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개싱과 에이징
바리스타는 물론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홈 바리스타라면 디개싱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이름 그대로 ‘가스 제거’를 의미한다. 생두를 로스팅하면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CO2와 함께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이 생성된다. 이 가스들의 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데, 생성된 가스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에 디개싱은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품은 주변 환경과의 반응으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상태가 변화한다. 이는 미생물 활동 또는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한 결과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식품이 자체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으로 초기 상태보다 향미가 풍부해지거나 품질이 개선되는 경우를 에이징이라고 일컫는다.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합성이 증가하는 와인,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육류 등의 사례를 생각하면 된다. 에이징은 디개싱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디개싱을 통해 에이징이 적절하게 이뤄졌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에이징과 디개싱을 포함한 원두의 전체적인 변화에 대해 알아보자.
이산화탄소의 방출, 디개싱
앞서 언급했듯 생두를 로스팅하면 강한 열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이산화탄소는 원두 질량의 약 1~2% 정도의 비중을, 가스 성분 중에서는 약 87%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외 일산화탄소CO가 약 7%, 질소N2가 5% 그리고 나머지 1% 정도는 향기 성분인 VOCs다.
이산화탄소는 로스팅 직후부터 방출되기 시작한다. 방출되는 양은 시간당 약 3.5~10㎍/g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방출 속도는 초기에 가장 빠르며 이후 점차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이산화탄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양이 줄어든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를 신선도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디개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커피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면 추출이 원활하지 않거나 과도한 크레마로 인해 부정적인 쓴맛이 느껴진다.
커피 향미의 발현, 에이징
대부분의 향미 성분들 또한 로스팅 직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반면 약하게 볶은 커피는 로스팅 후 수일이 지나야 최적의 향미가 발현되곤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리적·화학적 상태의 변화로 인해 품질이 개선되는 에이징에 해당하는 사례다.
커피는 수백 가지 이상의 향기 화합물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인지하는 향은 이것들의 농도와 조합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진다. 다만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것도, 감소하는 것도 있어 에이징 적정 기간을 딱 정하기는 어렵다.
많은 연구 결과가 커피의 부정적인 느낌은 이취 분자의 증가보다는 화합물의 감소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진 덕에 [ 표1 ]처럼 몇몇 화합물들이 품질의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