰 잔의 커피에 물과 우유가 더 많이 담겼을 거라 기대하고, 작은 잔의 커피는 맛과 향이 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이치로 에스프레소 잔이 유독 작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데요. 에스프레소 잔의 정식 명칭 ‘데미타세’(프랑스어로 데미(반)와 타세(잔)의 합성어)는 보통 커피잔의 절반 정도 크기여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잔이 두껍고 손잡이가 작은 이유는 한 잔에 30ml 정도 적은 양에 맞는 커피 온도를 유지하고, 마실 때 흔들림을 최소화 하여 크레마가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지막 한 모금까지 깊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었던 숨은 요인이 커피잔에도 있었네요.

잔의 색깔이 커피 맛을 좌우한다
인간의 무의식에 색상이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색에서 받은 인상으로 심리치료를 할 정도니, 요리와 플레이팅에서 색상이 주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앞서 재미난 실험을 했던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2014년 호주 연합대학과 공동으로 실시한 흥미로운 연구에 따르면 ‘파란색’ 잔에 커피를 마시면 흰색이나 투명 잔에 든 커피를 마실 때보다 맛을 더 달게 느꼈다고 합니다. ‘잔의 색으로 커피의 쓴맛을 줄일 수 있다’는 한 바리스타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시행된 이 실험은 36명의 참가자에게 파란색, 흰색, 투명 유리잔에 커피를 담아 마시게 했습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은 흰색 머그잔에 담긴 커피가 다른 두 색상 잔의 커피보다 쓰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흰색 잔에 담았을 때 커피의 짙은 갈색이 시각적으로 더 돋보여 맛이 쓰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똑같은 커피라 할지라도 잔의 색상, 크기에 따라 느끼는 맛의 차이가 이렇게 다릅니다. 맛있는 커피를 아무 잔에나 담아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그럼 어떤 잔을 선택해야 할까요? 세가지 큰 기준을 뽑아 보았습니다.


커피 본연의 색을 해치지 않는 색상
잔의 색상이 다양한 것처럼 커피 역시 저마다 고유의 색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잔에 담겼을 때 커피의 색감을 해치지 않는 색상의 잔을 고르도록 합시다. 단맛을 좋아하는 단골손님이 온다면 시럽을 한 번 추가하는 대신 파란 컵에 담아 주는 것은 어떨까요?

온도와 향을 오래 보존하는 잔
커피의 향은 온도가 뜨거울수록 오래갑니다. 두께가 너무 얇은 잔은 커피가 빨리 식어 향을 잡아 두기 어렵고요. 즉, 가볍고 산뜻한 맛을 원한다면 테두리가 넓고 얇은 잔을 선택해도 좋지만, 적당한 두께가 있는 잔이 향과 온도 유지에 좋고 무겁고 중후한 맛을 느끼게 할 수 있어요. 덧붙여 입구가 좁을수록 향을 오래 느낄 수 있죠.

용량과 두께는 반비례
너무 무겁고 큰 잔은 커피 맛에 집중하는 데 방해되므로, 적당한 크기의 잔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용량이 많을 땐 온도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얇은 잔을 고르고, 적을 땐 두꺼운 잔에 담도록 합시다.

글  CUP

사진 월간커피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