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브랜드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거나 속이 뻥 뚫리는 광경을 보며 차 한 잔을 즐기고 싶을 때. 혹은 조용히 책을 읽고 싶거나 업무를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제각각 상황에 어울릴만한 공간을 떠올린다. 이러한 이유는 바로 ‘브랜드가 지닌 이미지’ 덕분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이미지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고객은 여러 경로에서 브랜드를 접한다. 온라인 광고나 SNS 이미지로 브랜드를 알게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 의해 이야기를 전해 듣거나 직접 오프라인 공간에 방문해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겹겹이 쌓이다 보면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는데, 이것이 곧 ‘브랜드 이미지’가 된다.
결국 브랜드 이미지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아가는 것이며 ‘Brand+ing’의 뜻처럼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미지를 통해 ‘특정 기억을 만드는 것’은 브랜드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브랜드가 고객의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지 크게 ‘의도, 방향, 감정, 축적’의 4가지 순서로 정리해보았다.
① 의도
‘의도’는 브랜드를 만든 최초의 목적을 말한다. 카페를 왜 만들었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이유로 커피를 제공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들이 포함된다. 카페 운영자의 의도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일 텐데, 과연 ‘나’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람인지 우선으로 생각해보자. 커피를 맛있게 만들 수 있는지, 고객과 소통하는 것을 행복해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려 보는 것이다. 더불어 그 의도가 정말 나로부터 생겨난 것이 맞는지 혹은 무작정 누군가를 따라서 억지로 만든 의도는 아닌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의도에는 브랜드의 철학이 담겨 있으므로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쌓이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존재 이유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커피를 마시기 위한 목적만으로 카페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② 방향
‘방향’은 앞에서 세운 의도를 갖고 어디로 향할지를 묻는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 ‘목적지’는 곧 ‘고객’을 뜻한다. 다시 말해 타깃층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타깃의 범위를 넓게 잡는 실수를 범한다. 애매하게 많은 이들을 타깃으로 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방향이 향하지 않게 될 확률이 높다.
브랜딩을 통해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에게 사랑받는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가 사랑받고자 하는 고객, 즉 타깃으로 삼는 고객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이를 ‘고객 페르소나를 그린다’고 말한다.
캐나다의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룰루레몬Lululemon’의 고객 페르소나는 다음과 같다. ‘슈퍼걸’이라 불리는 서른두 살의 여성은 콘도 회원권을 갖고 있고 여행과 운동을 좋아하며 패션에 민감하다. 또한 전문직에 종사해 높은 소득을 얻으며 취미 생활에 큰 욕망을 가진 사람이다. 이러한 페르소나를 두고 룰루레몬의 창업자인 칩 윌슨Chip Wilson은 “우리는 서른세 살이나 서른한 살은 신경 쓰지 않았다. 룰루레몬은 ‘슈퍼걸’ 단 한 명만 만족시킨다”라는 말을 남겼다.
룰루레몬은 초세분화된 특정 고객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처럼 페르소나를 잘 그리기 위해서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과 연령, 사는 지역 등을 상세하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머릿속에 실제 사람이 그려질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하고 그 페르소나에게 이름도 붙여보자. 혹시라도 하나의 페르소나에 집중하다 다른 이들을 놓칠까 걱정하지 말자. 한 명을 제대로 만족시킬 수 있어야 주변 사람들도 타깃으로 발전할 수 있다.
③ 감정
다음은 타깃으로 설정한 고객에게 어떤 기억을 남길지 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핵심 감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감정적인 변화를 동반해야 조금 더 확실하고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여러 감정적인 변화를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면 어렴풋하게라도 그때의 이미지를 기억할 수 있지만, 감정적 변화가 없었던 순간은 기억해 내기란 쉽지 않다.
자, 이제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떤 감정을 주면 좋을지 생각해보자. 기쁨, 편안함, 특별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좋다.
④ 축적
‘축적’은 앞서 생각한 감정을 쌓아가는 단계다. ‘편안함’을 예로 들어보겠다. A 카페를 방문한 고객이 그곳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3개월 후 찾아간 A 카페에서 또 한 번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온다. 그 후 고객은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때마다 과거에 방문했던 A 카페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심지어 A 카페의 사진을 보거나, 공간을 상상하거나, 누군가와 A 카페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자연스럽게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편안함의 감정을 토대로 이미지를 쌓아갔던 A 카페의 브랜딩이 고객에게 그대로 전해지게 된 것이다.
축적은 브랜드의 진정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꾸준한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초반에 설정한 의도를 가지고 특정 타깃층에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해줄 것인지 정한 후, 최종적으로 동일한 반복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브랜드들은 모두 일관된 가치를 담고 고객 앞에 나타난다. 이처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동일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쌓아간다면 단단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앞으로 만들어갈 브랜드도 모두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